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1. 21:33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책
- 시작하는 사람의 어리숙함을 생각하게 된다.
- <나의 해방일지> 화장품 매장 버전 이야기
- 버티는건 참 힘든일이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
- 작가 :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24. 05. 01.
- 국가 : 대한민국
- 카테고리 분류 : 한국 단편소설
- 페이지 : 268쪽
- 채널 : 종이책
책 소개
혼자 힘으로 돈을 벌어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린다는 것
그 혹독하고 숭고한 일에 몸과 마음을 쏟아붓고 있는
우리 모두의 매일매일에 대하여
월급사실주의 소설 동인의
지극히 현실적인 밥벌이 이야기 그 두번째!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월급사실주의 2024』가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이다.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촉발된 이 움직임은 2023년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출간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이 동인이 내놓는 두번째 결과물이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합류한 작가는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이다. 사회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감지해 온 작가들이 작심하고 직장을 무대로 써낸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산문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남궁인, 천현우 작가가 성공적으로 완성해 낸 첫 단편소설이 수록된 점, 『아몬드』 『서른의 반격』 등의 장편소설로 사회적 약자들이 세계와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을 포착해 온 손원평의 최신작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책의 제목은 소설가 임현석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이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내놓아야 하는 노동시장에서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인간적인 갈등 관계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힘을 지닌 제목이다. 제목이 그러하듯 이 책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소설 역시 다양한 삶의 현장을 핍진하게 그려내며 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늘 하루도 애쓰고 있는 모든 일하는 존재들을 위한 이 책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추어 발행된다.
출처 : 예스 24
작가 소개
정아은
1975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엔 은행원과 컨설턴트, 통·번역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2013년, 잦은 이직 경향과 경쟁 분위기에서 생존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상을 담아낸 장편소설 『모던하트』로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는 한국 교육의 난맥상과 그에 얽혀 형성되는 공간사를 그린 『잠실동 사람들』, 외모가 화폐처럼 작동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을 담은 『맨얼굴의 사랑』, 대중의 광기와 지식인의 위선을 형상화한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사회의 규범에서 깨어난 여성의 초상을 그린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을 썼다. 에세이로는 ‘좋은 엄마’라는 강박관념과 사회에 정립된 고정적인 모성상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한 『엄마의 독서』, 자신의 노동을 노동이라 말하지 못하는 ‘주부’의 사회적 위치를 자본주의의 역사와 엮어 조망한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문학과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사랑’의 개념과 의미를 풀어낸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을 썼다.
사춘기를 맞기 전 전두환의 1980년대를 길게 통과했고, 공기 중에 비밀과 불안이 가득했던 시공간에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왔다. 그 호기심은 성인이 된 후 사회와 국가, 권력과 정치와 역사에 관한 고민과 탐구로 이어졌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2021년 11월 23일 세상을 떠난 어느 문제적 인물의 삶과 그를 끝내 단죄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근원적 모순을 풀어가는 기나긴 여정이다.
05. 두 친구
#간호조무사 #위계 서열 #친구의 사생활
첫 문장
침상에 누운 여자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지현은 병원에서 조무사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한 여자가 빙판길에 넘어져 어깨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고, 이 환자는 꽤 까탈스럽고 소란스러웠다. 시간이 조금 지나 지현은 그 환자가 자신의 중학생 시절 잠깐 우정을 나누었던 이승미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승미의 입원으로 소환된 그들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다.
승미는 중학생 시절 세련되게 자신을 표현할 줄 알고, 상대가 호감을 품게 만드는 아이였다. 그녀는 그녀의 매력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엄친딸’이었다. 그런 승미는 지현에게 먼저 과장된 친근감을 표시했고, 그들은 그렇게 친구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교내 이슈로 두 사람의 친분은 깨졌다.
성인이 된 승미는 여전한 사람이었다. 환자로 입원한 승미는 소소하게 병원 측과 실랑이를 벌였다. 스스로 이해되지 않는 모든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중학생 시절의 모습과 같았다. 예전과 같은 모습은 병동 안에서도 보였다. 그녀 특유의 매력으로 같은 병실의 환자들과 이미 유대 관계를 형성했다. 병동에서 다른 환자들과 어울리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승미. 지현은 그곳에서 업무를 처리하다가 승미에게 과자를 건네며 대화하는 순간, 승미 역시 지현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현은 승미의 질문에 대답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난다.
과거 지현은 열심히 공부했다. 그녀의 노력으로 대학 졸업 후 외국계 명품 회사에 입사했다. 대학 동기 중 지현만큼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은 없었고, 그 시절 그녀는 어디에서든 당당했다. 그녀는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고, 그런 환경에서 어머니는 지현을 어떻게든 뒷받침해 주었으며, 지현은 그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다. 외국계 명품 회사 입사는 어머니와 지현의 오랜 인내의 결실이었다. S사 입사 이후 그녀는 점점 밝은 성격이 되었고, 그 시절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그녀는 큰딸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때 회사를 그만두었다. 남편의 수입이 높았고, 아이 곁에 있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사직 후 양가 부모님이 차례로 아프시고, 남편 역시 불미스러운 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그녀가 사직한 지 이 년이 채 되지 않아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게 되었다. 그런 생계 걱정은 가족의 분열로 이어졌고, 지현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조무사가 되었다.
승미는 퇴원 후 지현에게 카톡으로 선물을 보낸다. 고마웠다며 언제 한번 만나자는 카톡이었다. 지현은 승미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준 기억이 없기에, 이 카톡이 오기까지의 과정에서 승미의 행동이 그려져 기분이 나빴다. 선물은 수락하지 않았고 답변도 하지 않았다. 카톡을 받고 이틀 뒤, 포털에서 승미의 기사를 보게 되고, 지현은 카톡 선물함을 열었다. 지현에게 승미는 어떤 의미였을까. 지현은 승미를 만났을까? 지현은 승미의 선물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병원에 막 들어온 환자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사고를 당한 충격과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고통, 일상이 산산조각 나버린 데서 오는 당황스러움을 소화하지 못하고 온몸으로 절망감을 뿜어낸다.
-
환자들은 우리가 봉인 줄 아나봐요. 제가 의사였어도 저런 식으로 말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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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못 본 척해도 너는 옆에 있어줄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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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이 보기에 교련과 승미 중 강자는 승미였다. 겉보기에 교련이 강자처럼, 승미가 약자처럼 보였지만, 지현이 보기에는 그 반대였다.
.....
그것은 승미라는 인물의 핵심을 이루는 어떤 기운이었다. 기세 혹은 기질이라고 할 수 있을 어떤 덩어리. 지현은 그 덩어리에 거부감을 느꼈다. 강력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네가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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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승미의 에너지에 압도당했던 것일까. 불현듯 지현은 자신이 교련 사건 때 승미를 외면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것은 일종의 반항이었을 것이다. 승미의 기질, 승미의 야망, 승미의 흡인력에 대한 총체적인 저항 같은 것. 자신은 꿈도 꿀 수 없는 잉여의 에너지를 양껏 뿜어내는 타인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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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아 고마웠어.
우리 언제 한번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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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추천 지수 : 85%
인생 참 한 치 앞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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