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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위픽 wefic / 우주 대전의 끝 / 곽재식

dont-doze-off 2024. 6. 2. 20:37
  • 송진혁 정말 당신은 대단한 사람
  • 석구인들 우주골치한테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 가끔 이런 소설이 내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곽재식 작가 <우주 대전의 끝> 표지

 

 

위픽 wefic - 우주 대전의 끝

  • 작가 : 곽재식
  • 출판사 : 위즈덤 하우스
  • 발행일 : 2023. 04. 12.
  • 국가 : 대한민국
  • 카테고리 분류 : 한국 단편소설
  • 페이지 : 68쪽
  • 채널 : 종이책

 

작가 소개

작가이자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 공학 학사 학위와 화학 석사 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단편소설 〈토끼의 아리아〉가 MBC 〈베스트극장〉에서 영상화된 이후 《지상 최대의 내기》, 《신라 공주 해적전》,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등 다수의 소설을 펴냈다. 인문과학 교양서로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휴가 갈 땐 주기율표》,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외 여러 권, 글 쓰는 이들을 위한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최근작으로는 《슈퍼 스페이스 실록》, 《미래 법정》이 있다. 한편 EBS 〈인물사담회〉, KBS 라디오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과학 지식으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책 소개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곽재식이 들려주는 8억 년짜리 우주 대전

 

기후위기부터 도시, 괴물, SF까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곽재식의 신작 소설 『우주 대전의 끝』이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우주 대전의 끝』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규모의 우주,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8억 년에 걸친 우주 대전과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 송진혁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출처 : 예스 24

 

첫 문장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1억 5천만 킬로미터 정도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이 책은 괴상하다. 송진혁이라는 사람이 먼저 등장한다. 이 사람 웃기다. 송진혁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작심삼일’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쓰고 싶지 않지만 대체할 만한 단어가 없다. 이 사람은 관종이다. 자동차를 타고 우주로 나갈 계획을 한다. 그 계획은 계속 실패를 하지만, 그는 또 계획을 한다. 그 실패가 아슬아슬한 실패도 아니다. 그냥 완전한 실패다. 늘 3일 만에 포기를 하니까. 그런데도 계속 다시 계획을 하고, 목적지를 점점 멀리 잡는다. 매번 시작할 때 그는 말한다. “그래도 시작이 반 아니겠습니까?” 리뷰를 정리하면서도 난 정말 이 사람이 너무 웃기다.

 

 

 

 

우주 전체에서 지구가 어디인지를 말해야죠. 그러니까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처녀자리 은하단 국부 은하군 은하수 은하계 태양계 지구 대한민국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이라고요. 이렇게 말해야 정확하고, 또 예의 바른 대답이 아닐까요?

 

 

내 앞에서 누군가 본인의 주소를 저렇게 말한다면 난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송진혁의 주소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처녀자리 은하단 국부 은하군 은하수 은하계 태양계 지구 대한민국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이다. ㅋㅋㅋ 아 나는 또 웃기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가 있겠지, 어떤 역사가 있는 사람일 거야 생각했지만 그냥 관종에 웃긴 사람이다. 이 사람에게 맥락은 없다. 그저 저런 이야기를 한 뒤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자기만족을 얻는다. ‘타인보다 더 큰 세계를 생각하는 사람이니 나는 더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는 인물이다.

 

 

 

 

- 왜 우주 골치라는 이름을 붙이셨지요?
- 상당히 골치 아픈 현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주인공이 있다. 우주골치와 석구인. ‘석구인’이라는 지칭이 나와서 손석구 생각이 났다. 기분은 좋았다. 이상한 책을 읽다 보니, 나도 이상해졌다. 아무튼 우주골치는 우주의 전지전능한 신, 그 무언가 같다. 아주 자세하고 독특한 설명이 있었지만 나는 이해하지 못했고, 그냥 신으로 받아들였다. ‘전지전능’과 ‘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하는 행동이 철딱서니 없다는 느낌은 들지만, 신은 원래 장난꾸러기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우주골치는 우주의 신이다. 골치 덩이 신. 이 신을 찾아낸 외계인들이 석구인이다. 이 신은 종종 석구인의 바람을 랜덤으로 들어주었다. 이게 문제였다. 소원을 랜덤으로 선택한다는 것.

 

 

 

 

이것이 석구인들 사이에 ‘최후의 전쟁’이라는 이름이 붙은 석구와 우주 골치 사이의 대전쟁이다. 전쟁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 한 것이, 석구인들이 우주 구석구석을 공격하고 다니면 점점 쪼그라든 우주 골치가 다양한 방식으로 석구인들을 겁주는 쇼를 보여주면서, “이제 나 그만 괴롭히고 좀 착하게 살아라”라고 이야기하는 게 거의 전부이긴 했다. 그러면 석구인들은 언제나,

“너를 괴롭히는 게 착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놈아!”

라고 응답하며 더욱 거세게 공격했다. 

 

석구인은 자신들의 바람을 랜덤으로 들어주는 우주골치가 짜증났다. 그래서 우주골치와의 최후의 전쟁을 진행한다. 처음엔 우주골치가 이기는 듯했지만, 오랜 시간 이어진 전쟁으로 우주골치의 힘은 점점 약해졌다. 그리고 도망쳐 들어간 곳이 바로 송진혁의 뇌이다. 우주대전의 끝이 보이는 순간, 그 최후의 순간에 우주 최고 관종과 우주 골치가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석구인은 우주골치를 끝내기 위해 지구인과 협의하여 우주 관종에게 ‘너 죽으렴’을 요청한다.

 

 

 

 

저희는 저 녀석에게 다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뇌에 행복감을 주는 장치부터 한 번 경험하게 해 줄 거예요. 엄청나게 막강한 행복을 느끼겠죠. 그게 없어진 다음에 느껴지는 평범한 기분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거예요. 그러면 뭐라고 하겠어요? 한 번만, 딱 한 번만 그 느낌을 다시 맛보게 해달라고 애걸할 거라고요. 그때 선심 쓰듯이 목숨을 달라, 두뇌를 달라,라고 하면 돼요. 결국 결과는 서로에게 좋은 거니까.

 

석구인은 우주골치를 찾아낸 외계인들답게 참 똑똑했다. 냉철하기도 했다. 사실 우주골치가 조금 더 인간다운 캐릭터라 정이 갔지만, 하필 들어간 곳이 송진혁이라니. 우주골치도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조금 더 좋은 곳은 없었을까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우주 대전의 끝>을 읽으면서 "뭔 이런 이야기가 다 있나. 이런 생각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낯선 기분과 궁금증이 나는 유쾌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어이없는 장면 장면에서 꽤 많이 웃었던 작품이다. 그걸로 충분했다. 아, 참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구나. 기분이 좋았다. 어서 위픽 시리즈를 다 보고 싶다. 석구인과 우주골치를 알게 된 것처럼 또 다른 세계가 무진장 펼쳐질 것 같아 너무 기대된다.

 

 

 


 

추천한다면

  • 허무한 개그를 좋아하는 당신, 송진혁에게 도전하세요. 
  • 워낙 짧은 소설이라 시간이 없는 직장인의 독서 만족을 위한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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