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2. 23:05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영화
- 봐도 봐도 대단한 작품
- 그래. 슬픔과 기쁨은 함께 존재하는 거지.
- 다시 봐도 눈물이 빙봉빙봉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 2015
- 개봉 : 2015. 07. 09.
- 국가 : 미국
- 장르 : 애니메이션
- 등급 : 전체 관람가
- 시간 : 102분
- 감독 : 피트 닥터
- 출연 : 에이미 포엘러(기쁨), 필리스 스미스(슬픔), 민디 캘링(까칠), 빌 헤이더(소심), 루이스 블랙(버럭), 리차드 카인드(빙봉) 등
- 제작사 : 월트 디즈니 픽처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 채널 : 디즈니 플러스
- 로튼토마토 : 신선도 98%, 팝콘 89%
- 뚜벅지수 : 100%
줄거리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 그곳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들. 이사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감정의 신호를 보내지만 우연한 실수로 ‘기쁨’과 ‘슬픔’이 본부를 이탈하게 되자 '라일리’의 마음속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라일리'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쁨’과 ‘슬픔’이 본부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엄청난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는 머릿속 세계에서 본부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한데… 과연, ‘라일리’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감정의 비밀이 밝혀진다!
출처 : 디즈니 플러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불편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나는 처음 ‘인사이드 아웃’을 봤을 때 그냥 그저 그랬다. “뭐, 괜찮네.” 이 정도 느낌으로 이 영화를 생각했다. 아주 담담하게. 그러던 내가 그 이후로 ‘인사이드 아웃’을 정기적으로 보게 되었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보고 싶어서 본 적도 있고, 영어 공부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본 적도 있으며, 픽사의 다른 영화가 나를 실망시킬 때마다 이 영화를 보기도 했다. 픽사 영화가 좋았을 때도 봤다. 놀라운 건 볼 때마다 재미있었고, 점점 더 이 영화가 좋아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하는 날, 그 준비로 또 ‘인사이드 아웃 1’을 보았다. 또 재미있다.
영화를 볼수록 이전에 안 보였던 부분들이 보인다. 벌써 10년이니 내 안에 있는 감정들도 나이를 먹었을 것이고, 그래서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것 같다. 우스운 게 오늘은 영화를 보는 내내 라일리가 아니라 부모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얼마 전 친구의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지쳤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내 친구의 어린 딸 머릿속에도 이런 다양한 감정 친구들이 있겠지? 그 친구들의 빙봉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다. 10년 전엔 라일리였는데 이제는 부모의 세대가 된 것 같다.
- 기분을 즐겁게 바꿔보자는 건데 왜 우는 거야.
- 울면 좀 진정이 돼. 걱정도 좀 줄어들고.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것이 하나 있다. 아… 기쁨이가 내 스타일이 너무 아니다. 밝고 행복하고 즐거운 기쁨이는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다. 저런 친구가 옆에 있다면 너무 감사하겠지만 자주 볼 것 같지는 않다. 오늘도 초반에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슬픔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쁨이가 너무… 싫었다. “진짜 왜 저래? 왜 저래?” 하며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고, 여전히 그렇다. 기쁨이의 ‘라일리는 기뻐야 해’라는 말이 그때도 지금도 꽤나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끝으로 갈수록 그런 부분들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감정이었다는 걸 작품이 알려줘서 괜히 '다행이다' 생각했다.
- 로켓을 뺏겨서 안 됐다. 네가 좋아하던 건데 사라졌네, 영원히…
- 슬픔아 그럼 더 속상하잖아.
- 미안.
- 라일리에게 남은 건 그것뿐인데.
- 둘이 멋진 모험을 즐겼나 보구나.
- 그럼 정말 굉장했지 한 번은 과거로 돌아가 아침을 두 번 먹었어.
- 신났겠다 라일리도 좋아했겠네.
- 좋아했지. 우린 최고의 친구였어.
- 그래 슬프겠다.
- 이제 괜찮아졌어. 가자. 기차역은 이쪽이야.
- 어떻게 한 거야? 그냥 슬퍼하길래.. 애길 들어주고..
슬픔이는 너무 귀엽다. 그리고 다정하다. 나의 최애 캐릭터, 슬픔이. 빙봉이 속상한 일이 생겨서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을 때, 기쁨이는 어떻게든 빙봉을 설득해 일어서게 만들려고 했다. “웃어라~ 웃어라~ 힘내라~ 힘내라~”라고 한다. 하지만 빙봉은 속상한 마음이 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슬픔이는 빙봉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렇게 빙봉은 마음을 추스르고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하게 된다. 약간 어르신 같지만, 전래동화 ‘해님과 바람’ 같다. 관계와 감정에 있어서 으쌰으쌰 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시간과 이해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내 방식만을 강요하게 될 때 문제는 더 악화되는 것 같다.
- 포기하는 거 그게 내 특기야. 좀 비겁한 방법이지만 이 겁쟁인 살고 봐야겠어.
- 감정은 포기되는 게 아냐.
기쁨이와 슬픔이가 관리 본부를 비운 뒤 상황이 자꾸 악화되자 소심이는 포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때 까칠이는 “감정은 포기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오늘따라 이 장면이 참 좋았다.
그래, 내 감정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감정이 메마른다’는 말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상처를 받은 경험이 많아질수록우리는 그 말을 쓴다. 어떻게 보면 내가 내 감정을 포기하는 순간인 것 같다. 내가 나를 포기하면 어떡하겠는가. 나라도 나를 잘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고. 그렇게 내 감정에 솔직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이 장면을 보고 하게 된 내가 웃기다.
못하는 게 없고 노래도 잘 부른다네
놀기 좋아하는 내 친구는 빙봉 빙봉
멋진 로켓을 만드는 친구 빙봉 빙봉
‘인사이드 아웃’의 1편 명장면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추억 친구 빙봉이 스스로를 희생하며 라일리의 행복을 찾아주는 순간이다. 모두가 눈물 콧물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 역시 다시 봐도 눈물이 났다. 희생과 추억, 각각의 힘도 강력한데, 이 두 가지가 합쳐지니 막강한 히어로가 된 느낌이다. 라일리의 기억 속에서 빙봉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기쁨아 네가 해결해 봐.
- 슬픔아 네가 해야 돼.
- 내가?
- 슬픔이?
- 난 못해.
- 할 수 있어. 라일리는 네가 필요해.
기쁨과 슬픔은 공존한다. 기쁨이 있기에 슬픔이 더 커지고,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 더 커진다. 성장한 라일리의 감정 구슬은 단색이 거의 없다. 여러 가지 색깔이 섞인 구슬이 점점 많아진다. 감정은 그런 것 같다. 단조롭고 명확한 객관식이 아닌 복잡한 주관식이다. 기쁘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화가 나고, 화가 나면서도 무섭다. 처음부터 그 감정들이 라일리의 머릿속에서함께했던 건,함께 그곳을 만들어 가야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다. 그것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 얘들아 사춘기가 뭐야?
게다가 겨우 12살짜리 한테 무슨 일이 또 있겠어요?
나는 오늘 13살 라일리를 만나러 간다. 그 친구는 겨우 13살인데, 또 영화를 찍었다는 걸 보니 꽤나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그 일이 너무 기대돼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어서 빨리 13살 라일리를 만나보고 싶다.
+
덧붙여
인사이드 아웃의 스핀오프이자 시퀄 작품이 있다. <라일리의 첫 번째 데이트?>이다.
오늘 인사이드 아웃2를 맞이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이 작품을 봤는데 3~4분 정도 되는 짧은 작품이지만 피식피식 하며 즐겁게 봤다. 감독은 조시쿨리이다. 이 영화는 라일리가 샌프란시스코 학교에 적응하고 친구를 사귀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짧게 보여준다. 라일리는 친구와 스케이트를 타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남자였다. 라일리의 친구가 남자인 것을 알게 된 엄마 아빠의 머릿속 이야기로 극이 전개된다.
라일리 친구가 남자란 걸 안 아버지 마음속 슬픔이의 첫 대사는
“도둑놈 감옥으로 돌아가.”
ㅋㅋ 슬픔이가 콧수염 달고 이 대사를 내뱉는데 난데없는 개그에 빵 터져버렸다.
라일리 부모님은 시끄러운 머릿속은 뒤로 한 채 라일리와 친구가 집을 나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달콤하게 키스하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엄마는 아빠와 입을 맞추다 끝날 시간이 되었다는 듯
“됐어, 이제 그만~”하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ㅋㅋ
참고로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단편 영화로 장르가 표기되어 있다.
참 로맨틱한 마무리다.
그럼 나도 됐어. 이제 그만 끝.
추천한다면
픽사의 대표작입니다. 꼭 보세요.
나의 아이의 머릿속이 궁금한 어머니 아버지 보세요.
그리고 그냥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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