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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THE 8 SHOW

dont-doze-off 2024. 5. 19. 21:17
  • 인생은 운인가
  • 타고난 대로 살아야 한다는 감독의 비관적 관점
  • 아우 씁쓸해 

<더 에이트 쇼> 포스터 / 출처 : 넷플릭스

 

THE 8 SHOW

  • 오픈 : 2024. 05. 17 
  • 국가 : 대한민국
  • 장르 : 드라마 
  • 등급 : 19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한재림
  • 출연 : 천우희, 박정민, 박해준, 문정희, 이열음, 류준열, 이주영, 배성우
  • 채널 : 넷플릭스
  • 에피소드 : 8개
  • 원작 : 웹툰 머니게임, 웹툰 파이게임

 

작품소개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출처 : 넷플릭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한재림 감독의 <더 에이트 쇼>를 봤다. 넷플릭스 2024년 최고 기대작이자 ‘제2의 오징어’ 게임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작품이었지만, 내가 볼 줄은 몰랐다. 이런 종류의 드라마나 영화가 주는 폭력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섭고 불편하다. 그리고 내가 본 마지막 한재림 감독의 작품은 <비상선언>이었다. 하하하. 감독님. 하하하. 작품이 공개된 후, 괜찮은 평가들이 보여, 도전했다. 사실 블로그용 콘텐츠도 필요했다. 블로그를 하는 행위가 내 취향의 범위 밖에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을 하나 발견했다.

 

 

<더 에이트 쇼>는 많은 클리셰와 어디서 본듯한 캐릭터들이 나온다. 류준열 배우의 캐릭터는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돈>에서 일이 잘 못 꼬여 이곳에 온 캐릭터 같았고, 배성우 배우는 등장할 때 이미지 세팅부터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였다. 처음 1화는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켰고, 상하구조를 이용한 계층과 음식에 대한 스토리는 영화 <더 플랫폼>이 떠올랐다. 마지막 배성우 배우의 줄타기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대사가 내 머릿속에 가득했다. 이런 클리셰를 사이사이에 넣어가며 한재림 감독만의 이야기로 공포와 실소, 연대를 전한다. 

 

 

<더 에이트 쇼> 포스터 / 출처 :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는 총 8화 구성으로 하루 동안 전체 에피소드를 모두 봤다. 에피소드가 짧아서 시간이 이렇게 잘 갔나 생각했는데 지금 에피소드 별 시간을 확인해 보니, 짜임새 있게 만든 것 같다. 그 짜임새에는 전체 이야기의 구성, 오프닝 시퀀스 전개방식, 미술, 음악 등 극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이 포함된다. 개인적으로 <더 에이트 쇼>의 가장 큰 장점을 8명의 캐릭터들의 쇼 밖의 모습을 길게 보여주지 않은 것이었다. 간단한 에피소드로 캐릭터가 가진 상황이나 성격, 과거를 알 수 있었다. 이 부분이 처음에는 좋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곱씹을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작품을 보다 보면 1층, 2층, 3층, 4층이 이 쇼를 선택한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들은 너무 뚜렷하게 ‘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5층, 6층, 7층, 8층의 인물은 이 쇼를 선택한 이유가 잘 와닿지 않았다. 물론 이 쇼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그 안에서 본인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몰랐겠지만, 고층 사람들은 저층 사람들 보다 쇼의 참여 유무에 대한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엔 왜 캐릭터를 듬성듬성 만들었을까 생각을 했는데 에피소드를 모두 보고 난 후에는 ‘타고나는 건 못 이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도 쇼에서도 타고난 위치는 변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면 올라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애초에 불가능한 게임이었다. 그냥 ‘운’으로 각자 층이 선택된 것이다. 그래서 고층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절실하지 않은 이유로 이 쇼를 선택했고, 또 그 운 때문에 고층이 선택된 게 아닐까? 결국 이 쇼에서 유일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캐릭터도 저층. 그것도 최하층의 캐릭터가 되고 만다. 왜 하필 저 사람이었을까 생각을 해보니, 위층으로 올라가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한 캐릭터였기 때문이 아닐까? ‘감히 네가 고층을 꿈꿔?’ 그리고 더 짜증이 나는 건 그들이 ‘브레인’이라고 말하는 캐릭터, 그리고 누가 봐도 똑똑하다고 느껴지는 캐릭터들은 모두 고층 사람들이다. 저층 사람들은 가진 것도 없이 열심히 했지만 몸 쓰는 것 말고는 더러움을 감내해야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나니 ‘뭐 이렇게까지 잔인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작품이 오징어 게임보다 더 잔인한 것 같다.

세상 평등한 척 모두가 돈을 가질 수 있게 평화로운 방식으로 설정된 쇼의 룰은 처음부터 세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게임이었다. 모든 것이 운이었겠지만, 그 운은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마치 그들이 왕 게임을 거짓으로 하듯. 모든 것이 다 거짓이듯. 평화로움 평등도 거짓이었다.

 

 

<더 에이트 쇼> 중 한 장면 / 출처 :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의 리뷰를 보면 천우희 배우에 대한 극찬이 많았다. 이 작품은 내가 천우희 배우의 연기를 본 첫 번째 작품이다. 낭창한 표정과 말투로 나는 상상도 못할 말과 행동을 하는 그녀를 보며 저 캐릭터의 ‘악’ 또한 ‘운’처럼 타고난 요소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더 에이트 쇼>에서는 2개의 집단으로 나눠서 권력을 주고받는 과정이 이어진다. 참 우스운 것이 고층 사람들이 권력을 가질 때는 상상이상의 짓거리를 저층 사람들에게 한다. 하지만 저층 사람들이 권력을 가졌을 때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고민해 보니 이것도 역시 타고남의 문제있은 것 같다. 그리고 인식의 차이 같았다. 고층 사람들에게 저층 사람들은 같은 인간, 평등한 인격체가 아니었고, 저층 사람들에겐 고층 사람들이 본인과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본인들에게 한 악랄한 행위를 할 수 없었던 건 아닐까.

 

 

어떤 후기에서 ‘어중간한 3층 같은 드라마’라는 평가를 봤다. 굉장히 와닿는 평가였다. 나한테 이 작품은 ‘어중간한 4층’ 정도는 된다. 일단 짧아서 좋았고, 미술, 음악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뒤섞여 새로운 이미지를 나타내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한재림 감독이 넷플릭스의 돈으로 하고 싶었던 모든걸 해 본 느낌이었다. 배우들도 이런 역할을 해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지 않았을까? 

 

 

이 작품은 19세 이상 관람가이다. 성적 수위는 15세 정도이다. 폭력, 잔인함의 수위 때문에 19세 이상 관람가가 된 것 같다. 그렇게 맞고도 사람이 쉽게 죽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 작품은 오징어 게임과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 군상 모습보다는 사회의 시스템, 계층의 이야기였다. 생각보다 흥미로웠고, 재밌게 봤다. 감독님께서 시즌 2를 바라시는 것 같던데 또 다른 이야기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시즌 2가 나온다면 또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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