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민씨의 행복을 위해 금강산을 보러 떠난 사씨이야기 / 위픽 wefic -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 현찬양

2024. 11. 7. 23:03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책

  • 어쩌면 우린 모두 행복해지지 않으면 죽는 사람일지도
  • 로환소설을 탈을 쓴 성장소설
  • 사씨이자 민씨는 꼭 행복하기를 바란다.

현찬양 작가의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표지

 

위픽 wefic -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 작가 : 현찬양
  • 출판사 : 위즈덤 하우스
  • 발행일 : 2024. 07. 10.
  • 국가 : 대한민국
  • 카테고리 분류 : 한국 단편소설
  • 페이지 : 140쪽
  • 채널 : 종이책

 

작가 소개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 영화를, 서강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을, 연세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순정만화로 논문을 썼다. 2013년 〈401호 윤정이네〉로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되었고, 2021년 제4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 부문을 수상하였다. 2021년 〈식탐정 허균〉으로 MBC 드라마 극본 공모에 당선되어 집필 중이다. 소설집으로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이름 없는 여자들의 궁궐 기담》이 있다.

 

 

책 소개

“그가 사씨였던 때의 일들은 어쩌면 꿈이었는가 환상이었는가.”

명나라의 여인 사정옥, 인현왕후의 몸속에서 깨어나다!

 

소설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이름 없는 여자들의 궁궐 기담』으로 경복궁의 가장 낮은 곳, 궁녀들로부터 시작되는 미스터리를 선보여온 현찬양의 신작 위픽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가 출간되었다. 중전 장씨의 저주로 죽었다 깨어난 폐비 민씨의 몸에 어찌된 일인지 명나라 한림학사의 부인 사정옥이 빙의된다. 저자에 유행한다는 ‘로환(?還)소설’에 따르면, 그가 다시 자신의 몸을 찾고 민씨에게 제 영혼을 돌려주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하나. 진정한 자신의 행복을 찾아 스스로 결말을 만드는 것뿐이다. 조선의 여인에게 주어진 각종 굴레를 내려놓고, 사씨이자 민씨인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일생일대의 미션이 시작된다. 오늘날 잘 알려지지 않은 인현왕후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가장 입체적이고도, 현대적인 역사 속 인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출처 : 예스24

 

 

첫 문장

중전 장씨의 저주로 인해 폐비 민씨가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사실은 경복궁 사람들에게나 한양 사람들에게나 공공연한 비밀이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이 이야기는 인현왕후가 폐위되어 친정집인 반송방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인현왕후, 폐비 민씨는 장씨가 보낸 의심스러운 과자를 먹고 사흘 밤낮을 끙끙 앓다가 숨이 멈추었고, 한 식경 만에 다시 깨어났다고 한다. 특이한 건 그 이후다.

 

 

 

 

한데 사람의 기억과 감정이 거짓이라면 ’나‘라는 인간을 얼마나 믿을 수 있겠는가. ‘나’는 어디까지 나란 말인가. 

 

그 이후 사람들은 민씨의 성격이 변했다고 했다. 하지만 민씨가 변한 것이 아니라 민씨가 아니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자신은 민씨가 아닌 사씨이고, 조선이 아닌 명나라 사람이다. 그녀로서는 황당한 일이다. 어느 날 조선이라고 하는 낯선 나라에서 임금과 혼인한 후 투기로 인해 폐비가 된 사람이 본인이라고 하니, 스스로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민씨이자 사씨인 그에게 반가운 이가 있으니 사촌 오라비인 민진후의 아이, 민아정이다. 민씨에게 아정은 이곳 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낙인 듯하다. 어느 날, 아정은 민씨에게 ‘로환소설’ 몇 권을 가져다준다. 그날 가져온 책은 회귀물, 환생물, 빙의물의 세 편이다.

 

로환소설 : 사무할 로자에 돌아올 환자를 쓴 소설로 인생의 굴곡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는 여주인공이 다시금 사랑에 빠져서 행복해지는 이야기로

회빙환 : 여주인공이 다시 삶을 사는 방식으로 회귀, 빙의. 환생 등이 있다.

회귀물 :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된 여주인공이 시간을 되돌려 실수를 바로잡고 행복해지는 이야기 

환생물 : 실수를 바로잡고 마침내 행복을 쟁취할 때까지 몇번이나 같은 생을 반복하는 것

빙의물 : 죽은 영이 산사람 또는 죽은 사람의 몸에 씌거나 산 사람들끼리 몸과 혼을 바꾸는 경우

 

 

 

 

- 아정. 아정이 말하기로는 회귀물에서는 시간을 돌려 실수를 바로잡고 환생물에서는 다시 태어나서 행복을 쟁취한다 하였어. 하면 빙의물은 어떠한가. 남의 몸에 들어온 혼이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는고? 

- 이야기의 끝을 봐야 해요. 그러니까 제대로 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면 됩니다.

 

사씨는 자신이 조선이라는 나라의 민씨에게 빙의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아정에게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있는 방법을 물었다. 아정은 그녀의 질문에행복해지면 된다 답했다. 사씨는 타인의 , 민씨의 몸에서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의문을 품지만, 어찌 되었건 로환소설의 법칙에 따라 민씨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한다. 20 살아온 사씨의 인생에서, 남의 몸이라 할지라도 스스로의 행복에 대한 고민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금강산에 가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절대 가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내내 꿈꾸셨지요.

 

사씨는 민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민씨가 좋아했던 것을 고민하다가, 민진후와 민씨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민진후에게 민씨가 어릴 적 좋아했던 것을 물어본다. 민진후의 대답은 대부분 평범했다. 그러다 금강산에 가보고 싶어했다는 그의 말에 사씨는 관심을 보였다. 민진후는 민씨에게 겸재 정선이 그린 금강산 그림을 보여주겠다고 약조했다. 이때 민진후의 모습은 누가 봐도 폐위된 사촌을 바라보는 가족의 느낌이 아닌, 사랑하는 여자를 안쓰럽게 여기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마마, 눈곱 끼었습니다.”
죽자. 죽어버리자. 내일모레 서른인 여자가 눈에 눈곱이나 달고 다니면서 외간 남자에게 한소리 들을 바에야 그냥 죽는게 낫지 않은가.

 

매일 아침 민진후는 민씨에게 문안 인사를 왔다. 그녀는 사양했지만 그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어느 , 밤새 로환 소설을 읽은 탓에 늦잠을 자게 민씨는 민진후의 문안 인사를 급하게 받았는데, 그때 민진후는 사씨의 얼굴을 바라보며눈곱이 꼈다말하고 눈곱을 떼어 주었다.

장면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로 부분을 읽고 읽었다. 말간 얼굴로 눈을 깜빡깜빡하고 있었을 민씨와, 스스로 사모하는 마음을 감추었다 생각했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것만큼은 어쩌지 못한 민진후의 모습. 이것이야말로 로환 소설 자체다.

 

그날 아정이 민씨를 찾아왔다. 아정은 민씨와 승경도놀이를 즐기다가 쉽게 지겨워져 폐비의 바깥출입을 막는 금군을 게임의 새로운 멤버로 데려왔다. 세 사람은 즐겁게 게임을 즐겼다. 시간이 지나 아정은 지쳐 잠이 들었고, 민씨는 금군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금군은 민씨에게 두 사람이 이미 아는 사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민씨는 금군을 기억하지 못했다. 금군은 자신이 금상과 마마의 전령이라며, 폐비와 금상은 처음부터 계약 관계의 부부였다고 설명했다. 금군의 말에 따르면, 폐비가 된 이후에도 둘은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금상은 처음부터 장옥정을 사랑했지만 종친들의 이해를 거스를 수 없었기에 민씨와 계약 결혼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혼하기로 약조했고, 그래서 사이가 나쁘지 않고 오히려 좋은 편이었다고 했다.

 

 

 

 

- 어불성설이로고. 로환소설에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이익 때문에 계약 혼인을 하는 법이라. 이혼과 동시에 홀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큰 부를 쥐여준다거나 여자의 집안을 일으켜 준다거나 하는 여러 이유로 인륜지대사인 혼인을 이용하는 것이야. 하나 민씨가 이혼하여 무슨 이익을 보았던가. 민씨가 얻은 것이라고는 죄인이라는 낙인과 감금생활 뿐인데, 계약혼인? 말도 안되는 소리.
..
민씨가 금상과의 계약 혼인을 스스로 받아들인 것이 참이라면 다른 이유는 없고 오로지 애정 때문일 터. 그 외의 어떠한 것도 그에게 이익되는 일이 없으니 세상에 오직 나쁜 것은 애정이로구나. 

 

사씨는 금군과의 대화를 통해 민씨가 금상을 애정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씨는 민씨의 입장에서 계약 결혼의 득실과 민씨의 마음을 추측하여 금군에게 이야기한다. 금군은 민씨의 이야기를 들은 후 금상의 진심을 밝히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알고 보니 금군은 겸사복 복장을 하고 민씨를 만나러 온 왕이었던 것이다. 민씨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아따, 로환소설 하나 추가요.

 

 

 

 

- 항간에 유행하는 로환소설처럼 그대의 몸에 사씨의 혼이 씌기라도 한 것 아닌가, 하는 망상까지 했다니까
- 예?
- <사씨남정기>에 나오는...
- <사씨남정기>라니요? 그게 무엇이관데...

 

복잡한 대화를 임금과 이어가던 사씨이자 민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만다. 정신을 차린 민씨는 민진후에게 <사씨남정기>를 구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그녀에게 열세 권이나 되는 <사씨남정기> 판본을 전달한다. <사씨남정기>는 판본에 따라 결말이 모두 달랐다. 말 그대로 각양각색의 <사씨남정기> 판본을 보며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사씨는 자신의 삶에 다른 방식, 다른 판본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한데 놀랍게도 삶은, 어쩌면 선택이었던가. 하면 이제껏 힘들게 살아온 나의 인생 역시 선택이란 말인가.
...
그는 사씨였으며 또한 민씨였고 그리고 아직 선택의 여지가 있는 삶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결말은 이제 그의 결심에 따라 다시금 뒤바뀔 것이다. 

 

사씨는 <사씨남정기>의 여러 판본을 보며 자신의 행복에 대한 선택지와 결과에 대해 고민했다. 처음에는 선택지가 하나뿐인 삶이라 여겼지만, 수많은 선택지가 존재했고 여전히 선택의 여지가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제껏 여자로서 해야 할 일만 하며, 선택이 아닌 누군가 정해 놓은 고운 길만을 걸어야 했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달라지기로 한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모험을 해보기로 다짐한다.

 

 

 

 

<사씨남정기>에 여러 판본이 있다면 민씨의 이야기에도 여러 판본이 없으리란 법은 없지. 나는 여기서 떠나야겠네.

 

사씨는 민씨의 새로운 판본을 위해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민진후에게 민씨가 어렸을 가고 싶었던 금강산에 가겠다고 말한다. 민진후는 그녀를 말리지만, 그녀의 마음은 확고했다. 사씨는 “자네 말이 맞아. 어쩌면 불행해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가지 않는다면 확실히 불행해질 거야.“라고 말하며 민진후의 집을 떠난다. 그리고 그녀는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책은 사랑스럽고 귀엽다. 민씨는 로맨틱 소설의 주인공처럼, 알고 보니 냉미남과 온미남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여인이었다. 그런 여인의 몸에 들어간 사씨는 사랑을 주는 남자들 명을 선택해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대신, 민씨 스스로 자립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며 그녀만의 행복을 찾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녀가 자신만의 삶을 찾겠다고 다짐하는 순간과 진정한 행복을 찾는 방법은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규격화된 정답이 있는 듯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고, 나의 행복을 고민하는 삶. 그리고 나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는 정답과 오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가치를 가진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여전히 우리 행복을 위해 선택하고, 각자가 생각하는 더 나은 결말을 만들 수 있다. 작가는 참 귀엽고 사랑스럽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삶에 대해 취해야 할 태도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응원 같기도 했고.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즐겁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주인공이 어떻게든 행복해져야만 한다는 군.
나는 행복해지지 않으면 죽는 사람이야.

 

 

 

 

 


뚜벅 추천 지수 : 90%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내 인생의 선택과 방향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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