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STEVEN HARRINGTON: STAY MELLO

2024. 4. 19. 23:03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공연 & 전시

  • 작가의 분신이자, 작가의 무의식을 구현하는 존재의 이야기들
  • 캐릭터, 색감, 표현방식 많은 것이 사랑스럽다.
  •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 속 많은 생각과 사회가 존재한다.

스티븐 해링턴 전시 전경

 

STEVEN HARRINGTON: STAY MELLO 

  • 전시일자 : 2024. 03. 07 - 07. 14
  • 전시장소 :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1~7전시실, B1 로비, 교육실 등
  • 주최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 
  • 티켓 : 성인 16,000원 / 학생(7~18세) 12,000원 / 국가유공자, 장애인, 3~6세 8,000원 

전시 소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2024 상반기 기획전인 <STEVEN HARRINGTON: STAY MELLO>은 스티븐 해링턴의 작업 세계를 국내 최초로 조망하며 회화, 조각, 판화, 드로잉 및 각종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된 다양한 결과물까지 여러 분야의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스티븐 해링턴 작품 중 일부

 

나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을 좋아한다. 첫 방문은 '바바라 크루거'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었다. 그 전시를 보다가 너무 좋아서 방방 뛰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전시가 공간의 첫 경험이다 보니,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건물 자체도 세련되고 현대적이면서 중간중간 편안함을 주는 영역이 있어서 좋다. 

 

서울에 갈 일이 생겨 전시를 찾아보던 중 아모레퍼시픽 뮤지엄에 귀여운 전시가 보여 찾아가게 되었다. 공간의 매력과 지금까지 전시 퀄리티, 라인업을 믿고 선택한 전시라 사전 지식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 전시장 안쪽을 들어와 작품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활짝 웃게 되었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내 키보다 훨씬 큰 캐릭터가 멀뚱멀뚱 공간에 서있었다. 쑥스럽지만 젠틀하게, 초대한 손님을 반기는 멜로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나도 모르게 '어머 모야~~' 하며 들어갔다. 

 

스티븐 해링턴과 멜로 / 출처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작가 소개

1979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생의 스티븐 해링턴은 회화, 판화, 조각 다양한 작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 작가이다. 여러 캐릭터가 현란한 구성 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편의 만화 세계를 연상시킨다. 특유의 색채에서는 사방이 햇빛으로 물든 캘리포니아의 온화한 기후를, 검은 윤곽선이 도드라지는 평면적인 그림에서는 그가 어린 시절 섭렵했던 음반 표지 디자인, 스케이트보드 그래픽,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영향을 확인할 있다. 해링턴은 패서디나 아트센터에서 판화를 전공한 그래픽 디자인 회사를 공동 설립하며 작품 창작 활동과 디자인 작업을 병행해 왔다. 개인 창작에 매진하기 위해 2018 회사를 떠난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세계 유수의 브랜드와 협업하며 감각적인 디자인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내적 불안감에서부터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까지, 누구나 공감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주제들을 친근하게 풀어내는 해링턴은 작가이자 디자이너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왼쪽 : Stay Mello 2022 / 가운데 : 잠재의식 / 오른쪽 : 들어가는 길

 

스티븐 해링턴의 작품은 유쾌하고 밝아서, 기분 좋아지는 작품들이었다. 그 작품들의 중심에는 '멜로'가 있었다. '멜로'는 작가의 분신이자 잠재의식을 반영한 캐릭터이다. '멜로'는 연령, 인종, 성별을 초월해 누구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로, 지구상의 많은 문제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한다. '멜로'는 전시 내내 유쾌하고 친절했으며, 든든하게 전시장을 지켜주고 있었다.

 

나는 많은 작품 중 3가지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 Stay Mello 2022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다. 앞서 봤던 작품들과 연결되는 느낌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큰 생각 없이 작품을 보며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들은 이후 많은 생각을 했다. 작가들은 본인이 창조한 존재들에게 순간순간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한다. 내가 창조했지만, 내가 그들에게 두려움을 느끼며 또 다른 창작을 한다는 그 아이러니. 그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이렇게 유쾌하고 귀엽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그 내용을 인지하고 작품을 다시 보니 '멜로'를 둘러싼 많은 캐릭터들이 이빨을 보이고 있었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아이러니와 작품설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2. 잠재의식 

이 작품은 아이디어가 좋았다. 두 개의 동일한 작품이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그 중 하나에 '멜로'가 장난을 치며 쓱쓱 그린 페인트칠이 보인다. 작가의 분신인 ‘멜로’가 덧칠한 작품과 본래의 작품이 함께 나열 되어있는게 독특했고, 장난꾸러기 같은 '멜로'가 사랑스러웠다. '멜로'가 덧칠해둔 그림을 보고 해링턴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나중에 브랜딩을 진행할 때도 이런 자아 분리(?)의 개념을 적용한다면 너무 재미있겠다 생각이 들어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3. 들어가는 길

<들어가는 길>은 사이즈가 압도적이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을 위해 제작한 작품이라 전시장과의 연결성이 너무 좋았다. 작품을 동선에 따라 관람하며 전시장을 옮겨가는 그 순간 '멜로'가 나타나며 공간을 압도한다. 분명 이곳이 몇 층인지 알지만, 혹시 아래로 가면 다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귀엽고 거대한 '멜로'를 한참 바라보았다. 이곳을 잘 보고 있니? 사람들이 너의 작품을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보여?

 

<STEVEN HARRINGTON: STAY MELLO>전시는 ‘기분좋음’ 그 자체였다. 사랑스러운 '멜로'와 매 순간 함께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바라보았다. 스티븐 헤링턴이 보여준 다양한 표현방식과 아이디어, 메시지들은 앞으로 내가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때 많은 영감이 될 것 같다.

 

덧붙여 

점심 예약이 있어 굿즈를 바로 구매할 수 없었다. 전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무언가를 꼭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전시장을 찾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양한 작품을 반영한 굿즈가 없었고, 매력도 없었다. 그래도 뭔가를 꼭 사야겠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다 스티커 하나를 구매했다. 너무 좋았던 전시라 굿즈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다양한 전시 작품을 활용하여 굿즈를 고민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내가 좋았던 작품인 <잠재의식>은 렌티큘러 방식을 사용해서 '멜로'가 장난을 친 것과 아닌 것을 움직이면서 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었을 것 같고, 아모레퍼시픽 공간을 위해 작업된 대형 조형물을 공간과 조형물의 이미지를 따와 굿즈 구성을 했다면 전시와 공간을 함께 기억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런 아이디어까지 계속 생각나는 것 보니, 이 전시는 나에게 정말 큰 영감을 주었던 것 같다. 

 



'멜로'는 내 분신이자 잠재의식을 반영한 존재입니다.

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고민도
함께 대변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
STEVEN HARR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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