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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밝은 밤 / 최은영 / 첫번째 증조모 이야기

dont-doze-off 2024. 5. 4. 22:13
  • 마음이 저릿저릿하다.
  •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여성으로 산다는 것
  • 모두들 행복하길

최은영 작가 <밝은 밤> 표지

 

밝은 밤

  • 작가 : 최은영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21. 07. 27.
  • 국가 : 대한민국
  • 카테고리 분류 : 한국 장편소설
  • 페이지 : 344쪽
  • 채널 : 교보 ebook

 

 

작가 소개

삼색 고양이의 날에 태어나 삼색 고양이와 고등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소설가. 타고난 집순이지만 매일 장기간의 세계 일주를 꿈꾼다. 여행, 글쓰기, 고양이, 바다, 친구, 잠을 좋아한다. 콤플렉스와 약점이라고 여겼던 것들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1984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장편소설 『밝은 밤』이 있다.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 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본인이 한국소설의 대단함을 이제야 알았다며 추천해 준 책이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책이 길레라는 생각으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책 소개

백 년의 시간을 감싸안으며 이어지는 사랑과 숨의 기록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첫 장편소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서정적이며 사려 깊은 문장,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뜨거운 문제의식으로 등단 이후 줄곧 폭넓은 독자의 지지와 문학적 조명을 두루 받고 있는 작가 최은영의 첫 장편소설. ‘문화계 프로가 뽑은 차세대 주목할 작가’(동아일보) ‘2016, 2018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교보문고 주관) ‘독자들이 뽑은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예스 24) 등 차세대 한국소설을 이끌 작가를 논할 때면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선명히 떠오르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던 최은영 작가는 2019년, 예정돼 있던 소설 작업을 중단한 채 한차례 숨을 고르며 멈춰 선다. 의욕적으로 소설 작업에 매진하던 작가가 가져야 했던 그 공백은 “다시 쓰는 사람의 세계로 초대받기까지 보낸 시간이자 소설 속 인물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밝은 밤』은 그런 작가가 2020년 봄부터 겨울까지 꼬박 일 년 동안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작품을 공들여 다듬은 끝에 선보이는 첫 장편소설로, 「쇼코의 미소」 「한지와 영주」 「모래로 지은 집」 등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편소설에서 특히 강점을 보여온 작가의 특장이 한껏 발휘된 작품이다.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가 출간된 2016년의 한 인터뷰에서 장편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엄마나 할머니, 아주 옛날에 이 땅에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라고 말했던바, 『밝은 밤』은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증조모-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4대의 삶을 비추며 자연스럽게 백 년의 시간을 관통한다. 증조모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나’에게서 출발해 증조모로 향하며 쓰이는 이야기가 서로를 넘나들며 서서히 그 간격을 메워갈 때, 우리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건 서로를 살리고 살아내는 숨이 연쇄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 자체가 가진 본연의 힘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은은하며 강인한 존재감으로 서서히 주위를 밝게 감싸는 최은영의 소설이 지금 우리에게 도착했다.

출처 : 예스24

 

 

첫 문장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책을 많이 읽는 친구가 적극적으로 추천한 책이다. 친구는 작품 덕분에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져 많은 한국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다고 했다. 기대의 크기가 컸는데도 <밝은 > 좋았다. 작품은너무 좋았다보다는 좋았다라는 말이 어울린다. 책이 주는 감정이 묵직해 좋은 감정을 전달함에도 호들갑 떨기가 쉽지 않다. 담담하고 섬세했다. 별도의 지문 없이는 누군가가 분노하고 있는 사실을 알기 쉽지 않았다. 처음엔 문체 때문인가 생각했지만 내가 알게 인물들이 자신의 감정을 삭이는 성격들이라 스스로도 그들이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익숙해진 같다.

<밝은 > 줄기는 증조모부터 지연까지 내려오는 가족 이야기. 시대를 살아온 여성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가지와 끈끈하게 뒤엉켜 붙어있는 다른 줄기인 새비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함께 <밝은 > 내용이 전개된다. 현재의 할머니가 손녀인 지연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해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나오는 인물들이 아프다. 하나같이 상처가 있다. 시대가. 상황이. 사람이. 상처를 줬다. 무엇이 좋다고 대를 이어가며 상처를 전한다. 가장 소중하고 사랑해야 사람에게. 본인들의 고름과 결핍을 쉬듯 자연스럽게 자식에게 전하는 같았다. <밝은 >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 고민을 했다. 전체 이야기나 구성도 좋았지만 각각의 인물이 모두 좋았다. 그래서 <밝은 > 리뷰는 인물별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증조모 이야기

 

- 같이 가자.
고조모가 그녀의 치맛자락을 붙잡으며 말했다.
- 나도 데리고 가라.
병자에게 무슨 힘이 있었는지, 증조모는 치맛자락에서 고조모의 손을 떼어내기가 어려웠다. 그녀가 겨우 손을 떼어내자 고조모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래, 가라. 내레 다음 생에선 네 딸로 태어날테니. 네 딸로 다시 태어나서 에미일 때 못다 해준 걸 마저 해줄 테니. 그때 만나자. 그때 다시 만나자.

 

증조모의 이야기가 나올 자연스럽게 애플TV+의 드라마 <파친코> 떠올렸다. 비슷한 시대 상황에 여성 중심의 서사라 겹쳐지는 이미지가 많았다. <파친코>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딸이 혼례를 치른 오사카로 떠나게 딸에게 쌀밥을 지어주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쌀밥을 그릇 차려주는 장면에서 너무 많은 감정을 느낄 있다. <밝은 >에서 증조모는 고조모를 버린다. 버릴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상황. 어머니에게 큰절을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떠난 . 그리고 길을 떠나는 열차가 출발하고 나서야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아마 고조모가 아프지 않았다면 <파친코> 엄마처럼 했을 같다. 백정의 딸로 태어나 평생을 멸시받고 인간취급받지못한 딸이 살기 위해 본인을 떠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먹이고 싶었을 같다. 그랬다면 증조모는 고조모를 버린 아니라 살기 위해 이별했다고 생각할 있었을 텐데. 조금은 마음의 빚을 있었을 텐데. 살기 위해 떠났지만, 선택에 아픈 엄마를 버리는 것이 함께 있었던 증조모가 안쓰러웠다. 그리고 평생을 떠날 있게 해주었다는 이유 하나로 증조모를 외롭게 증조부가 미웠다. 증조모는 평생 증조부가 가장 최악이었던 순간순간마다너희 아버지는 나를 구했어라며 딸에게 말했고 본인에게 말했다.

 

 

 

 

증조모는 그 아이 같은 얼굴을 오래 보고 있기가 어려웠다. 증조모의 마음이 새비 아주머니에게로 기울어서, 그곳으로 기쁨도 슬픔도 안타까움도 모두 흘러갈 듯한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그렇게 기운 마음으로 뒤뚱거리며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고조모는 증조모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빠르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사는 법이라고 가르쳤다. 삶에 기대하지 말고 저항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 그것이 사는 법이라고. 백정의 딸인 증조모에게 자신이 해준 밥이 맛있다고 처음 말해준 건 ‘새비 아주머니였다. 증조모는맛이 좋다 자신을 보고 말했던 새비 아주머니를 순간 새비 아주머니를 잃을까 겁이 났다. 새비 아주머니에게 기대하는 자신이 겁이 났다. 소중한 것이 생기는 겁나는 일이다. 그건 고조모가 알려준 삶의 방식이 아니었다. 결국 증조모의 마음이 새비 아주머니에게 기울었고 평생을 뒤뚱거리며 살아갔다. 뒤뚱거림은 그녀를 살게 해주는 하나의 힘이었다. 새비 아주머니는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상처이자 자랑이었다. 아픈 순간도 함께했지만, 증조모의 머릿속에 새비 아주머니가 있는 순간은 증조모는 환한 얼굴이었다.

 

 

 

 

- 봄이야, 우리 봄이야.
봄이가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증조모를 올려봤다.
- 여기서 헤어지자. 이제 우리를 따라오지 말라는 말이야. 내레 미안해…”

 

잠시 행복한 시기를 떠나보내는 순간. 나에게 사랑만을 주었던 생명을 떠나보내는 장면이 아팠다. 어찌 보면 헤어지자는 봄이가 아닌, 행복한 시간이었을 같다. 나는 증조모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먹먹하고 슬펐다. ‘봄이야’, ‘새비야’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먹먹함을 느끼게 되는 건 그 전에 쌓아온 그녀의 서사에서 느낀 인물의 인생과 성격 때문이겠지.

 

 

 

 

- 남선인 너이 아바이랑 비슷한 사람이야. ….. 너를 귀하게 대할 사람이 아니다.
- 기걸 어마이가 어떻게 알아.
- 같이 밥 먹을 때 보라. 생선이든 고기든 가장 큰 살코기를 제일 먼저 집어가는 기를. 영옥이 너가 귀하면 기렇게 하갔어? 

 

증조모는 할머니를 낳고 당신이 아이를 사랑할 있을까 걱정했다. 근심했다. 근심에서 사랑이 자랐다. 증조모는 할머니와 마주치며 웃던 어느 당신이 아이를 마음으로 귀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았다. 귀하게 여긴다는 , 사랑보다 귀여움보다 감정이란 책을 보며 깨달았다. 증조모는 할머니의 남편감에 대해 이야기하며 너의 아버지 같은 사람이다, 너를 귀하게 여길 사람이 아니다라며 결혼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한다. 장면을 보고 여자로서 외로웠던 증조모와 어미로서 귀한 딸아이를 걱정하는 증조모의 모습이 모두 보였다. 먹을 귀한 새끼 그릇만, 새끼 숟가락만 보이는 어미의 모습이 느껴졌다. 본인이 평생을 외롭게 살아왔기에 딸만은 그리 살지 않았으면 하는 그녀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책에서 증조모와 할머니의 에피소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할머니의 멋쩍음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말이 아닌 느끼고 짐작하는 삶을 살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누구보다 세심히 서로를 바라봤고, 걱정했고, 사랑했던 사이였던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음은 할머니의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긴 증조모의 태도를 보며 확신을 가졌다.

 

 

 

 

할머니는 병실 침대에 누워서 할머니를 보고는 방긋 웃던 증조모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어마이, 어마이 왔어? 그렇게 말하며 할머니에게 두 팔을 쭉 내밀던 모습이 말이다.  할머니는 증조모가 고조모에게 느낀 감정이 죄책감일 거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지나면서, 고조모에 대한 증조모의 감정이 오로지 깊은 그리움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기래, 가라. 내레 다음 생에선 네 딸로 태어날 테니. 그때 만나자. 그때 다시 만나자.

- 얘야…. 우린 그렇게 다시 만났던 거야. 

할머니가 내게 말했다.

 

증조모의 인생은 서글프다. 처음 <밝은 > 읽었을 여러 인물이 있고 내용을 파악하며 읽다 보니 증조모의 인생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번 글을 정리하기 위해 증조모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책을 보다 보니 도대체 삶을 견딘다는 ,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짐작되지 않았다. 한편으론 백정의 딸이라는 사실 이외의 부분은 시절 여성의 인생과 같았겠지.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있었을까. 증조모의 외롭고 고된 인생에 새비 아주머니, 할머니, 엄마, 당신의 가족과 친구가 있어 다행이었다. 훗날 하늘에서 고조모와 만나 그리운 만큼 사랑하며 살아가길. 열일곱 훨씬 이전으로 돌아가 많이 사랑받고 어리광 부리며 행복한 증조모가 되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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