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0. 13:53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영화
- 재미있다.
- 글렌파월에게 빠진 것을 인정한다.
- ‘영화 잘 봤네!’ 하며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영화
트위스터스 Twisters, 2024
- 출시 : 2024. 08. 14
- 국가 : 미국
-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스릴러
- 등급 : 12세이상 관람가
- 감독 : 정이삭 (리 아이작 정)
- 출연 : 데이지 에드가 존스, 글렌 파월, 안토니 라모스 등
- 로튼토마토 : 신선도 75%, 팝콘 91%
- IMDb : 6.7
줄거리
뉴욕 기상청 직원 ‘케이트’(데이지 에드가-존스)는 대학 시절 토네이도에 맞서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죄책감에 살고 있다. 그런 그녀 앞에 옛 친구 ‘하비’(안소니 라모스)가 찾아와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고민 끝에 합류하게 된 ‘케이트’는 ‘하비’와 오클라호마로 향하고, 일명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유명 인플루언서 ‘타일러’(글렌 파월)를 만난다. 마치 자연을 정복한 듯이 자신감 넘치는 ‘타일러'와 매사 부딪히게 되는 ‘케이트’. 어느 날, 모든 것을 집어삼킬 거대한 토네이도가 휘몰아칠 것을 감지하게 되는데… 쫓아라! 막아라! 살아남아라! 역대급 토네이도에 정면돌파 선언!
출처 : 다음 영화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트위스터스>는 1996년 개봉한 <트위스터>의 28년 만의 속편이라고 한다. 난 영화를 다 본 후 속편인 줄 알았다. 최근 개봉한 에이리언처럼 전 작품과 전혀 상관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트위스터스>의 특이점은 <미나리>의 감독 정이삭 감독의 작품이었다는 것. <미나리>를 보지 못했지만 대략적인 작품의 전개와 톤을 알고 있기에 <미나리> 다음 작품이 <트위스터스>라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영화는 어린 시절 토네이도에게 반해 토네이도를 길들이고 싶었던 케이트(데이지 에드가 존스)와 토네이도 적극 탐험 유튜버. 아마도 골드버튼, 타일러(글렌 파월)가 토네이도에 맞서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케이트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 토네이도를 소멸시키는 연구를 하다 소중한 친구들을 잃게 되고 그 죄책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 사건에서 케이트와 하비(안소니 라모스) 두 사람만이 생존했다. 사건 이후 케이트는 뉴욕 기상청에서 일했고, 하비는 계속 토네이도를 연구했다. 어느 날 하비가 케이트를 찾아오고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이야기하며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다. 케이트는 죄책감과 두려움에 하비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곧 마음을 바꿔 하비와 함께 스톰파의 구성원이 된다.스톰파의 구성원으로 트위스터를 찾아나선 첫날 스톰파의 라이벌인 토네이도 랭글러 크루와 그 곳의 리더 토네이도 카우보이 타일러를 만난다. 처음 케이트의 눈에 타일러와 그의 크루들은 철없는 관종, 거만함이 가득한 장사치, 미친 토네이도 사냥꾼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몇 번의 토네이도를 함께 겪으며 타일러와 토네이도 랭글러 크루의 진심을 알게 되고, 케이트는 그들과 함께 과거 성공하지 못했던 트위스터를 길들이기를 다시 시작한다.
점점 커져가는 토네이도와 나의 재미
영화는 케이트의 대학 시절에서 시작된다. 친구들과 함께 토네이도 소멸 실험을 하다 예상하지 못했던 규모의 토네이도를 만나 친구들을 잃게 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벌써 이런다고?' 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시작한 지 몇 분 되지 않았는데 벌써 토네이도가 휩쓸고 가버린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주인공 서사'는 꽤나 진부하지만 <트위스터스>는 그 모습을 꽤 긴 시간 흥미롭게 보여주면서 단순히 흘러갈 수 있는 과거 회상 장면에서 주인공의 마음과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과거에서 시작된 토네이도는 이야기의 전개와 함께 그 규모가 점점 커지게 되고, 마지막 토네이도는 무시무시한 규모와 방식으로 표현된다. 그 과정에서 나의 재미도 토네이도의 규모만큼 커졌던 것 같다. <트위스터스>는 재난 영화 특유의 전개와 비슷하면서도 한 끗 다른 서사로 긴장과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이 부분이 정이삭 감독의 능력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내가 본 재미있었던 재난영화가 뭐가 있었지라는 질문에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 누군가 지금 내게 묻는다면 <트위스터스>라고 대답할 것 같다.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재난
과거 회상 장면에서 토네이도는 굉장히 넓은 들판 같은 곳을 휩쓸고 간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아 토네이도군' 하며 별 생각 없이 영화를 봤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케이트가 토네이도를 찾아 나선 곳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그곳에는 가족과 함께 잠드는 안락한 집이 있었고, 친구들과 야구를 하는 운동장이 있었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극장이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식당이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장소였다. 영화 속 토네이도가 들이닥치는 장소가 넓은 자연에서 현실 속 공간으로 이동하니 나의 공포가 커지는 느낌이었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마을의 모습을 보며 저런 곳에서 어떻게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토네이도를 길들이고 싶어 하는 케이트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됐다. 말 그대로 케이트가 토네이도를 길들일 수 있다면 진짜 세상을 구하는 일이겠구나 라며 영화를 봤다.
그리고 토네이도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다양한 장소에서 나타나는 무서운 토네이도를 보면서 '난 어디로 숨어야 하지?' '뭘 안고 버틸 수 있을까' 하며 그 상황을 상상하게 되었다. 내가 이 정도의 마음으로 이 영화를 봤다면 실제로 이 공포를 피부로 느끼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더 큰 공포와 공감대를 느꼈을 것 같다.
영화에서 타일러는 자신이 계속 토네이도에 맞서는 건 그것이 두렵기 때문이라 말한다. 아마 현실에서도 이 두려운 재난으로부터 해방되어 안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토네이도와 맞서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근데 토네이도 소멸이 진짜 가능한가?
영화를 보는 내내, 보고 난 후 가장 궁금했던 건 '토네이도가 인간의 힘으로 소멸이 가능한가?'였다. 영화에서 보여진 재난 이후의 삶이 참혹했기에 소멸이 가능하다면 지속적인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자연을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부작용은 없을지, 부작용이 있다면 우린 또 뭘 감내해야 하는지...
현시점에 토네이도를 인간의 힘으로 소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영화에서처럼 흡습제를 이용한 연구는 시도된 바 있지만 아직 연구가 초기 단계이고 토네이도마다 성질이 다르고 변수가 많아서 완벽하게 길들여 소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영화에서 꽤나 과학적으로 토네이도 소멸 방식을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이런 부분은 내 뇌에서 알아서 스킵을 하는 편이라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다. 가루를 넣고 날려서 토네이도를 없앤다는데... 과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해 줬으면 좋겠다. 응원한다.
아무튼 <트위스터스>는 과학 이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의 자문을 구하고 실제 토네이도를 연구하며 최대한 토네이도 모습을 구현하려 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이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정이삭 감독의 매력과 기대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를 아직 보지 못했다. 내가 좋아할 것 같은 내용도 톤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을 보고 <미나리>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위스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었다. 원작 <트위스터>의 캐릭터 구성과 전개가 이 작품보다 더 심플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여기서 또 뭘 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내가 지금껏 봐왔던 재난 영화들 중에서 가장 심플한 연출이었다. 토네이도에 집중한다. 기후 문제, 부동산 문제, 사랑, 인명 구조 등은 아예 나오지 않거나 흐르듯 넘어간다. 그런 연출로 현시점의 재난인 토네이도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몰입도를 높여 줬다. 그리고 재난 영화인데 묘하게 영화가 아름답다. 처음 토네이도를 찾아 나서는 크루들을 보며 '미쳤네 미쳤어' 하다가 자연의 풍광을 보며 나도 저런 곳으로 여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어이없게 든다. 자연이 주는 공포가 너무 두렵지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매혹되는 양가적인 감정을 감독이 잘 조율해 준다.
이 영화에서 타일러는 누가 봐도 첫눈에 케이트에게 반한 모습이다. 케이트 역시 후반부에 타일러에 대한 감정이 보이는데 영화는 직접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진전시키지 않는다. 그 흔한 키스 신 하나 없다. 처음엔 그 부분이 아쉬웠지만, 영화 전체를 봤을 때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남녀 간의 사랑보다는 그들이 바라보는 토네이도라는 존재에 관객도 함께 집중하고, 앞으로 그들이 토네이도를 쫓게 될 여정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내가 이 영화에서 느낀 많은 장점들이 결국 감독의 연출이었다는 생각에 정이삭 감독의 다른 작품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매력이 철철철
우선 토네이도 카우보이 타일러 역을 맡은 글렌 파월. 내가 벌써 이 배우의 연기를 4작품째 보고 있다. <히든 피겨스>, <히트맨>,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그리고 <트위스터스>. 이 작품 이후로 나는 받아들였다. 나 이 배우한테 빠져버렸구나. 어딜 가서 이 배우 좋아해요. 라고 말하기 묘하게 부끄러운 부분이 있는데 정말 너무 좋다. 이 영화에서도 <히트맨>의 터프하지만 섹시하고 다정한 무드가 연결돼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목소리와 미소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엄청 큰 배우다. 영화관을 나와서도 글렌 파월을 생각하면서 계속 슬슬 웃어버렸다.
그리고 케이트 역의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처음 본 배우였지만 너무너무 매력 있었다. 일단 너무 예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룩도 심플한데 취향저격이라 너무 좋았다. 요즘 꽤나 핫한 배우라고 한다. 영국 배우인데 이 작품에서 특유의 영국식 억양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놀라웠다. 나중에 꼭 봐야지 했었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주연 배우라서 이 영화가 더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 최근 영화관에서 본 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다. 4D가 환상적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된다면 4D로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이럴 때 느끼는 건 영화표가 비싸서 영화관 가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정말 좋은 영화라면 기꺼이 N차 관람도 가능하게 한다는 걸 제발 한국 영화 만드시는 분들이 꼭 아셨으면 좋겠다.
뚜벅 추천 지수 : 90%
재난영화에서 이런 재미를 얻을 수 있다니 아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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