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3. 22:05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책
- 믿음이라는 것이 주는 돈벌이
- 시절인연이라 하지만 어떤 인연은 평생 마음에 남는다.
- 조예은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
위픽 wefic - 만조를 기다리며
- 작가 : 조예은
- 출판사 : 위즈덤 하우스
- 발행일 : 2023. 05. 17.
- 국가 : 대한민국
- 카테고리 분류 : 한국 단편소설
- 페이지 : 132쪽
- 채널 : 종이책
작가 소개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시프트》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스노볼 드라이브》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연작소설 《꿰맨 눈의 마을》 등을 썼다.
책 소개
미신과 기도에 의지해서라도 재회하고 싶은 소망, 그 강렬하고 날카로운 그리움
『칵테일, 러브, 좀비』부터 『트로피컬 나이트』까지 섬뜩하고 경쾌한 호러 스릴러에 해피 엔딩 한 스푼을 곁들인 ‘조예은 월드’로 독자들을 초대해 온 작가, 조예은의 신작 소설이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만조를 기다리며』는 주인공 정해가 소꿉친구 우영이 만조의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소식을 받으며 시작된다. 산에 묻히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우영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던 정해는 우영의 자취를 쫓아 영산교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썰물에 갯벌이 드러나듯, 만조의 검은 바다가 감추고 있던 영산교와 우영의 진짜 비밀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출처 : 예스24
첫 문장
어둠 속에서 우리는 죽어가고 있었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책을 잘 안 읽는 나도 <칵테일, 러브, 좀비>라는 책이 이슈이고, 이 책을 쓴 작가가 요즘 핫하다는 소문을 들었다. 궁금했지만 이상하게 끌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장르 편식에서 오는 무지함이 조예은 작가에 대한 선입견으로 바뀌어 그의 작품에 다가가기 어려웠던 것 같다. 친구가 <칵테일, 러브, 좀비> 중 한 부분을 신나게 이야기해 주었을 때 '내 스타일이 아닌데'라며 쉽게 넘겼고, 작가의 다른 작품 추천도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위픽 시리즈에 조예은 작가 작품이 있어 도전해봤다.
- 내가 찾지 않으면 넌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거든
우영은 언제나 그랬다. 엄마와 아빠보다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그 어떤 친구들보다도
나에 대해 잘 알았다. 20년 후의 그 역시 알았을 것이다.
이딴 식으로 사라지면 내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12살 어린 정해는 외할머니와 함께 미아도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바위같이 단단한 산지기의 딸 우영을 만난다. 정해와 우영은 미아도에서 우정을 나눈다. 그러던 중 정해는 부모님의 다툼에 복수하고 싶어 숨바꼭질을 가장한 죽음을 계획한다. 하지만 어린 정해는 죽음의 기운이 자기에게 드리워지는 순간 곧바로 후회하게 된다.
‘죽고 싶지 않다.’ 정해의 생명이 위험해진 순간 우영이 정해를 찾아온다. 그렇게 둘은 무사히 구출된다. 우영은 정해에게 늘 '좋다'라고 말했다. 처음 맺은 우정이 너무 소중해서였을까, 아니면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대로 살아가는 정해를 동경해서였을까. 그렇게 둘은 더욱 가까워진다. 정해와 우영은 어떤 가족보다 친밀했고, 어떤 친구보다 각자를 잘 이해했다. 시간이 지나 정해는 육지로 돌아갔고, 그 둘의 우정은 영원할 것 같았지만 자연스럽게 서서히 멀어져 갔다.
우영이 보내려던 메시지는 딱 한 문장이었다.
‘우리 숨바꼭질 기억해?’
실종되었다는 바로 그날이었다.
정해는 우영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살이라고 했다. 우영이 바다에 뛰어들어 익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영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사람이 정해였다고 한다. 우영을 잘 아는 정해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정해는 의문스러운 우영의 죽음의 진실을 알기 위해 미아도로 들어가기로 한다.
- 이렇게 붙잡는다고 사람들이 모여?
우영은 허탈하게 웃으며 답했다.
- 세상에는 생각보다 미련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많더라. 슬픈 사람들은 더 많고.
정해는 어린 시절 미아도를 떠난 뒤에 우영을 한번 만난 적이 있었다. 정해가 두 번째 수능을 치른 다음 날 길거리에서 우영을 우연히 만났다. 우영은 '영산교'의 포교활동 중이었다. 미아도에 있는 산지기가 지켰던 그 산 영산에는 오래된 전설이 있었다. 죽은 자의 소지품이나 뼈를 그 산에 묻으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전설이었다. 영산교가 생기기 이전부터 그 전설을 믿고 영산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산주가 최양희로 바뀐 후에 '영산교'를 만들어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우영은 그 ‘영산교’의 포교활동을 하고 있었다.
- 그 사람들을 속이는 게 미안하진 않아? 우영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속이다니, 뭘?
-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준다는 게 속이는 거지 뭐야.
우영의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 난 그 사람들 속인 적 없어.
그리고 정해가 지금껏 보았던 얼굴 중 가장 차가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며 말했다.
- 넌 단 한 번도 내 말을 진심으로 믿은 적이 없구나.
우영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영산교를 알리는 일'을 한다고 했지만, 정해가 보기에 우영은 포교활동에 진심이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영산교'를 알렸다. 정해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속상한 마음에 우영에게 쓴소리를 했다. 아마도 우영은 정해의 쓴소리가 자신의 믿음에 대한 부정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평소 정해의 말에는 무조건 '좋다'라고만 대답하던 우영이 화를 내며 돌아섰다. 그리고 어느 날 우영에게서 연락이 온다.
산주님이 영산을 나한테 물려주셨거든. 영산교에는 영산이 필요하고 나는 가족이 필요해. 이건 합리적인 거래야.
우영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우영은 영산을 물려받은 이야기와 자신의 결혼 이야기를 전했다. 우영은 죽어서 영산에 묻히기를 바랐다. 그렇게 하려면 가족이 필요했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우영의 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우영은 혼자가 되었다. 그런 우영에게 산주 최함록이 영산을 물려주었다. 최함록의 딸 최양희는 영산이 필요했고, 그것을 위해 우영과 자신의 아들을 결혼시켰다. 그 결혼으로 우영은 가족을 얻고, 최양희는 영산을 얻었다. 우영에게는 말 그대로 합리적인 거래였다. 하지만 그 합리적인 거래는 우영의 남편 죽음으로 인해 흔들리게 되었다. 정해는 미아도로 들어오는 배에서 만난 ‘복은’에게 우영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영산을 욕심 내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정해는 최양희를 의심한다. 그리고 점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두 번째로 같이 보는 일출이야
그리고, 작게 덧붙였다
- 너랑 보는 바다가 제일 예쁜 것 같아.
정해는 끝내 우영 죽음의 진실을 알아낸다. 어린 시절 가장 아팠던 시기를 함께했던 친구의 죽음 진실을 찾아낸 것이다. 정해는 우영이 그렇게 바랐던 대로 영산에 그녀의 유품을 묻어준다. 우영이 영원히 그곳에 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정해는 우영을 애도했다.
이 책을 보고 거창하게 느낀 점이나 깨달음은 없었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사람의 그리움으로 장사를 하는 이들이 참 괘씸했지만, 그저 간간히 한숨을 내쉬게 하는 정도였다. 아무래도 단편소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요소들로 그러한 부분들이 다뤄지는 느낌이었다.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소설은 재미있었다. 글자가 이렇게 강렬한 이미지로 내 머릿속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혹시라도 섬을 나간 후의 정해를 상상하신다면,
미아도의 비밀을 간직한 채 현실로 돌아가 뻔뻔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떠올려주시길 바랍니다.
작가의 말 중
추천한다면
- 스릴러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글로 보는 스릴러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 요즘 핫한 작가 한 명쯤 알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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