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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18 : 에피소드 16 머무를까, 떠날까

dont-doze-off 2024. 5. 31. 15:13
  • 그레이와의 이별 빌드업
  • 변화해야 한다면 받아들이고 방법을 찾자
  • 닥터 몽고메리 사랑해요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8 포스터 / 출처 : ABC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8

  • 편성 : 2021. 09. 30 ~ 2022. 05. 26 
  • 국가 : 미국
  • 장르 : 드라마 / 메디컬
  • 출연 : 엘렌 폼페오, 챈드라 윌슨, 제임스 픽켄스 주니어, 케빈 맥키드, 카테리나 스콜손, 카밀라 러딩턴, 켈리 매크리리, 킴 레이버, 스콧 스피드먼, 크리스 카맥 등
  • 채널 : 디즈니 플러스
  • 편성 : 미국 ABC
  • 에피소드 : 20개

 

 

작품 소개

시애틀 대형 병원을 무대로 주인공과 동료들의 직업 정신과 성장, 그리고 연애를 다룬 메디컬 휴먼 드라마

 

 

에피소드 소개

폭스 재단 내 다른 병원들도 조사 대상이 되고, 레지던트 프로그램 문제로 모두의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출처 : 디즈니 플러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그레이 아나토미의 그레이, 엘렌 폼페오는 시즌 19를 마지막으로 그레이 아나토미를 하차한다. 시즌 18에서는 그 이별을 위한 빌드업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번 시즌의 큰 줄기는 그레이의 이별 빌드업과 레지던트 프로그램 이슈다. 이 두 가지 줄기 사이에서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사랑하고, 오웬은 사고를 당하고, 사고를 친다. 하.

 

 

시즌 1에서 20까지 가는 길이 멀고 험하기에 답답할 때마다 디즈니에서 제공하는 에피소드 줄거리를 본다. 이번 시즌과 다음 시즌에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서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단순히 어떤 프로그램, 교육 커리큘럼이 바뀌고 없어지는 것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시즌 13의 미닉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 불찰이었다. 이번 시즌 에피소드를 볼수록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레지던트 프로그램의 변화와 그 결과는 그레이 슬론의 존폐와도 연결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레이 슬론 병원은 의사들을 교육하는 수련 병원이다. 그래서 환자 치료와 함께 레지던트를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이다. 이 프로그램이 바뀌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프로그램의 변화는 의사의 성장, 환자의 치료, 병원 전체 시스템의 효율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엄청 중요한 일이었다. 이 교육의 담당자는 웨버. 웨버는 그레이가 처음 이 병원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고난과 시련은 있었지만) 의사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웨버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웨버가 새롭게 계획한 프로그램은 효율적이고 유용했지만 위험했다. 그 변화로 인해 환자 한 명이 죽고, 레지던트 한 명은 패닉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힘들게 빠져나왔다.

그레이는 미네소타에 있는 클리닉에서 진행한 연구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성공, 성과는 아주 좋은 조건의 스카우트까지 연결된다. 금전적인 것뿐 아니라 그레이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다양한 연구에 대한 지원이 포함되어 의학으로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으로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그레이 슬론 병원의 사람들, 특히 웨버와 베일리에게는 아주 괘씸하고 비열한 배신자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8 중 닥터몽고메리 / 출처 : ABC

 

 

- 나도 내 꿈을 펼칠 권리가 있어요
- 당연히 있겠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잖아
   네가 코로나 걸렸을 때 여기가 풍비박산 날 뻔 했다며
- 병원은 코로나로 망가졌어요
- 네가 없어서 끌어 줄 사람도 없었지
   내 기억 속 넌 하늘색 수술복의 풋내기였는데 지금은 병원의 상징처럼 되어버렸어

 

타이틀이 <그레이 아나토미>다. 현시점 시즌 19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레이 아나토미의 ‘그레이’는 병원의 상징이 맞다. 이제 곧 이 상징이 떠나감으로써 시청자가 느낄 허전함, 분노, 배신감 등을 웨버와 베일리에 투영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너무 감정적인 그들의 대응에 화가 났다. 개인이 느끼는 감정을 대화 없이 타인 앞에서 구토하듯 쏟아내기 전에 조금 더 어른으로서, 선생으로서 감정을 조정하고 대화를 시도했다면 그레이는 지금보다는 훨씬 어렵게 본인 변화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 같다. 그들은 마치 그레이가 본인들의 소유물인 것처럼 세상 둘도 없는 나쁜 배신자 취급을 하며 몰아붙였다. 그 태도가 그레이의 선택을 빠르게 앞당겼다.

 

 

그럴 수도 있다. 충분히 서운할 만하다. 지금 병원 사정도 너무 안 좋다. 그래도 그러면 안 된다. 에피소드 15에서 베일리가 그레이와 닉 앞에서 퍼부어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 저 태도는 너무하는데"라는 생각뿐이었다. "왜 그레이를 의사로 보지 않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서운한 감정을 저런 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베일리가 못나 보였다. 웨버의 투정은 베일리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어쨌든 그 둘은 그레이를 여전히 배신자로 보고 있다.

 

 

 

 

- 레지던트 시절 기억이 정말 별로였어?
- 그게 좋았어요? 솔직히 내 인생을 바꿔 놓은 건 맞지만, 생각나는 건 고통과 수면부족, 어텐딩의 괴롭힘이에요.
   환자를 사람이 아닌 승리나 패배로 여기는 걸 배웠죠.  그걸 잊기까지 수년이 걸렸어요.
- 전에는 그런 불평을 못 들어봤어. 
- 어떻게 불평하겠어요? 절대 못하죠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데요? 불평하면 자리를 뻇기고 다신 얻을 수 없어요.
   그게 외과의 문화였어요. 잘 알면서 그래요? 지금 구제하려는 프로그램은 낡은 프로그램이에요.
   망가진 거죠. 추억으로 과거를 미화하는 건 인제 그만둬요. 미래를 보란 거예요. 새로운 훈련법 없어요?
- 시도했다가 프로그램만 날아가게 생겼어
- 그럼 다시 해 봐요

 

이번 시즌 나의 구원자는 닥터 몽고메리다. 중간중간에 등장해서 내 숨통을 틔이게 해 준다. 어렸을 때도 지금도 몽고메리는 정말 너무 완벽한 여자다. 사랑해요 언니. 웨버는 자신이 거쳐간, 자신이 만들어낸 의사들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교육을 하는 것이 본인이 의사로 생명을 살리는 일만큼 가치 있다고 느낀다. 그런 웨버에게 이번 레지던트 프로젝트 실패와 유예는 상처이자, 존재에 대한 흔들림으로 느껴진다. 그는 과거 자신의 영광을 그리고 싶어 몽고메리에게 말한다.


“그때 좋았지?”
“놉”

 

그때도 지금도 레지던트 프로그램은 완벽하지 못했다. 수련으로서, 공부로서의 성취와 성장은 있었어도 그 시절에도 힘들어하고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 좋은 것만 기억할 수 없고, 나쁜 것이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 몽고메리는 그 프로그램이 이제 낡은 프로그램이라며 새로운 것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웨버는 그래서 실패했다며 잠시 낙담하지만, 우리 멋진 언니는 다시 해보라고 이야기하며 자리를 떠난다. 정말 사랑해요 언니. 그래. 완벽한 건 없다. 모든 것은 장단점이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계속해서 우리는 단점을 보완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도전이 실패한다면 또 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시대에 맞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큰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난 떠날 권리가 있어. 내 힘으로 얻은 권리야.
나랑 같이 수련한 사람들은 다 다른 기회를 찾아 떠났어.
난 여기서 일하고, 연구하고 병원을 빛낼 상도 받았지.
내게 기대하는 걸 빠짐없이 이뤄 줬는데도 여길 떠난다고 하니까 날 배신자 취급해.
어이가 없어 황당할 정도라고.
그리고 그거 알아? 이거 내 결정이야. 내가 내린 결정이라고.
지금 당신 행동도 되게 주제넘은 거야.

 

메러디스가 화가 많이 났다. 오랜만에 이렇게 화난 메러디스를 보는 것 같아 반가웠다. ㅋㅋ

 

콘텐츠를 정리하다 보면 글을 쓰면서 작품에 대해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내가 이 블로그를 만들어가면서 스스로 가장 얻게 되는 부분이다. 흘러갈 수 있는 컨텐츠를 한 번 더 정리하면서 붙잡게 된다. 이번 에피소드를 봤을 때 제자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듯한 베일리와 웨버에 대한 분노로 "아, 이 내용은 꼭 남겨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나도 메러디스처럼 화가 많이 났다. 누군가는 "뭐 그럴 수 있지, 왜 오버하냐" 할 수 있다. 그런데 난 저 상황을 실제 현실에서 보고 겪었다. 사랑하는 동료들이 더 좋은 기회를 얻고 떠나게 되었을 때 내부인들은 그들을 배신자 취급했다. 우린 회사의 소유가 아닌데 왜 우리를 소유물처럼 생각하고, '우리를 키웠다'라고 하는 말도 이해가 안 됐다. 그때의 일이 생각나면서 더 힘든 에피소드가 된 것 같다. 메러디스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 메러디스의 이야기를 듣고, 조건을 확인한 후 본인들이 제안할 수 있는 범위를 제안하고 대화를 했었어야 했다. 이 부분은 현실에서도 그랬다. 배신자 취급을 당한 순간 협상과 협의, 대화가 없어진다. 감정만 남는다. 그렇게 내 사랑하는 동료들은 쫓겨나듯 회사를 떠났고, 회사에서 그들은 볼드모트가 되었다. 그런 상황을 겪었던 기억 때문에 그레이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되었다.

 

리뷰를 정리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가 과거의 레지던트 수련법이었구나. 과거 시간의 상징. 과거 그레이 아나토미의 상징이 그레이였다. 그레이도, 과거의 수련법도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 새롭게 시도한 레지던트 수련법의 실패는 그레이를 떠나보내면서 생기는 각자의 상처와 후유증이겠지. 그럼에도 몽고메리의 말처럼 우리는 다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시 해봐야 한다. 다시 써야 한다. 누군가 떠나고 무언가 변화해야 한다면 그 변화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직면하며 해야 할 일을 찾아 해야 한다. 그것이 세월을 살아가는 우리가 꼭 해야 하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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