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4. 23:46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영화
- 이해 못 했다. 그냥 봤다. 그래도 잘 봤다.
- 시간이 지날수록 불쾌감이 더해진다.
- 어우 퉤.
쥐잡이 사내 The Rat Catcher, 2023
- 개봉 : 2023. 09. 29
- 국가 : 미국
- 장르 : 드라마
- 등급 : 전체관람가
- 시간 : 17분
- 감독 : 웨스 앤더슨
- 출연 : 랄프 파인즈, 리처드 아이오와디, 루퍼트 프렌드
- 채널 : 넷플릭스
- 로튼토마토 : 신선도 100%, 팝콘 61%
- IMDb : 6.5
줄거리
로알드 달의 소설을 각색해 웨스 앤더슨 감독이 연출한 단편 영화 컬렉션 4편 중 한 작품. 전문적으로 설치류를 퇴치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출처 : 넷플릭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쥐잡이 사내가 주유소에 도착한 것은 오후였다.
조용조용 발소리 하나 없이 진입로로 들어섰다.
자갈을 밟는데도 소리가 전혀 안 났다.
영화는 마을의 쥐를 잡기 위해 ‘쥐잡이 사내’가 주유소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쥐를 많이 닮았다. 걸음걸이, 행동, 얼굴까지 쥐를 닮았다. 보이는 것만 닮은 것이 아니라 생각도 쥐처럼 하는 것 같다. 인간 쥐다.
쥐잡이 사내는 자신의 닉네임에 걸맞게 쥐를 잡는 것에 엄청난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내가 이 바닥 최고 전문가이니, 잘 보고 배워라”라는 듯 의기양양하게 쥐잡이에 대해 강의했다.
이 일을 하려면 쥐보다 영리해야 합니다.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죠.
‘아예 쥐가 돼야겠네요’ 생각할 틈도 없이 그냥 튀어나와 버렸다.
사내를 보고 있자니 그 말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반응이 놀라웠다.
'맞아요!' 그가 외쳤다.
'진짜 제대로 이해하셨군요.'
일반적으로 덫을 놓거나 하수구에 약을 푸는 그런 일반적인 방법을 쓴다면 전문가가 아니다. 그는 몇 가지 쥐를 잡는 방법을 설명했다.
첫 번째. 하수구에서 쥐 잡기 :
봉투에 석고 가루를 넣어 하수구 천장에 매단다.
헤엄쳐 오던 늙은 쥐는 그것을 발견하고 갉아댄다.
쥐는 입 안 가득 석고 가루를 얻는다.
쥐는 죽는다.
두 번째. 건초더미에서 쥐 잡기 :
맛있는 귀리를 준비한다. 그것을 건초더미 주변에 뿌린다.
쥐가 먹는다. 며칠 동안 반복한다.
나흘째 치명적인 약에 적신 귀리를 뿌린다.
쥐는 죽는다.
마을의 쥐잡이는 건초더미에서 진행되었다. 두 번째 방법으로 약에 적신 귀리를 뿌린 후 쥐잡이 사내는 죽은 쥐를 치우러 마을에 왔다. 그런데 있어야 할 죽은 쥐들이 없었다. 그는 뭐가 잘못되었다며, 배가 부르지 않고서야 귀리를 마다할 쥐는 없다고 짜증을 냈다.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다. 그는 침울하고 초라해 보였다. 실패에 위축된 모습이었다. 그는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기자와 주유소 직원 클로드에게 굉장한 무언가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쥐잡이 사내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쥐와 페럿을 꺼냈다.
세 번째. 셔츠 안에서 쥐잡기 :
맨살뿐인셔츠 안에 페럿과 쥐를 넣는다.
셔츠 안에서 일어난 소동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쥐는 죽는다.
이 무슨… 일이지… 갑자기 이 영화 왜 이러지? 클로드, 기자와 함께 나까지 당황했다. 그는 자신의 쇼에 흥미를 느낀 클로드를 보며 우쭐해했다. 그리고 더 굉장한 것을 보여주겠다며 자신의 가방 속 두 번째 쥐를 꺼냈다.
매우 불쾌한 광경이다.
이때처음 쥐의 형상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리고 클로스는 처음 불쾌하다는 감정을 들어낸다. 지금까지 영화에서는 쥐의 형상이 나오지 않았다. 대화 속 주제로 등장하거나 쥐잡이 사내가 마임처럼 마치 쥐가 있는 듯 공중에서 연기를 했을 뿐이다. 처음 쥐가 등장했고, 눈에 쥐가 보이자마자 클로스는 바로 불쾌감을 표현했다.
쥐잡이 사내는 두번째 살아있는 쥐를 도망가지 못하고 묶어 두었다. 쥐잡이 사내는 클로드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자신이 손을 쓰지 않고쥐를 죽여보겠다 말한다. 팔, 다리, 손 모두 쓰지 않고 깔아뭉게지도 않고 쥐를 죽여보겠다 말하며 1파운드를 걸라고 말한다. 클로드는 1실링(0.05파운드)을 걸겠다 말했다. 여기서 또 딜을 치는 클로드가 더 놀라웠다.
사내는 쥐를 노려보며 점점 쥐에게 다가갔다. 사내는 계속 쥐에게 다가갔다. 두 얼굴 사이가 한 뼘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쥐는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뱀이 쥐를 공격하듯 사내는 쥐에게 달려들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쥐를 죽였다.
네 번째.손을 쓰지 않고 쥐잡기 :
쥐를 묶는다. 노려본다. 입으로 먹는다.
에????? 쥐잡이 사내가 정말 쥐를 입으로 잡았다. 잡아서 먹었다. 오마이갓. 오마이갓.
쥐잡이 사내는 입안에 이물질을 뱉으며 초콜릿 회사에서도 쥐의 피를 사용한다는 굳이 안해도 될 말을 했다. 클로스는 역겹다며 혐오하는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본다. 사내는 말을 이어가다 청중이 자기편이 아님을 깨닫고 그곳을 떠났다.
우리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조용히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자갈을 밟는데도 발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독>과 <백조>는 영화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세련되지만 단순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여서 쉽게 이해가 되었고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쥐잡이 사내는 솔직히 이해를 못했다. 이런저런 리뷰를 봤지만 그래도 나는 이해를 못해서 포기했다. 그냥 잘 봤고, 내 마음대로 영화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쥐잡이 사내는 쥐 같다. 누군가를 잡기 위해서 완전히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정의로 쥐를 잡는 인물이다. 단지 이해해야 할 상대가‘쥐’ 일뿐이다.작품에서 쥐잡이 사내는 쥐를 잡기 위한 네 가지 방법을 이야기한다. 네 가지 방법 모두 결론은 쥐를 죽이기 위함이지만, 뒤로 갈수록 방법의 야만성이 강해졌다. 인간이 아닌 동물적 방식으로 쥐를 잡았다.
그 변화하는 방식을 듣고 보는 클로드와 기자의 입장도 달라졌다. 처음엔 전문적인 지식으로 말하는 그를 대단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야만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변화된 그를 보며 혐오하는 표정과 함께 역겹다고 말했다.
나 역시 그를 보는 눈과 감정이 달라졌다. 처음 쥐의 모습으로 자갈길을 걷던 그는 정말 쥐 전문가처럼 보였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즈음 똑같이 자갈길을 걷는 그를 봤을 때는 ‘꼴값 떤다’고 생각했다. 그가 더 이상 전문가로 보이지 않고, 사기꾼, 야만인처럼 보였다.
단지 그가 똑똑한 방식으로 쥐를 잡지 못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잡지 못한 쥐를 대신해 가방에 있는 쥐를 꺼내며 쇼를 했다는 게 말 그대로 역겨웠다. 그 쥐잡이 사내는 클로드와 기자에게 뭘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이 영화가 뭘 말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내가 품기엔 어려운 영화였던 것으로 하고! 난 또 다른 영화를 봐야겠다.
+
덧붙여
이상하죠? 쥐들이 약에 적신 귀리를 안 먹었다니
건초다미 안에 뭔가 영양가 높은 게 있나 보네요.
건초더미의 쥐가 독이 든 귀리를 먹지 않은 이유는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관련해서 찾아보니 로알드 달의 단막소설 Rummins를 보면 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뚜벅 추천 지수 : 70%
영화 속에 나오는 쥐는 생각보다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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