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7. 21:20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영화
- 한글 제목은 왜 이런 거지
- 캐스팅이 다해버렸다.
- 귀여운 로맨스 우쭈쭈
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 Red, White & Royal Blue, 2023
- 출시 : 2023. 08. 11
- 국가 : 미국
- 장르 : 코미디, 로맨스, LGBTQ
- 등급 : 16세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2시간 1분
- 감독 : 매슈 로페스
- 출연 : 테일러 자카르 페레즈, 니콜라스 갈라친, 우마 서먼 등
- 채널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 로튼토마토 : 신선도 75%, 팝콘 92%
- IMDb : 6.3
줄거리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원작의 ‘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은 미국 대통령의 아들 알렉스와 영국의 헨리 왕자의 이야기다. 두 라이벌의 오랜 불화가 미-영 관계를 위협하자 이들은 사이가 좋은 척 연기하기를 강요받는다. 그러면서 둘의 냉랭한 관계는 서서히 녹아내리고 예상치도 못했던 불꽃이 둘 사이에 활활 타오른다.
출처 : 프라임 비디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1. 주인공이 다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두 주인공 테일러 자카르 페레즈와 니콜라스 갈리친이다. 테일러 자카르 페레즈는 얼굴이 익숙해 찾아보니 넷플릭스 '키싱 부스'에 출연했던 배우였다. 사실 그때는 이 배우의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땐 제이콥 엘로디의 매력이 압도적이었기에 조이 킹이 왜 저러나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영화를 보기 전이지. 나란 사람은 이 배우의 매력을 너무나 늦게 알았다.
두 배우들은 영국과 미국의 이미지를 함께 상징하면서 각각의 매력을 발산한다.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매력의 미국 대통령 아들인 알렉스(테일러 자카르 페레즈)와 우아하고 품위 있으면서 클래식한 매력을 보여주는 영국 왕자 헨리(니콜라스 갈리친)는 각각의 나라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매력적인 남자 모습에 녹여낸 것 같았다.
이 두 배우의 연기가 보여주는 것은 노련한 사랑이 아닌 풋풋하고 귀여운 사랑이라, 부담 없이 장면 장면을 즐기며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니콜라스 갈리친은 역시 두 번째로 보는 배우다. 앤 해서웨이와 함께한 '너란 개념'에서 처음 봤는데, 그 영화보다 이 영화에서의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더 인상 깊었다. 필모에 뮤지컬 영화가 많은 걸 보니 '너란 개념'의 배역에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였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이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내가 영화를 보며 느꼈던 긍정적인 느낌의 절반도 못 채웠을 것 같다. 대단한 내용이나 구성은 아니었기에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가장 컸던 영화였다. 그 재미를 충분히 만족시켜준 두 배우였다. 앞으로도 이 두 배우의 영화라면 일단 흥미를 가지게 될 것 같다.
2. 가장 좋아하는 장면
두 배우의 매력 못지않게 빛을 발하는 캐릭터가 있었으니, 알렉스의 어머니이자 미국 대통령 역할을 맡은 우마 서먼이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대통령이자 아들을 사랑하고 가족을 아끼는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알렉스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어머니에게 고백하는 순간이다.
유교 국가 대한민국의 성인으로서, 알렉스가 어머니이자 미국 대통령에게 그 고백을 할 때 나는 조마조마했다. 어떤 분노나 실망감을 표출할까 나도 모르게 부정적 반응을 예상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엘런(우마 서먼)은 비서에게 피자 한 판을 가져다 달라 부탁하며 아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아들이 앞으로 사랑을 하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잊지 말아야 할 조언들을 해준다. 그 조언은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이지 않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성교육까지 이어진다. 너무나 좋은 엄마이자 어른다운 모습이었다.
나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솔직히 쉽지 않을 것 같다. 당황스러울 것 같고. 그래서 이 장면이 더 인상적이었고, 스스로 가지고 있던 성 정체성에 대한 개념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게 주입되어 성장해 왔기에 '다름'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내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한다면,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나의 생각과 의견은 필요 없다. 그저 응원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튼 우마 서먼이 너무 멋있었다.
3. 끝으로
영화는 재미있게 봤다. 나는 장르별로 영화를 몰아보는 편인데, 이때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 시즌이었다. 2, 3일 동안 꽤 많은 영화를 몰아봤는데 기대도 안 했던 이 영화가 가장 재미있었다. 설레기도 했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대단한 내용은 없다. 사실 엉성하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이야기 얼개는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배우들이 일단 압도적이기에 이 영화는 무조건 성공이었다.
나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 어떤 것보다 배우의 매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조금 엉성해도 배우의 매력으로 충분히 이 영화의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내용이 조금만 더 탄탄했다면 더 인기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지만, 이미 이 영화는 대단한 성공을 했다고 한다.
어쨌든 너무 재미있었고, 찬란한 영화를 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뚜벅 추천 지수 : 85%
주말에 본 킬링타임 중에서 단연 1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