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6. 23:22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영화
미국 대통령 아들과 영국 왕자의 로맨스라니, 게다가 주인공들의 비주얼이 아주 호사스럽다. 알고 보니 유명한 소설 원작 작품이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영화화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 Red, White & Royal Blue, 2023
- 출시 : 2023. 08. 11
- 국가 : 미국
- 장르 : 코미디, 로맨스, LGBTQ
- 등급 : 16세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2시간 1분
- 감독 : 매슈 로페스
- 출연 : 테일러 자카르 페레즈, 니콜라스 갈라친, 우마 서먼 등
- 채널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 로튼토마토 : 신선도 75%, 팝콘 92%
- IMDb : 6.3
줄거리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원작의 ‘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은 미국 대통령의 아들 알렉스와 영국의 헨리 왕자의 이야기다. 두 라이벌의 오랜 불화가 미-영 관계를 위협하자 이들은 사이가 좋은 척 연기하기를 강요받는다. 그러면서 둘의 냉랭한 관계는 서서히 녹아내리고 예상치도 못했던 불꽃이 둘 사이에 활활 타오른다.
출처 : 프라임 비디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영국 왕위 계승자 필립 왕자의 결혼식 피로연에 영국의 '국민 왕자' 헨리와 미국 대통령의 아들 알렉스 클레어몬트-디아즈가 참석한다. 알렉스는 언론에서 자신과 헨리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이 불편한 상태다. 첫 만남부터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헨리의 차가운 인사에 알렉스는 술을 과하게 마신다. 취기가 오른 알렉스는 헨리에게 다가가 주정을 부리게 되고, 둘의 티격태격은 결국 웨딩 케이크를 무너뜨리는 사고로 이어진다. 이 장면은 전 세계 미디어에 퍼지고,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미영 동맹 관계와 헨리 어머니의 대통령 재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외교 문제로 비화된다.
사태 수습을 위해 알렉스는 영국으로 건너가고, 양국은 두 사람을 오랜 친구 사이로 포장하기로 한다.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알렉스와 젠틀하고 단정한 헨리의 대비되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둘은 공식 일정을 함께 수행하며 실수를 만회하려 노력하고, 어린이 병원 방문 중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좁은 창고에 함께 갇히게 된다.
- 상탈33 뿌렸나?
- 그래.
- 말되네.
- 무슨 뜻이야.
- 취향이 고급이라고.
- 고맙다.
- 대체 날 왜 싫어해?
- 멜버른 기후 회의 첫날밤 파티에서 내가 인사했더니 바퀴벌레 보듯 봤잖아 그러고는 시종무관에게 여기서 꺼내 달랬지.
- 들은 줄 몰랐어.
- 무례했단 건 아나 봐?
- 정중하지 못했어. 그리고 또? 설마 그게 다는 아니겠지. 맙소사, 그게 전부구나.
좁은 창고에서 두 사람은 짧은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정한 관계의 시작점을 맞이한다. "상탈33을 뿌렸냐"는 헨리의 말은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르라보의 상탈33을 시향 하며 '아, 알렉스가 이런 향이었겠구나' 생각했던 주책스러운 순간이 있었다.) 다행히 '펑' 소리의 정체는 아이들의 폭죽이었고, 알렉스는 헨리를 신년 파티에 초대하고 헤어진다.
그날 이후 헨리와 알렉스의 '우정을 가장한 썸'이 시작된다. 영국과 미국이라는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둘은 마치 함께 있는 듯한 시간을 보낸다. 이 부분의 편집은 꽤나 귀여워서 실제 또래들의 연애를 보는 듯했다. '저게 썸이지 어떻게 우정이냐' 싶을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상대가 궁금하고, 계속 생각나고, 사소한 것도 함께하고 싶어 하는 모습...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 대한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신년 파티날 헨리가 약속대로 방문한다. 그들은 계속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헨리는 이런 파티 분위기가 낯설고, 알렉스는 많은 여자들 속에서도 자꾸 헨리가 신경 쓰인다. 춤추는 장면에서는 마치 두 사람만 존재하는 듯한 편집이 귀여움을 더한다.
새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새해가 되자 많은 여자들이 알렉스와 입맞춤을 한다. 이를 지켜보던 헨리는 결국 아무 말 없이 파티장을 떠나버린다.
- 그런 생각해봤어? 만약 네가 평범했다면 어땠을지.
- 난 평범했어, 인생 대부분을 노동 계급의 자녀로 살았지 그러다 엄마가 대통령이 됐고. 어떻게 살고 싶은데?
- 작가가 돼서 파리에서 살겠지 데이트도 많이 하고.
- 데이트할 사람은 지금도 줄 서 있지 않아?
- 그런 사람들은 관심 없어. 진짜 관심 있는 사람은 만날 수가 없지.
- 무슨 말인지 감도 안 온다.
- 눈치가 더럽게 없군.
알렉스가 헨리를 찾아나서고, 헨리는 키스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고백 이후 헨리는 알렉스의 연락을 받지 않는다. 그들이 공식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는 총리 만찬날이 다가오고, 알렉스는 행사에 집중하지 못한 채 헨리만을 기다린다. 헨리는 여자 수행원에게 부탁해 알렉스와 단둘이 만날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하고, 두 사람은 레드룸에서 재회한다.
잇츠 쇼타임.
뜨겁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그들. 진한 키스 신은 야하다기보다 귀엽고 풋풋한 느낌이라 재미있게 봤다. 이 요망한 것들, 귀엽군. 이 요망한 커플의 애정 신은 계속 이어졌다.
-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어도 좋겠다.
- 동감이야.
- 물론 진지한 관계로 발전해선 안 되겠지.
- 그럼, 보는 눈이 많으니까.
- 나랑 사랑에 빠지진 않았으면 해.
ㅋㅋㅋㅋㅋㅋㅋ 아 놔, 귀여운 것들! ㅋㅋㅋㅋㅋㅋㅋ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티격태격하며 다음 달 윈저에서의 만남을 약속하고 헤어진다. 그렇게 그들의 연애는 달달하게 계속되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헨리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사랑을 나누었다.'
- 혹시 그런 생각해봤어? 대통령 아들이 아니거나 가족이 정치인이 아니면 좋겠다고.
- 난 오히려 더 돕고 싶어. 힘든 선거가 될 거야.
- 진심으로 즐기는구나?
- 응, 진심이야. 다른 사람을 돕는 데 내 삶을 바치고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 인생을 바꾸잖아. 물론 평생을 바쳐야겠지.
자신의 자리가 버거운 헨리와는 달리, 알렉스는 대통령인 어머니를 도와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다. 미국 이민자였던 아버지가 갖지 못했던 기회를 자신이 얻었기에, 그 힘으로 사람들을 돕고 싶어 했다.
과거 알렉스는 기자와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 기자와 대화 중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이야기했고, 그 내용이 기자의 트윗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대통령인 어머니와 문제가 생긴다. 알렉스는 고향인 텍사스에서 어머니의 선거 운동을 진행하고 싶어 했다. 처음에 어머니는 알렉스의 전략을 신뢰하지 못했지만, 그의 전략 보고서를 확인한 후에는 텍사스 선거 운동을 맡기게 된다.
그렇게 알렉스는 텍사스에서 선거 운동과 장거리 연애를 함께 이어간다. 텍사스를 찾아온 헨리와 뜨거운 밤을 보낸 후, 알렉스는 에게 둘의 관계를 들키게 된다. 결국 알렉스는 대통령인 어머니에게 자신의 정체성과 헨리와의 관계를 고백하기에 이른다.
- 만나는 사람이 있어요.
- 그게 다야? 너무 잘됐다. 그게 선거랑 무슨 상관인데? 혹시 공화당원 아가씨니?
- 아니요. 아가씨가 아니라 도련님이고 그 도련님이 헨리예요.
- 영국 왕자 헨리?
- 네. 전..
- (전화하며) 피자 좀 갖다 줘요.
- 그래서 넌 게이니 양성애자니? 유동장이야? 범성애자? 퀴어?
- 진정하세요. 양성애자예요.
- 좋아. 성 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양성애자도 한몫하지.
- 네, 감사해요.
- 이럴 줄 알았다면 널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을 텐데. 엄마가 조언 하나 해도 될까?
- 당연하죠.
- 관계가 더 발전하기 전에 헨리를 향한 감정이 일시적인지 아닌지 확인해. 이런 관계는 네 인생을 좌우할 수 있어.
- 아직 그 정도는 아닐걸요.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한 가지 더. 성교육했을 때 이 조합은 안 다뤘잖아. 넘겨짚은 내 잘못이긴 하지.
- 그래서요?
- 혹시 아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자 엄마는 아들이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헨리에 대한 성교육과 성병 예방, 에이즈 예방약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며 조언한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로 마지막 조언을 건넨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알렉스는 헨리에게 엄마와 나눈 이야기를 털어놓고, 노동절 주간 가족 휴가에 헨리를 초대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가족 휴가와 연애를 함께 즐기며 점점 더 마음이 깊어졌다. 알렉스의 아버지 역시 헨리를 마음에 들어 했고, 아들의 사랑을 지지해 주었다. 참 좋은 가족들이다.
이런 감정은 네가 처음이야. 가슴이 밧줄로 묶여서 잡아당겨지는 느낌이야. 마치 운명처럼
그러니깐 난 널…
알렉스는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자신의 깊어진 마음을 헨리에게 고백한다. 하지만 헨리는 알렉스의 고백이 끝나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떠나 영국으로 향하고, 알렉스와 헤어진다.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헨리 때문에 마음 졸이던 알렉스는 결국 헨리를 보기 위해 런던으로 향한다.
한 번쯤은 날 있는 그대로 봐. 네가 원하는 대로 말고! 가끔 넌 날 아예 모르는 거 같아. 난 너랑 달라
무모할 수가 없다고. 난 너처럼 너그러운 가족 품에서 사랑받으며 자라지 않았어. 수 세기의 역사가 내 어깨를 짓누르지. 내 삶은 왕실뿐이고 네 삶은 정치뿐이야. 내 삶이 지옥이라고 네 지옥으로 뛰어들긴 싫어.
널 사랑할 순 있지 널 원하는 건 맞지만.. 그래도 그런 삶은 싫어. 그럴 자유 정도는 있다고. 거짓말 한 적은 없어.
내 감정을 철저하게 억누르며 살고 있지만 네가 여기까지 와서 날 겁쟁이 취급할 권리는 없어.
그렇게 울고 불며 사랑싸움하던 두 사람은 늦은 밤 박물관에 함께 가게 된다. 그곳에서 진심을 나누며 로맨틱한 시간을 보낸다. 서로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도대체 몇 번을 확인하는지 모르겠지만), 사랑의 징표까지 나눠 가진 후 알렉스는 미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이후, 알렉스와 헨리의 이메일이 해킹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들이 로맨틱한 시간을 보냈던 박물관의 CCTV 영상까지 온라인에 유출된다. 그렇게 세상은 발칵 뒤집히고, 헨리는 모든 연락 가능한 기기를 압수당한다. 하지만 알렉스는 그동안의 캐릭터답게 이 상황에 당당하게 맞섰다.
이번 주에 저희는 저희 관계와 성 정체성을 언제 어떤 식으로 공개할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박탈당했습니다.
모든 성 소수자에게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원하는 시기에 성향을 밝힐 권리가 있고, 아예 밝히지 않을 권리도 있죠. 주변에서 강제적으로 성향을 밝혀서는 안 됩니다. 이건 수치심이 아니라 사생활 침해의 문제입니다. 자기 결정권 침해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성 소수자는 해방을 꿈꾸며 지금도 투쟁 중입니다.
진실은 매우 단순합니다. 제가 사랑에 빠졌는데 상대가 남자고 왕자일 뿐이에요.
그 사람에게 마음을 뺏기고 제 인생은 몰라보게 달라졌죠. 왕자 전하를 사랑합니다.
헨리 조지 에드워드 제임스 하노버-스튜어트-폭스를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희 나름의 방식대로 관계를 공개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알렉스는 자흐라의 도움을 받아 헨리에게 연락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런던에서 다시 만난다. (아이고 절절해라. 이모는 너희가 왜 이렇게 귀엽니.) 미국에 비해 너무나 폐쇄적인 영국 왕실의 분위기로 낙담해 있던 헨리는 알렉스 덕분에 다시 웃음을 찾는다.
그때 영국 왕실에서 두 사람을 부른다. 알렉스와 헨리는 영국의 폐하 앞에서 자신들의 사랑과 교제를 밝힌다. 왕은 헨리의 사랑은 인정하지만, 개인의 행복과 사랑보다는 왕실의 이미지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국민들이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며 말하는 순간, 누군가 들어와 왕에게 바깥 상황을 전한다.
- 더는 저를 부끄러워하며 숨기고 싶지 않아요. 오늘부터 세상에 저를 그대로 보여주겠어요. 할아버지가 바라는 모습 말고요.
…
- 헨리야. 이게 정말 네가 바라는 거냐? 지금 나가면 돌이킬 수 없어.
- 바라던 바예요.
- 사랑해.
- 내가 더 사랑해.
- 논쟁의 여지가 있군.
수천 명이 넘어 보이는 국민들이 모여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 장소뿐 아니라 영국의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사랑을 지지해주고 있었다. 헨리는 그들의 모습에 자신감을 얻어 더 이상 자신을 숨기며 살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영국의 수많은 국민들 앞에 나선다.
미국의 대선은 팽팽한 접전 끝에 알렉스가 어머니를 위해 노력한 텍사스에서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한다. 두 사람은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영화는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