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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폴리 POLLY / 파브리스 멜키오 저 / 이자벨 프랄롱 그림

dont-doze-off 2024. 5. 28. 22:52
  • 나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 내리다.
  • 세상은 흑과 백이 아니다.
  •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서두를 필요는 없어.

파블리스 멜키오, 이자벨 프랄롱 <POLLY> 표지

 

 

폴리 POLLY

  • 작가 : 파브리스 멜키오
  • 그림 : 이자벨 프랄롱
  • 번역 : 이정희, 강아름 
  • 출판사 : 목요일
  • 발행일 : 2023. 12. 10.
  • 국가 : 프랑스
  • 카테고리 분류 : 청소년 문학
  • 페이지 : 152쪽
  • 채널 : 종이책

 

작가 소개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연출가. 1972년 사부아주에서 태어났다. 40여 편이 넘는 희곡을 발표했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도 꾸준히 출판하고 있다. 아카데미 프랑세스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작품은 12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출판되었다.

 

 

그림 작가 소개

1967년 스위스 남부 발레주에서 태어났다. 밀라노에 있는 에우로뻬오 디자인 대학에서 공부한 뒤, 제네바에 정착하여 만화가 및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에서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 2011년, 2021년 퇴퍼상을 수상했다.

 

 

책 소개

2022 볼로냐 라가치상 청소년 만화 부문

2021 프랑스 페피트상 청소년 픽션 부문

2021 퇴퍼 코믹 어워드 제네바상

 

남들과 조금 다르게 태어난 주인공 폴리가

세상의 편견과 속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유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

 

이 책은 폴리에 관한 이야기이자,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폴리(poly)’는 그리스어에 뿌리를 둔 말로 ‘하나 이상의’ ‘많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폴리처럼 쉽게 정의 내리기 힘든 다면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세상이 정해 놓은 잣대, 몇 안 되는 선택지 안에 우리를 끼워 넣기를 강요받을 때가 많습니다. 조금만 다르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일쑤지요.

 

이 책의 말미에 폴리는 마침내 자유로운 심판 에르베를 만납니다. ‘자유로운 심판(libre arbitre)’은 프랑스어로 ‘자유 의지’ ‘자유로운 판단’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에르베는 축구 심판이면서, 판단하지 않는 사람, 어쩌면 폴리의 자유 의지를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에르베는 폴리에게 성별을 묻지 않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안 물어보나요?” “어떤 사람이냐고요. 전 알아요. 당신은 폴리잖아요.” 에르베는 처음으로 폴리를 있는 그대로 보아 준 사람이자, 폴리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를 건네준 존재입니다. 우리가 자유로운 심판 에르베가 될 수는 없을까요? 우리 자신에게, 다른 사람에게, 다른 존재에게 말이에요. 그렇다면 세상이 조금은 따뜻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출처 : 예스 24

 

첫 문장

엄마와 아빠는 아이의 성별을 미리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이 책은 그림책이다. 대부분의 장면이 초록색 팬으로 그려져 있다. 중간중간 형광펜으로 그린 듯한 노란색과 주황색이 사용된다. 책의 표지가 강렬했다. 폴리의 모습 위에 노란 형광펜이 슥슥 그어져 있다. 형광펜의 흔적이 번져 폴리의 표정을 제대로 알 수 없지만, 그 흔적이 눈물 같아 슬퍼 보인다. 책의 시작은 행복했다. 부부의 모습이 보였고, 곧 출산을 앞둔 모습이었다. 한 가족의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으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남자아이로 갑시다. 남자로 해요. 아이의 인생을 생각한다면 남자가 낫지 않아요?
남자는 더 강하고 자유로우니까. 스스로를 더 잘 지킬 수 있고, 인생에서 성공할 확률도 높잖아요. 그러니 남자!

 

폴리는 아주 특별한 아이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별을 알 수 없게 태어났다. 폴리는 남자이기도 했고, 여자이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한 의사는 미간이 넓고 눈썹이 일자로 붙어 있다. 우습게 생긴 그는 우스운 말을 했다. 그는 폴리를 자연의 실수라며 자신이 신이라도 된 것처럼 폴리를 단정 지었다. 본인이 폴리의 성별까지 지정했다. 다시 봐도 우스운 생김새에 우스운 말과 우스운 태도다.

 

 

 

 

폴리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는 폴리를 한참 동안 쳐다본다.
왜냐하면 우리는 구분하고, 정의하고, 분류하고, 결정하고, 정리해야만 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 단어들은 작은 물고기처럼 폴리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사람들은 폴리를 정의하고 싶어 했다. 남자 아니면 여자여야 하는데, 이 아이는 도대체 뭘까 궁금해했다. 세상에서 폴리는 이상한 아이였다. 아마 내 눈앞에 폴리가 있다면 나도 정의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원했을 것이고, 그 답의 선택지도 남자와 여자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폴리는 '남자'로 성별을 선택한다. 그것이 본인의 선택은 아니었다. 폴리에게는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제 폴리는 '남자'여야만 한다. 폴리의 부모님도 그런 상황이 혼란스럽고 무서웠다.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상황이 힘들었다. 그래도 폴리를 위해 이겨내고 잘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이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선택과 행동이 어려웠다. 폴리를 위해 엄마가 사준 인형 하나에도 아빠는 되묻는다, '그걸 사 줬다고?' 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줄게.
내 마음의 번개가 널 내려칠 거야.
널 산산조각 내 버릴 거라고.

 

폴리는 성장할수록 자신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점점 무언가를 알게 되는 시점이었던 것 같다. 그 다름으로 인해 본인은 타인에게 손가락질받거나 놀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폴리는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사촌이 자신의 다름을 이유로 놀리는 순간, 분노한다. 이 분노는 단지 사촌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단순한 분노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했고, 너무 즉각적이었다. 폴리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뭔가 모르는 다름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사촌이 자신의 다름을 이야기하는 순간, 모호했던 자신의 다름이 명확해져 분노하게 된 것은 아닐까.

 

 

 

 

세상은 구분하고, 정의하고, 분류하고, 결정하고, 정리한다.
세상은 오류나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싫어한다.
세상은 그런 것들을 고치려고 한다.

 

폴리는 일곱 살이 되던 해부터 '평범한 남자'가 되기 위한 수술을 받기 시작한다. 폴리의 신체는 '고쳐야 하는 몸'으로 정의되었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의사에게 계속 '살펴봄'을 당한다. 그는 폴리의 몸을 계속 열어본다. 고작 일곱 살의 폴리였다. 어린 폴리가 감당해야 할 두려움과 고통이 커 부모님은 걱정한다. 그리고 그 걱정을 의사에게 전했다. 그 일자 눈썹의 우스운 의사는 말한다. 폴리는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하고, 정착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평생 떠다닐 거라고. 그렇게 의사가 말한, 의사가 정의한 폴리의 제자리를 찾기 위해 폴리는 십 년 동안 세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갔다. 그리고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폴리는 여섯 시간이나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폴리는 의사의 말로는 '완전한 소년'이 되었다. 그 의사가 말한 '완전한 소년'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일까. 그 '완전한 소년'이라는 정의를 위해 너무 어린 폴리는 어떤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까. 그리고 그것은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전 남자가 아니에요!
...
전 그냥 저예요. 그거면 돼요.
딸도 아니고, 아들도 아니라고요. 

 

첫사랑이었던 루이종과의 이별 후, 폴리는 부모님을 찾아간다. 그리고 선언한다. 자신은 남자가 아닌, 인터섹스라고. 폴리는 자신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본인의 정체성을 찾기로 했다. 그런 폴리가 멋있으면서도 그 선택까지 얼마만큼의 고통, 불편한 사회의 인식, 아픈 부모님의 시선이 있었을지 가늠하기조차 힘들었다. 더 이상 그것들을 참아낼 자신도 이유도 없는 폴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하고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선언했다. 그 이후 더 또 다른 어려움과 고난이 폴리 앞에 서 있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하고 그렇게 살겠다고 선언했지만, 사회는 폴리를 쉽게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폴리는 직장을 찾는 것도, 친구를 찾는 것도, 연인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본인의 정체성을 선언한 이상 세상의 선택지와는 다른 선택을 해야 했고, 그런 다름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다. 폴리는 계속해서 본인의 정체성을 설명해야 했다. 그렇게 폴리는 서른이 되었다. ‘폴리는 스스로 무리를 만들었다’라고 책에는 쓰여 있었지만, 사실 폴리는 고립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티 마나를 만났다. 티 마나와 폴리의 대화는 나에게 어려웠다. 지금도 백 퍼센트 이해하지는 못했다. 티 마나가 폴리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티 마나는 폴리에게 여성인지 남성인지 묻는다. 그리고 폴리는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다고 대답한다. 티 마나는 짜장면이 좋냐 짬뽕이 좋냐는 물음인 듯, 폴리의 대답을 듣고 본인 할 말을 한다. 폴리의 정체성, 폴리의 성별이 그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것이 대단한 일처럼 보이지 않고, 일상의 이야기처럼 넘겨버린다.

 

 

 

 

우리가 이해하려고 서두르면, 우린 황금 들판에서 뒹굴게 될 거야.
항아리에 물을 계속 담다보며 결국 깨지게 마련이니까

 

티 마나는 폴리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받아들였다. '그렇군. 그래, 패스' 이렇게. 그리고 폴리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했다. 폴리는 티 마나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티 마나는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답했다. 쉽게 이해하려 하지 말라고. 우리는 서로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우리 각자는 다르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임을 서로가 인정한다면 조금 더 타인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냥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정의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폴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티 마나는 '말 자체에 충실하자'라고 이야기한다. 말속에 어떤 의미를 담거나 비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어른이라면 말 자체에 충실하자고. 문자가 가진 의미를 따르자고. 그 이야기를 들은 폴리는 말한다. '말이 가진 의미를 따르자' 그 말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아프게 해 온 말이라고. '넌 남자야' 이 말은 폴리를 아프게 해 왔다. 그 속에 담긴 의미대로 살아가야 했다. 처음부터 그 말은 폴리에게 틀린 말이었기에 폴리는 그 말이 가진 의미를 따르는 것이 힘들었던 것 아닐까. 폴리는 자신이 좋아했던 말의 의미에 충실하기로 한다.

'시간을 죽이다'

'길을 떠나자, 시몬.'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안 물어보나요?
어떤 사람이냐고요?
전 알아요. 당신은 폴리잖아요.

 

폴리는 자유로운 심판 에르베를 찾는다. 그리고 만남을 약속한다. 폴리의 내일은 알 수 없다. 다만 폴리가 자유롭고 즐겁게 세상을 떠다녔으면 좋겠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가 아니면 정착하지 말고, 본인의 듯대로 평생 떠다녔으면 좋겠다. 행복하게. 타인의 이해를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하고 진정한 폴리의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폴리만의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구분하고, 정의하고, 분류하고, 결정하고, 정리해야만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단어들은 작은 물고기처럼 폴리의 손을 빠져나간다.




 

추천한다면

  • 내가 아이의 엄마라면 꼭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보고 싶다.
  •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 행복해지고자 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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