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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19

dont-doze-off 2024. 6. 7. 13:00
  • 새로운 시작
  • 몽고메리, 베일리가 다했다.
  •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9 포스터 / 출처 : ABC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9

  • 편성 : 2022. 10. 06 ~ 2023. 05. 18
  • 국가 : 미국
  • 장르 : 드라마 / 메디컬
  • 출연 : 엘렌 폼페오, 챈드라 윌슨, 제임스 픽켄스 주니어, 케빈 맥키드, 킴 레이버, 카밀라 러딩턴, 켈리 매크리리, 스콧 스피드먼, 크리스 카맥, 니코 테르호, 알렉시스 플로이드, 미도리 프란시스, 해리 슘 주니어, 애드레이드 케인, 제이크 보렐리 등
  • 채널 : 디즈니 플러스
  • 편성 : 미국 ABC
  • 에피소드 : 20개
  • 하차 멤버 : 메러디스 그레이(보스턴), 매기 피어스(시카고)

 

작품 소개

시애틀 대형 병원을 무대로 주인공과 동료들의 직업 정신과 성장, 그리고 연애를 다룬 메디컬 휴먼 드라마

출처 : 디즈니 플러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그레이의 새 시작이 열렸다. 꽤 많은 오마주들이 펼쳐진다. 반갑기도 하면서 괜히 꿍한 마음도 생긴다. 특히 노래 틀고 춤출 때는 ‘뭐야 저거 그레이랑 크리스티나 건데 너희가 왜 해…’ 하며 조금 짜증 났는데, 짜증 난 내가 우습다. 그만큼 원년 멤버를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많은 이가 떠났다. 그리고 새 시대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그레이 아나토미가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우습게도 이번 시즌은 몽고메리와 베일리의 시즌이었다. 인턴들이 묻혀버린 느낌이 정도로 메시지나 스토리가 좋았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시즌 초반에는 많은 부분을 의사 개인의 , 사랑, 가족 등에 집중했다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많은 사회 문제를 드라마에 녹이고 있다. 물론 시즌 초반에도 총기, 인종 관련 이슈는 계속 문제 제기를 했지만, 시즌 후반에는 여기에 여성 인권, 번아웃, 마약, 정신 건강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이슈를 이야기하며 시청자에게 생각할 거리를던진다. 그레이아나토미가 시즌 20까지 이어오면서 그들의 영향력을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쓰는 느낌이다. 너무 좋고 부럽다. 

 

우리는 세계적으로코로나라는 재난을 함께 겪었다. 재난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우리나라와 미국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는 재난이 없었던 것처럼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평범한 일상, 아름다운 일상을 보여주기 바빴다. 하지만 내가 미국의 콘텐츠들은 달랐다. 그레이 아나토미, 굿 닥터, 모닝 . 내가 가지 콘텐츠는 코로나를 정면으로 보여줬다. 상황을 경고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다른 사회 문제를 이야기했다. ‘콘텐츠가 시대와 함께 살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아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행해야 행동을 선도했다. 우리나라의 콘텐츠는 그동안 하고 있었을까. 오징어 게임이나 무빙 같은 콘텐츠들이 보여주는 참신함과 재미도 좋지만, 우리와 함께 현실에서 발을 붙이며 같은 이야기를 있는 콘텐츠도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법 만드는 사람들이 문제야. 그 사람들이야 말고 현장에 나와봐야 해.
그 사람들이 일으킨 이 대학살의 관경을 보라고요.
환자들이 흘린 피를 보란 말이에요.
의사 노릇을 어떻게 하란 거야?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라고?
현실은 하나도 모르고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법률 때문에
우리만 발목 잡혀 있잖아.

여성의 목숨이 위태롭다고요
그런데 우리는..
다른 이를 도우라고 훈련받고도..
지켜볼 수밖에 없어요.

 

미국은 주마다 임신 중절에 대한 법이 달라,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중절을 거부하는 병원이 있다고 한다. 건강상의 이유로 중절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었고,  환자의 이동이 쉽지 않아 몽고메리와 베일리가 직접 환자를 데리러 간다.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도중 출혈이 심해 결국  환자는 죽고 만다. 아마도 어렵지 않은 수술이었던  같다.  환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중절 수술을 받았다면  환자는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는 죽지 않아도 됐었다. 그런 환자가  병원으로 가던  죽어버렸다.

참담했다.  전까지 아이들의 생활을 챙기던 엄마가 한순간에 죽어버렸다. 병원에서 수술만 일찍 했다면 그런 죽음은 보지 않아도 되었는데,  때문에, 누군가의 신념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나도 이렇게 속이 상한데,  상황을 그대로 직면한 의사들이 얼마나  무기력함을 느꼈을까.  상황을 직면한 여성이 얼마나  허탈감을 느꼈을까.

 

 

 

 

사람들은 처음에 여자한테 섹스를 전혀 하지 말라고 해.
그리고 그걸 즐기면 우린 걸레가 되지.
임신했을 때는 무조건 애를 낳으라고 해.
자의로든 타의로든 엄마가 되고 나면.
사람들은 또 그걸 가지고 비난해.
완벽한 엄마란 건 존재할 수 없거든.

여자란 이유로 우리의 판단은 대부분 비난받고 공격당해.
이 여성혐오와 가부장제의 장점이 뭔지 알아?
60대에 접어든 여성은 투명 인간 취급한다는 거야.

그럼 뭐가 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좋은 섹스도 실컷 즐기지.

 

성병에 걸려 입원한 할머니가 퇴원을 하며 하신 이야기다. 저 이야기를 보며 ‘나도 60이 되어야지 자유로워지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스스로 얽매여 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적인 통념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살아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도 저런데, 유교 국가 대한민국에서의 여성의 삶은 어떤 삶일지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뭔가 답답한 느낌이다.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9 / 몽고메리 베일리가 다했다 / 출처 : ABC

 

 

당신은 그 잘난 신념 때문에 생명이나 아이들, 다른 사람의 행복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더 나은 세상 만들려고 이런다고요?
당신네 종교가 금지해서 이런다고?
자기가 옳다는 걸 증명하려고 애를, 내 애를 해치겠다고?
그런데도 뻔뻔하게 생명이 소중하단 말을 해?
...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따뜻함으로 상대를 눌러라 미란다.
진실의 힘으로 저놈들을 콱 누르고 싶어요.

 

베일리는 여성들을 위한 클리닉을 시작한다. 부인과 치료 등 여성을 위한 진료를 하다 보니 그 안에 중절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소식으로 임신 중절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심한 공격에 시달린다. 결국 그들 중 한 명이 베일리를 찾아오고, 베일리의 아이들을 위협했다. 이미 한 의사가 돌을 맞아 다쳤고, 임신한 여성 의사는 자신과 본인의 아이까지 위험한 상황을 겪었다. 모든 것을 보고 겪은 베일리는 얼마나 무섭고 화가 났을까? 몽고메리는 베일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긴다. 자신도 이미 겪어봤기에 베일리를 더 걱정했다. 이 참담한 현실을 함께 이겨내 보자며 위로해 주는 두 명, 아니 모든 의사들의 마음이 너무 좋았다. 베일리에게는 수백 통의 공격 전화가 왔는데, 많은 동료의사들이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공격을 멈춰달라 설득하는 과정으로 이 사건은 마무리된다. 한 명 한 명 베일리에 대한 이야기를 상대에게 전하며 설득하는 동료 의사들의 모습에 괜히 눈물이 났다. 예전 에피소드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등장했다. 그 여성은 남성을 보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꼈고, 결국 병원의 모든 여성 구성원들이 그녀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도 이번에도 결국 이 힘든 싸움은 함께 이겨 나가지 않으면 이 싸움에서 지고, 각자가 무너지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사람’이라는 말보다 ‘사랑’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지만, 결국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승리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위대가 병원을 공격하는 중 누군가 출산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친구의 임신 중절을 위해 함께 병원을 찾은 임산부가 갑자기 출산하게 된 것이다. 밖에서는 아기 살인마라는 소리를 외치는 시위대. 의사들은 위험에 떨며 병원에 갇혀있는 상황. 출산을 앞둔 여자는 여기서 우리 아이를 낳을 수 없다며 소리쳤다. 우리 아이를 위한 모든 것을 준비했는데 여긴 아무것도 없다며. 그 순간 베일리가 노래를 불러준다. 함께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불러줬다. 그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다. 출산은 저런 모습 이어야 한다. 모두가 산모를 응원하고, 세상으로 나오는 아이를 축복해야 한다.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 상황이 출산이구나. 그리고 그 상황은 산모의 선택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 그 선택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전 번아웃이 왔을 때는 제 편이 없었어요.
그래서 야스다 편에서 말하는 거예요.

생명 구하는 법을 배우면서 학자금 대출도 못 갚고 제대로 먹거나 사람답게 살지도 못하면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오랫동안 망가져 있던 시스템인 건 알아요.
그렇다고 가만 놔두면 안 되죠. 외과장이시잖아요.

그러니 축하하긴 하는데.
인턴들 이용하고 실컷 부려먹고 나서
내팽개치지만 말고 어떻게 도울지 좀 생각해 봐요.

 

이번 시즌은 인턴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이슈도 함께 제기된다. 애덤스는 평생 본인이 게을러서 생긴 문제라고 탓했던 많은 부분들이 사실은 ADHD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야스다는 빚을 갚기 위해 투잡을 뛰다 결국 번아웃이 온다.
"
열심히 살면 . 너는 그것밖에 못하는 거야. 이렇게 살아. 네가 나약한 거야."
힘든 것이 당연시되고,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 괴로워하면 나약하다 라며 비난받던 부분들이 이제는그것은 질병이고 치료해야 한다 것을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보여준다. "내가 힘들었기 때문에 너희도 힘든 당연하다"라는 것은 이제 너무 바보 같은 이야기다. 무지한 이야기다. 내가 힘들었기 때문에 다음 세대는 힘들고 개선된 사회를 살게 하는 것이 바르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선배가 해줘야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사회의 문제를 이렇게 직면하고, 우리가 진짜 나아가야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

과정은 그레이 아나토미답게 엉망진창이고 실패도 한다. 하지만, 시도는 계속되어야 하고 실패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 시도와 실패 과정에서 그렇듯 언젠가는 답을 찾게 되지 않을까?

 

 

 

 

이 편지가 도움이 될 거예요
힘내세요
-  양

 

크리스티나는 문자와 편지로 종종 등장해 나를 설레게 한다. 아, 너무너무 보고 싶다, 크리스티나. 네가 최고야.

 

 

 

 

이번 폭스상은 최초로 비외과적 프로젝트에 수여됩니다. 수상자 역시 기존 후보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는 국가적인 공공보건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지금도 여성이 원치 않고 위험하기까지 한 출산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에 여성은 법적으로 건강관리를 보장받지 못하여 생식의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존권마저 위협받습니다.
의사들도 이러한 제약 때문에 임신 중절에 쓰이는 술기이자 생명을 구하는 술기를 익힐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바꾸려는 의사가 있습니다.

의사들에게 차근차근 술기를 가르치고 여성의 생식권을 보호하고
올바른 생식관리를 제공하도록 차세대 의사들을 길러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미란다 베일리 선생님 올해 공헌하신 바를 높이 사서 캐서린 폭스상을 수여해 드리고자 합니다.

 

장면은 봐도 봐도 눈물이 난다. 나는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베일리를 가장 좋아한다. 베일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직장 생활을 베일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종종 생각하기도 했다.

 

베일리가 완벽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베일리는 종종 나를 화나게 하고짜증 나게한다. 하지만, 그녀는 본인이 잘못했을 그것을 받아들이고, 사과할 안다.

잘못과 실패를 뒤로하고 나아가며 성장한다. 멈춰야 때를 안다. 다시 시작해야 때도 안다.

그리고 나아가고 성장한다. 정말 너무 좋다.

 

그런 베일리가 캐서린 폭스 상을 수상했을 누구보다 행복했고, 뭉클했다. 베일리는 그레이 아나토미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즌 20에서 그녀의 모습을 기대한다.

 

 

 

+

덧붙여

 

나는 그레이의 새로운 남자 닉이 참 좋다. 외모가 자꾸 더 보이즈 홈랜더를 생각하게 해서 표정에 따라 섬뜩할 때가 있지만, 그의 따뜻한 미소, 말, 태도가 사람을 참 편하게 한다. 지난 시즌에 그레이가 몸과 마음 모든 것이 힘든 수술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밥을 차려 주던 그를 기억한다. 그때 그레이는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그를 안고 벅차오르는 눈물을 흘린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이 정말 너무 좋았다. 지난 시즌의 마무리부터 이번 시즌까지 내가 좋아하는 닉이 속상한 때가 많았지만,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두 사람이 서로 죽지 않고 행복하면 좋겠다. 그레이,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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