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0. 21:55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책
- 시작하는 사람의 어리숙함을 생각하게 된다.
- <나의 해방일지> 화장품 매장 버전 이야기
- 버티는건 참 힘든일이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
- 작가 :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24. 05. 01.
- 국가 : 대한민국
- 카테고리 분류 : 한국 단편소설
- 페이지 : 268쪽
- 채널 : 종이책
책 소개
혼자 힘으로 돈을 벌어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린다는 것
그 혹독하고 숭고한 일에 몸과 마음을 쏟아붓고 있는
우리 모두의 매일매일에 대하여
월급사실주의 소설 동인의
지극히 현실적인 밥벌이 이야기 그 두번째!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월급사실주의 2024』가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이다.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촉발된 이 움직임은 2023년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출간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이 동인이 내놓는 두번째 결과물이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합류한 작가는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이다. 사회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감지해 온 작가들이 작심하고 직장을 무대로 써낸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산문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남궁인, 천현우 작가가 성공적으로 완성해 낸 첫 단편소설이 수록된 점, 『아몬드』 『서른의 반격』 등의 장편소설로 사회적 약자들이 세계와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을 포착해 온 손원평의 최신작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책의 제목은 소설가 임현석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이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내놓아야 하는 노동시장에서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인간적인 갈등 관계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힘을 지닌 제목이다. 제목이 그러하듯 이 책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소설 역시 다양한 삶의 현장을 핍진하게 그려내며 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늘 하루도 애쓰고 있는 모든 일하는 존재들을 위한 이 책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추어 발행된다.
출처 : 예스 24
작가 소개
임현석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무료나눔 대화법」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04.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프랜차이즈 #본사 vs 점주 #인성 vs 수완 #조직 생활
첫 문장
회사에서 받은 차는 주행중에 바닥이 덜컹거리면서 튀었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주인공 진영은 화장품 회사에서 가맹점을 관리하는 본사 직원이다. 이야기는 진영이 신규 점주인 선영의 매장을 지원하는 기간 동안의 에피소드와 진영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회사를 다니며 너스레 실력과 점주의 호감을 얻는 노하우만 늘어가는 진영은 오랫동안 쌓아온 자신의 방식으로 선영의 호감을 쉽게 산다.
사실 진영은 선영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쩌자고 이런 곳에 매장을 차렸는지.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곳은 매장을 차릴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안 그래도 온라인 사업이 활발해지며 본사에서도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마당에 이런 입지에 신규 매장이라니. 진영은 선영을 도와주고 매장이 잘되도록 응원하는 역할이었지만, 잘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진영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했다. 진심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그는 열심히 선영을 도우며 선영이 혼자서도 충분히 이곳을 꾸려갈 수 있게 도왔다. 그리고 신규 가맹점 지원 기간 마지막 날, 그는 선영에게 최선의 호의와 진심을 담아 “잘 버텨야죠, 뭐.”라고 말했다. 아마 마지막 날 선영에게 건넨 진영의 말은 모두 진심이었을 것이다.
이후 진영은 회식 자리에서 상사의 뼈 있는 농담에 웃지 않았다. 인성이 좋아 보이는 웃음을 보여주지 않고, 잠시 아무 표정이 없는 사람이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아마 선영과 또 다른 가맹점에서 열심히 버티고 있는 이들이 생각났기 때문은 아닐까.
젊은 분이 고생하시니까. 나도 점주님처럼 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있었는데 마음이 짠하겠어요, 안하겠어요. 그쵸?
짠하긴. 옛나 일을 생각하면 미숙했던 시간들에 진저리가 났다. 그땐 항상 안절부절못했고, 모든게 어색하기만 했다.
...
이젠 어리숙한 사람도 싫었다. 이미 지나쳐온 날들을 떠올리게 하니까.
-
그러나 진영은 버티다가 잘된 점포를 알지 못한다. 거기엔 분명 얼마간은 점주 잘못도 있다고 생각했다. 부주의하거나 무능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요령 없고 실력 없는 사람들. 안타깝지만 그들까지 구제할 방법은 없다고,진영은 생각했다. 따지자면, 선영도 그런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
무슨 하소연이든 하면 다 받아주고. 우리도 죽는소리할 땐 그쪽도 받아줘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거지. 순오는 점주 마음속에 수시로 빚을 얹으라고 했다.
-
그 세계엔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는 어머니와 주물 공장에서 공장장이라는 허울 좋은 직함을 달았으나 봉급이 오르지 않는 아버지가 있다. 진영은 그들을 보는 동안 삶이란 성장의 축적이 아니라 그저 그때그때 문제를 안고 육박하는 것일 뿐이며, 어떤 삶은 개선되지 않고 줄곧 서툰 채로 흘러만간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는 그 세계를 실감할 때 진저리쳤다.
...
진영은 그 곳을 빠져나올 때마다 어떤 고양감을 느꼈다. 자신이 벗어난 세계를 돌아보면, 안도가 되기 때문이었다.
-
이 일을 하다보면 자신이 알고 있는 좌표 밖에도 가끔 점이 찍혔다. 진영은 방문판매에 대해선 잘 몰랐다. 자신이 모르는 세계를 마주칠 때마다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
우리 팩이랑 마스크도 진짜 좋은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이 팩 썼거든요. 이거 친구들이랑 같이 했다가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줄곧 색조 빼곤 여기거만 써요. 가게 차릴 때도 그래서 여기로 한거예요. 진영은 그말을 듣고 놀란 표정이 됐다. 진영은 구내식당에서 숟가락을 내려놓고 순오에게 물었다.
“우리 화장품 좋아하세요?”
“좋으니까 다니지.”
“아뇨, 직장 말고 제품. 화장품. 잘 팔리고 말고를 떠나서, 그냥 좋아할 수도 있어요?
”안팔리면 왜 좋겠어“
-
점주들의 하소연을 듣다보면, 언제나 매뉴얼을 넘어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그러나 그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위안을 건네는 요령 같은 건 배운 적이 없었고, 무슨 일이 생겨도 너무 놀라지 말라는 말밖엔 그때 달리 할말이 없었다.
....
최선의 호의를 담고 싶어서 말을 고르고 골랐다. 그가 그날 가게를 나오면서 했던 말은 이랬다. ”잘 버텨야죠, 뭐.“
-
뚜벅 추천 지수 : 80%
조용조용 진행되는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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