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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움과 함께 사는 법 I'll See You in My Dreams  / 넷플릭스 / 2015

dont-doze-off 2024. 6. 21. 23:22
  • 나도 캐럴과 이야기하고 싶다.
  • 캐럴의 노래를 듣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 영화를 보는 내내 단정하고 향기롭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그리움과 함께 사는 법> 포스터 / 출처 : 넷플릭스

 

 

그리움과 함께 사는 법 I'll See You in My Dreams, 2015

개봉 : 2015. 05. 15.

국가 : 미국

장르 : 로맨틱 코미디, 코미디, 인디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 1시간 36분

감독 : 브렛 헤일리

출연 : 블라이드 대너, 마틴 스타, 샘 엘리엇, 말린 오케르만, 준 스퀴브, 리아 펄먼, 메리 케이 플레이스, 리드 스콧 등

채널 : 넷플릭스

로튼토마토 : 신선도 93%, 팝콘 68%

 

 

줄거리

혼자가 되어 버린 남부 캘리포니아의 한 여인(블라이드 대너). 생각지도 못한 우정을 쌓고, 달콤 쌉싸름한 노년의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출처 : 넷플릭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영화는 캐럴의 하루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때 함께 시간을 보내던 강아지가 죽는다. 이 영화, 갑자기 뭐지? 당황스럽다. 캐럴은 20년 전 남편을 비행기 사고로 잃고 캘리포니아에서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다. 딸은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그녀의 일상은 단조롭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정원을 가꾸고 책을 읽는다. 차를 마시고 친구를 만나 와인을 마시고 TV를 본다. 그렇게 혼자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친구들은 실버타운에 살고 있다. 친구의 권유에도 그녀는 실버타운은 싫다며 혼자 주택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녀의 집에 쥐가 나타난다.

 

 

 

 

- 자는 모습이 꼭.. 
- 죽은 줄 알았단 거예요? 

 

그녀는 흰머리와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다. 그러다 보니, 잠시 누워 쉬고 있는 모습도 누군가에게는 걱정으로 보인다. 그녀는 새로운 수영장 관리인 로이드에게 쥐를 찾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쥐는 보이지 않고, 로이드는 수영장 청소를 끝내고 돌아간다. 처음 로이드가 캐럴의 집에 도착했을 때, 로이드는 누워 있는 캐럴을 보고 멈칫한다. 그리고 캐럴의 날 선 대답에 머뭇거렸고, "늙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로이드야, 제발 말하지 마...' 별것 아닌 이 장면이 참 묘했다. 나이가 드는 건 속일 수가 없다. 나의 주름과 흰머리가 타인에게 내 나이를 알려주고, 거기에 맞는 대우와 태도를 취하게 만든다. 나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을 텐데, 보이는 것이 너무 크다 보니 어쩔 수 없겠다 싶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는 나로서는 싫은 부분이었다.

 

 

캐럴은 수영장에 문제가 생겨 로이드를 호출한다. 둘은 '밴드'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와인과 대화로 우정이 시작된다. 짧은 만남이 아쉬웠던 로이드는 밖에서 만나자고 요청한다. 로이드는 과거에 캐럴이 보컬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노래하는 모습이 궁금했다. 그들은 노래방에 함께 가기로 약속한다.

 

 

‘스피드 데이트’는 5분 동안 대화하는 데이트 방식의 단체 미팅이다. 캐럴은 용기를 내어 이 행사에 참석하지만, 실망스러운 상황의 반복에 지쳐 행사장을 떠난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던 중 반가운 사람을 만난다. 영양제를 구매하기 위해 꼼꼼히 제품을 살피던 캐럴에게 “이런 것 필요 없어요. 흘러가는 대로 살아요.”라고 말한 뒤 홀연히 사라졌던 섹시 가이 빌이었다. 캐럴은 빌에게 연락처를 주고 만남을 약속한다.

 

 

 

 

영화 <그리움과 함께 사는 법> 중 한 장면 / 출처 : 넷플릭스

 

- 왜 노래를 관뒀어요?
- 기억 안 나요. 퍼뜩 정신차려보니 노래를 안 하고 있었죠.

 

- 사람들은 평생을 그러고 살아요. 그런 감정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매다 결국 다들 알게 되죠. 평생을 기다리던 걸 얻게 돼요. 그게 뭔지 알아요?
- 행복요?
- 죽음요

 

그녀는 로이드와 노래방에 간다. 노래방이라고 해서 진짜 노래방인 줄 알았는데, 클럽 같은 곳이었다. 로이드의 노래 후 캐럴의 노래가 이어졌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목소리, 태도, 얼굴, 무드가 너무 아름답고 우아해서 그 순간 캐럴한테 홀딱 반해버렸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캐럴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들의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 상황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대화란 사람과 사람이 하는 행위일 뿐인데 언제부터인가 어떤 비슷한 연령, 정해진 그룹 안에서만 대화하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저런 어른과 이야기해보고 싶고, 나보다 어린 친구와도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같은 친구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 지루하면서 공허할 때가 많다. "이 나이 되면 친구가 없어"라고 쉽게 이야기하기하며 포기하기도 한다. 로이드와 캐럴의 대화를 보며 부럽기도 하고, 대화라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그리움과 함께 사는 법> 중 한 장면 / 출처 : 넷플릭스

- 은퇴한 사람들은 기껏 모은 돈을 쓸 줄을 몰라요. 멍하니 앉아서 TV나 보고 골프나 치죠. 
싸구려 저녁을 사 먹고 영화관이나 카지노에 가고요. 그렇게 살긴 싫었어요. 
- 그럼 왜 실버타운에 사는 거예요?
- 난 사람이 좋아요. 혼자 있는 걸 싫어하죠. 하지만 이것도 좋아요 한적한 곳에 나와 고요함을 즐기는 거예요

 

캐럴은 빌과 데이트를 했다. 보는 내내 나도 함께 설렜다. 기분이 좋았다. 편안하면서도 설레고 우아했다. "이것이 진짜 어른들의 연애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하면서도 섹시했고, 기분 좋은 설렘과 거리감이 함께 존재했다.

 

 

새로운 우정과 사랑의 관계를 시작한 캐럴은 자신 스스로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슨 마음에서인지 친구들과 대마초를 하는 일탈을 한다. 할머니들이라 집이라 그런건지 의료용 대마초가 있었다. 그래서 그녀들은 대마를 하고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간다. 그리고 실버타운까지 걸어온다. 그 과정에서 카트를 끌고 어두운 거리를 가는 할머니들이 걱정이 되었는지 경찰관이 그들을 잡는다. 그때 갑자기 노인인 척 "한 번만 봐달라"는 할머니들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경찰관이 그렇게 잘생길 일인가.

 

 

빌과 캐럴은 두 번째 데이트를 하고 하룻밤을 보낸다. 아침을 함께 먹으며 빌이 캐럴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캐럴인 것처럼 나도 "응?"이라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이렇게 빨리? 왜? 자유롭고 싶다며?”  그런데 그와 그녀의 첫만남 이야기를 계속 곱씹다 보니 빌이 외로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 사람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성급하게 보인다 할지라도 이야기를 꺼냈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찌 보면 그들에겐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을 테니.

 

 

 

 

도통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왜 애초에 남한테 마음을 주느냔 말이야. 늘 걱정만 되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내 꼴을 좀 봐라.

 

캐럴은 그의 이야기에 별다른 대답 없이 다음 만남을 이야기하며 일상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 그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빌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캐럴은 속상했다. 마음이 허했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느낌이었을까.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떠났다. 그런 캐럴을 딸이 위로해 줬다. 그런데 나는 이 딸의 위로에 화가 났다. "엄마 나름 멋지게 살았다"며 위로하는 딸이 엄마를 더 허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멋지게 살았다"는 과거의 말보다 조금 더 현재에 대한 위로는 없었을까 생각해 본다. 

 

 

 

 

당신을 만날 거야 
당신을 꿈에서 만날 거야. 

 

회사를 옮긴 로이드가 찾아온다. 이때 로이드는 캐럴을 불안하게 했던 쥐도 잡아준다. 그리고 자신이 쓴 노래를 불러준다. 캐럴과 로이드는 참 좋은 친구였구나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사실 처음엔 로이드와의 관계가 우정 이상의 감정인 건가 생각했다. 일상이 아닌 영화라는 장르가 주는 드라마틱함을 내 스스로가 원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너무 우아한 관계로 이 둘의 우정을 보여줬다. 앞으로 이들의 우정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에이. 모르겠다. 가자.
아이슬란드에 가자고.
재미있을 거야.

 

캐럴은 그렇게 또다시 살아간다. 늘 평범했던 일상처럼 그녀는 그녀의 인생을 살아간다. 평소처럼 밥도 먹고, 산책도 하고, 여전히 친구들과 카드 게임도 즐긴다. 그녀에게는 좋은 친구 3명이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친구들. 이들이 있어서 캐럴이 그리움에 파묻혀 살지 않고, 묵묵히 그리움도 함께하며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캐럴의 여러 관계 중 로이드도, 빌도, 캐럴의 딸도 그 무엇도 아닌, 캐럴의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영화 속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한다.

 

 

 

 


뚜벅 추천 지수 : 80%

영화가 조용하다. 사건들이 어떻게 보면 큰 사건인데도 조용히 지나간다. 조용하고 소소한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도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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