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2. 21:23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영화
- 구도와 색감만으로 알 수 있는 웨스 앤더슨
- 나도 함께 조마조마하게 뱀을 찾는다.
- 진짜 독에 중독된 해리
독 Posion, 2023
- 개봉 : 2023. 09. 27
- 국가 : 미국
- 장르 : 드라마, 코미디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시간 : 17분
- 감독 : 웨스 앤더슨
-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데브 파텔, 벤 킹슬리, 랄프 파인즈
- 채널 : 넷플릭스
- 로튼토마토 : 신선도 94%, 팝콘 72%
- IMDb : 6.8
줄거리
자신의 침대에서 잠든 독사를 발견한 남자의 이야기. 로알드 달의 소설을 원작으로 웨스 앤더슨이 선보이는 단편 영화 4편 중 하나.
출처 : 넷플릭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처음 넷플릭스에서 웨스 앤더슨이 만든 <로알드 달 단편 시리즈>가 나왔을 때, 시작한지 몇 분도 안 돼 포기한 기억이 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웨스 앤더슨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봐야지 하며 시작했지만, 난해한 전개 방식과 상황을 즐기지 못해 관뒀다. 이번에 다시 보게 된 이 단편 영화는 ’내가 왜 이걸 포기했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
작품은 영화와 오디오북을 함께 틀어둔 느낌이다. 화자가 상황을 읽어주며 연기한다. 나레이션으로 연기 바탕에 내용이 깔리는 것이 아니라 대사를 내뱉듯 카메라를 보며 책을 읊는 방식이다. 처음엔 이 방식에 적응하기 어려워 ‘나가기’를 눌렀던 것 같다.
다시 본 이 영화는 책과 영화의 장점만 모아둔 것 같았다. 책의 섬세한 설명과 영화 속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와 아름다운 미술의 조합은 책 속 활자가 주는 만족과 영화의 시각적, 청각적 만족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우즈(데브 파텔)가 자신의 상황을 말해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즈는 늦은 밤 해리 포프(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집을 찾는다. 자신의 자동차 불빛이 혹시나 그를 불편하게 할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집에 도착했지만,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우즈는 조심히 해리의 방으로 들어간다. 해리는 눈을 뜬 채 미동도 없이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이며 우즈에게 도움을 청한다.
“Help”
해리의 배를 덮은 이불 속에 치명적인 독을 가진 우산뱀이 들어가 있어 꼼짝 못하고 누워 있었다. 그들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 간더바이(벤 킹슬리)를 호출한다. 늦은 시간에도 간더바이는 우산뱀 문제를 안전하게 해결하기 위해 이것저것 챙겨 해리의 집에 찾아온다. 그리고 우선 해리가 뱀에 물릴 것을 대비해 해독제를 투여하고 뱀을 처리할 방법을 찾는다. 최대한 안전하게 뱀을 맞이할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간더바이와 우즈는 아주 조심히 해리가 덮고 있던 이불을 들추기 시작한다.
- 꿈을 꾸셨나 봅니다. 포프 씨.
비아냥거릴 의도가 없었다는 걸 난 알고 있었다. 극도의 긴장감이 풀려 헛웃음이 나온 것이다.
해리 생각은 달랐다. 줄무늬 잠옷 바람으로 서서 선생을 노려보는 그의 뺨이 점점 시뻘게졌다.
- 내가 거짓말쟁이란 건가?
선생은 꼼짝 않고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가 눈을 번뜩이며 침대 위에서 한 발 다가섰다.
- 더러운 벵골 시궁쥐 같은 게.
- 닥쳐 해리!
내가 말했다.
- 이 더럽고 시커멓고 하찮은
- 닥쳐라니까!
- 천민주제에
- 닥쳐!! 그만!!!”
뱀은 없었다.
뱀이 없는 것을 확인한 의사는 포프에게 “꿈을 꿨나 보다”라는 말을 건넨다. 포프는 그 순간 화를 내기 시작한다.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았다며 의사에게 차별적인 언어를 쏘아붙인다.
아, 독이 퍼졌구나.
- 죄송합니다.
- 그럴 리가요.
우즈는 해리에게 닥치라며 칼을 들고 소리친다. 해리의 태도에 화가 난 의사는 방을 나갔다. 우즈는 그를 뒤따라가 배웅하며 해리 대신 사과를 한다. 의사는 “그럴 리가요”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그곳을 떠난다.
17분의 러닝타임, 배 위에 있는 뱀으로부터 안전하게 빠져나와라. 시간과 내용이 주는 단순함에도 이 영화는 긴박하게 흘러가며 긴장감에 숨죽이며 보게 된다.
뱀에 대한 두려움으로 미동도 없이 누워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표정과 목소리만으로 상황을 이끌어가고, 스포츠 중계를 하듯 많은 대사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브 파텔의 연기도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의사 역할의 벤 킹슬리 역시 많지 않은 대사임에도 표정 하나로 상황과 감정을 설명한다.
영화의 원작 소설은 1950년대 작품으로, 인도에 대한 영국 식민 지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출판되었다. 해리는 영국을, 간다바이는 인도를 상징한다. 도움을 받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무시하고 차별하는 영국의 모습이 반영된 해리의 모습은 많은 나라와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내내 꼼짝도 못 하고 침대에 누워 독에 중독되어 죽어버릴까 하는 두려움에 전전긍긍했던 해리는 뱀이 아닌 차별과 혐오의 독에 이미 중독되어 있었다. 우산뱀이 가진 독보다 더 강력한 독에 중독된 해리에게 해독제가 있을지 모르겠다.
뚜벅 추천 지수 : 75%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가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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