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17 : 에피소드 06 절망할 시간은 없다

2024. 5. 18. 22:44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드라마

  • 코로나 참 무서웠다.
  • 이제는 옛날이야기 
  • 코로나로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7> 중 한 장면 / 출처 : ABC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7

  • 편성 : 2020. 11. 12 ~ 2021. 06. 03 
  • 국가 : 미국
  • 장르 : 드라마 / 메디컬
  • 출연 : 엘렌 폼페오, 챈드라 윌슨, 제임스 픽켄스 주니어, 케빈 맥키드, 제시 윌리엄스, 카테리나 스콜손, 카밀라 러딩턴, 켈리 매크리리, 지아코모 지아니오티, 킴 레이버 등
  • 채널 : 디즈니 플러스
  • 편성 : 미국 ABC
  • 에피소드 : 17개

 

작품 소개

시애틀 대형 병원을 무대로 주인공과 동료들의 직업 정신과 성장, 그리고 연애를 다룬 메디컬 휴먼 드라마

 

 

에피소드 소개

그레이슬론에 이송된 아동 납치범의 수술을 맡은 오웬과 아멜리아. 분노를 삭이며 의사로서 본분을 다하려 한다.

 

출처 : 디즈니 플러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이번 17 시즌의 배경은 ‘코로나 팬데믹’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겪은 바이러스의 대혼란을 배경으로 그들은 열심히 싸우고 있다. 난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 코로나 팬데믹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지 알고 있다. 결국 끝이 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순간 이 드라마를 보는 게 힘겹다. 코로나가 얼마나 지독하고, 무서웠는지 새삼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으로 또 얼마나 많은 배우들이 하차하는지 알고 있어서 슬프다. 

 

메러디스와 톰 코라식은 현재 코로나를 직접 겪고 있다. 메러디스는 의식이 없는 가운데 저세상에서(?) 과거 죽음으로 본인을 떠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떠날 사람도. 지금까지 내가 본 반가운 사람은 데릭과 조지다.. 이 두 사람을 잠시라도 볼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그 둘은 그레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레이가 코로나를 이겨 낼 수 있도록 함께 시간을 보내주었다. 특히 조지와 그레이가 대화를 나눌 때 현실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웨버와 베일리가 함께 해변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은 아름답기도 그립기도 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코로나 때를 생각하면 너무 옛날이야기 같다. 내가 사는 곳은 ‘대구’다. 대구에서 갑자기 코로나 폭풍이 시작되고 처음 본 대구 시내의 모습이 기억난다.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나는 대구 시내를 지나가야 했다. 퇴근시간, 늘 붐비던 그곳에 그 누구도 없었다. 반짝여야 할 조명이 하나도 없었다. 무서웠고, 현실감이 없었다. 정말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 무섭고 현실감 없는 시간은 생각보다 더 오래 지속되었다.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7> 중 한 장면 / 안녕 조지 / 출처 : ABC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7에서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었고, 잠을 잘 수도 없었다.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 죄책감이 들었고, 나의 동료와 가족들도 코로나에서 제외될 수 없었다. 그런 어려운 상황들 가운데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환자의 죽음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 어떤 정답도 해결책도 없었다. 그들은 환자를 구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 앞에서 지쳐가고 힘들어했다. 막연히 의사, 간호사들 참 힘들었겠다. 피곤하겠다. 그런 단순한 어려움이 아니라 사람을 살릴 수 없다는, 의사의 직업적 존재 이유에 대한 무기력함이 그들을 감염시키고 있었다. 

 

 

 

 

흑인을 무서운 속도로 죽이고 있는 전염병이 도는데 모두 화내야 하는 거 아니야?
코로나가 흑인들이 죽는 만큼 백인들을 죽이고 있었으면
당연히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했겠지
망할 법안이 통과됐을 테니까.

 

코로나는 물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세계를 죽인 것 이상의 바이러스였다. 불안과 혐오라는 심리적 고통을 함께 가져다주었다. 아시안계 의사에게 ‘어디서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먼저 하는 환자. 흑인의 사망률이 백인보다 높은 현실에 분노하는 매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코로나 초기 흑인 사망률은 백인의 3배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고 한다. 흑인이 백인과 비교했을 때 기저질환을 앓을 비율이 높기도 했지만 의료접근성 및 거주환경 및 사회 경제적 문제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건 인종 간의 사망률 격차는 코로나. 19 백신이 보급될 당시 좁혀지기 시작했고, 같은 해 말 완전히 역전되었다. 백인들은 정치적인 요인 및 현대 의학의 불신 등으로 백신 접종률이 낮았고, 이는 사망률과 연결되었다. 반면 흑인의 경우 백인과 같이 초반 백신을 꺼렸지만, 흑인들은 백신에 대한 망설임을 빨리 극복하고 백신 접종을 진행했다. 그것이 자신과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더 일찍 깨달은 것이다. 

 

드라마를 보며 코로나 때를 계속 되새기니 현재의 나의 자유로움에 감사함을 느낀다. 사랑하는 가족과 편하게 밥을 먹고, 시원해진 바람을 그대로 느끼고, 자유롭게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일상이 감사하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사람으로 시즌 17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오랜 팬들은 메러디스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어 속상해했다고 한다. 그런데 난 메러디스가 코로나에 걸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좋았다. 주인공의 코로나 감염으로 그 위험과 고통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요소로 사용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메러디스가 아파서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너무 반가웠다. 오말리가 그렇게 잘생겼는지 몰랐다. 데릭은 너무 늙었지만 그래도 데릭은 데릭 아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즌 1의 주인공들이 여전히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계속 생각해 본다. 그렇다고 다시 시즌1로 돌아가 시작할 수 없다. 난 아직 17이니깐.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7> 중 한 장면 / 안녕 델루카 / 출처 : ABC

 

 

그리고 우리 착한 델루카 잘 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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