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8. 20:58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영화
- 이 영화는 단순히 농구나 운동화 이야기가 아니라, 브랜딩에 관한 학습서였다.
-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소니와 함께 전화를 기다렸다.
- 자신의 가치를 알고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도 노력이며, 의무다.
에어 Air, 2023
개봉 : 2023. 04. 05.
국가 : 미국
장르 : 드라마, 실화, 시대극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 112분
감독 : 벤 애플렉
출연 : 맷 데이먼, 벤 애플렉, 제이슨 베이트먼, 말론 웨이언스, 크리스 메시나, 크리스 터커, 비올라 데이비스 등
채널 : Amazon Prime Video
로튼토마토 : 신선도 93%, 팝콘 98%
줄거리
세기의 아이콘을 만든 그들의 실화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이상의 이야기 1984년, 업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이키는 브랜드의 간판이 되어 줄 새로운 모델을 찾는다. 나이키의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는 NBA의 떠오르는 루키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 시장을 장악한 컨버스와 아디다스가 그와의 계약을 노리는 상황 나이키 팀은 조던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누구에게나 점프하는 순간이 온다!
출처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영화가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벤 애플렉과 맷 데이먼의 조합을 신뢰한다. 연기도 잘하면서 왜 영화까지 잘 만드는 거지? 세상 참 불공평하다. 이 두 명의 조합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이다. 이 영화는 나중에 꼭 리뷰를 남기겠다. 그리고 리뷰 작성을 위해 여러 자료를 함께 찾아보던 중,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지만, 생각보다 다른 부분이나 과장된 부분이 많았다. 이 리뷰는 철저하게 영화를 기반으로 작성하려고 한다.
영화는 나이키 농구화 부서에서 마이클 조던과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과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이때 마이클 조던은 지금의 ‘레전드’보다는 ‘유망주’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시기였다. 맷 데이먼이 연기한 소니는 마이클 조던의 가치를 알아보고, 자신의 인생을 건 베팅을 한다. 나이키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조건으로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 즉 에어 조던을 얻게 되고, 마이클 조던은 근로소득 외에 소득으로 매년 4억 달러를 받게 된다.
영화는 나이키와 마이클 조던의 계약을 보여준다. 운동화 회사와 농구 선수가 계약을 맺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 없다. 마이클 조던이라는 이름값을 빼고 봐도 그렇다. 그가 찍은 광고가 한두 개였을까?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그 계약을 통해 역사적인 브랜드, 하나의 문화가 탄생했기 때문인 것 같다.
- 새 슬로건 좋던데. 회사 전체를 위한 거.
- 난 싫어
- 왜?
- 유래 알아?
- 아니
- 어떤 죄수가 총살 부대 앞에서 처형 직전에 남긴 유언이야
- Just do it?
- 응
- 거기서 유래했어?
- 응
역사적인 슬로건 “Just do it”이 처형 직전 남긴 유언에서 유래되었다니, 이건 사실이라고 한다. 다만, 이 슬로건이 만들어진 시점은 이 영화의 시간과 다르다. “Just do it”이 죄수의 유언이라니.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영화 초반에는 다양한 역사적 순간과 광고, 스타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데, 그 장면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지금은 전설적인 제품과 광고가 출시되던 순간이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1984년의 애플 광고였다. 최근 애플의 광고 이슈를 생각해 보면, 저런 때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개성이 있어야해. 생각해 봐. 컨버스는 단순하고 평범해. 모든 선수가 똑같은 신발을 신지. 선수가 우리 신발을 신는 게 아니라.
- 신발이 그 사람을 상징하는 거지. 그 사람이 회사를 상징하는 게 아니라.
- 비슷해.
- 그러려면 대중에게 어필하고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아름다운 신발일 것.
- 맞아.
- 형태? 기능?
…
- 아름다우면서 실용적인 건 불가능해.
- 새로운걸 떠올려봐.
-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신발을 신었는데 디자인이 딱 한 번 바뀌었어. 왼발과 오른발을 구별했을 때. 600년 전이야.
- 형태로 가자.
- 아름다움이군. 기능 말고? 그런 말이 있어. ‘시는 세상을 견디게 해 주지만, 인간을 달에 보내는 건 공학이다.’
...
- 누가 신을 거야?
- 마이클 조던
디자이너 피터와 소니의 대화이다. 직업 때문인지 피터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좋았다. 비록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피터는 너무 멋있었다. 그는 중년의 위기라고 했지만, 디자이너로서 운동화의 기능을 계속해서 확인한다. 타인에게만 기능 평가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자신이 디자인하고 만든 운동화를 테스트해 본다. ‘그래, 신발은 신어봐야지’라고 생각했다. 형태와 기능, 많은 디자이너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완벽하겠지만, 대부분 한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며 나는 어떤 고민을 하는 디자이너인지 생각해 보았다. 에어 조던을 보며 나도 의미와 상징, 기능과 형태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신발은 잊어버려요. 돈도 상관없어요. 충분히 벌테니까.
돈으로 다 살 수 있지만 전설은 노력해서 이뤄야 해요. 당신의 미래를 이야기해 줄게요.
고등학교 농구팀에서 탈락했지만 노력해서 NBA에 진출했고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거예요.
이 아메리칸드림에 국민들은 열광하겠죠.
더 높이 올라갈 거예요. 상상도 못 할 만큼. 위대함과 새로움을 보여줄 테니까.
우린 당신을 신적인 존재로 만들 거고 당신은 세상을 바꿀 거예요.
사람들은 꼭대기까지 올려놓고선 끌어내리려 할 거예요. 원래 그렇거든요.
우린 당신을 위대하게 만들겠지만 당신도 노력해야 해요. 하루도 빠짐없이.
그래야만 해요. 우린 멈추지 않을 거예요.
솔직히 말할게요.
사람들이 공격하고 배신하고 욕보일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이겨낼 거예요.
산을 오르는 사람은 많지만 내리막길에서 무너질 거예요. 그때 혼자가 되거든요.
그땐 어떻게 할래요? 고통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나요?
당신은 누구죠 마이클? 이 질문이 당신 삶을 정의할 거예요.
답을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여기 있는 거예요.
신발은 그냥 신발일 뿐이죠. 누가 신기 전 까진.
그래야 의미가 생겨요.
우린 그 위대함에 닿을 기회를 원할 뿐이죠.
당신이 우리 신발을 신으면 우리 삶에 의미를 줄 거예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죽으면 금방 잊히겠죠. 당신만 빼고.
당신은 영원히 기억될 거예요. 어떤 것들은 영원하니까.
마이클 조던의 스토리는 우릴 날아오르게 할 거예요.
아무래도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 사람이 연기를 잘하는지 못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둔해진다. 우리나라 작품일 경우, 언어나 감성적인 부분을 알고 배우의 연기를 바라보기 때문에 연기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작품을 볼 때 꽤나 큰 장벽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외국 작품을 보면서 ‘와, 너무 연기 잘한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 장면이 그랬다. 저 긴 대사를 맷 데이먼이 연기한다. 이 작품에서 맷 데이먼은 ‘중년의 운동 안 하는 아저씨’ 역할을 외모부터 완벽하게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는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그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장면은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의 마이클 조던의 모습을 편집해서 보여준다. 맷 데이먼은 마치 내레이션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나 너 잘될 거 알아. 넌 보통 선수가 아니야. 그래서 난 꼭 너랑 함께 하고 싶어.’ 도대체 이런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걸까?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이 장면을 보고 NBA, 농구, 마이클 조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그의 인생이 궁금해진다. 저런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고단했을까? 행복했을까? 즐거웠을까? 고통스러웠을까? 이 장면에서 마이클 조던에 대한 감독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 장면을 위해 이 영화가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감독은 이런 마음과 대화로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마이클 조던을 설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 제안을 수락하고 이행할 용의가 있지만 작은 조건이 있어요.
- 뭔데요?
- 별거 아녜요. 계약 조건에서 실수로 빠진 것 같네요.
- 그럴 거예요.
- 마이클은 판매 수익에서 일정 비율을 받을 거예요.
- 네?
...- 중요한건 그 신발이 의미를 갖는 거죠.
여유가 없는 청년들이 몇 주 동안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쓰게 만들려면 마이클에게 의미를 만들어 줘야죠. 자기 이름을 걸었으니까요.- 마이클한테도 이득이죠. 마이클의 초상권을 나이키가 광고하니까요.
- 아뇨. 초상권과 이름이 나이키에 의미가 있으려면 마이클이 매일 밤 40점을 득점하고, 하킴을 꺾어 신인상을 받고
올스타, 올 NBA팀에 뽑혀야겠죠.- 그건 이례적인 일이죠 최고들만 모인 NBA예요.
- 더 잘해야죠. 챔피언십 우승하고 파이널 mvp를 휩쓸겠죠. 난 내 아들을 알아요. 올 스타 선발, 올스타 mvp, 올해의 수비수까지.
- 죄송하지만 올해의 수비수는 시드니 몽크리프예요. 득점왕은 에이드리언 댄틀리고요.
매직과 마이클 쿠퍼가 다 될 순 없어요. 농구잖아요.- 네. 하지만 그걸 해내면 보상받아야 해요. 같이 나눠야죠. 그게 조건이에요.
- 일리는 있지만 그렇게 안 돌아가요. 투자한 만큼 대가를 바라거든요.
- 그럼 달라져야겠네요.
만약 마이클이 우리 생각처럼 해내고 자신이 믿는 걸 해낸다면 우리 아들이 NBA덕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반대가 될 거예요.
그럼 보상받아야죠.-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저도 동의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아드님같이 열심히 사는 사람에겐 아무것도 안 주려고 하거든요.
우린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죠. 이건 엄청난 제안이에요. 우리 회사 최고 제안액이에요. 마이클은 다음 주에 무릎을 다칠 수도 있어요.- 바카로씨 이해해요. 사업은 불공평하죠. 내 아들뿐 아니라 당신 같은 사람들에 게도요.
하지만 이따금씩 아주 비범한 사람이 나타나면 대가를 나눌 수밖에 없을 거예요.
아량이 넓어서가 아니라 욕심 때문에요. 너무 특별하니까요.
스스로 가치에 맞게 대우해 달라는 경우는 더 드물죠. 본인의 가치를 너무 잘 아니까요.- 어머니가 알거나요.
- 내 아들을 잘 안다고 했잖아요. 말해봐요. 나 혼자만 마이클을 믿는 건가요?
나를 통해서 마이클이 어떤 사람인지 또 잠재력을 본 건 아니고요? 네? 그래서 우리 집에 찾아온 거 아녜요?- 맞아요
- 다시 한번 말할게요. 마이클은 25만 달러와 1년 후면 잊힐 벤츠를 받을 거예요.
하지만 그 신발과 향후 조던 수익의 일부를 받게 될 거예요. 신발은 그냥 신발일 뿐이죠 내 아들이 신기 전 까진.
처음 이 장면을 보고 ‘이 어머니 욕심이 과하네’라고 생각했다. 그전 장면들을 봤을 때, 마이클 조던은 이미 굉장히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 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 영화는 조던만큼이나 조던의 어머니에게 보내는 찬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아들에 대한 확신, 흑인으로서 본인이 가져야 할 태도, 받아야 할 대가를 알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자세, 모든 것이 너무 멋있었다. 그래, 달라져야 할 부분은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벤 애플렉이 영화를 찍기 전, 마이클 조던을 만나 영화에 대한 허락을 구할 때 마이클 조던은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조지 래블링의 역할을 등장시킬 것, 두 번째는 자신의 어머니 역할에 비올라 데이비스를 캐스팅할 것. 벤 애플렉은 두 가지 약속을 모두 지켰다. 첫 번째 약속은 조던을 위해 잘한 선택이었다면, 두 번째 약속은 자신을 위해 더 잘된 선택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비올라 데이비스는 너무 멋있었다. 이 언니, 정말, 너무 멋있다. 《헬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이후 내가 본 세 번째 작품인데 모두 다른 느낌이라 너무 좋았다. 특히 이 장면에서 소니와 협상을 하며, 소니가 강경하게 안 된다고 할 때, 순간순간 숨을 고르고 감정을 다잡는 표정과 연기가 너무 좋았다.
괜찮을 거야. 가장 많이 팔린 신발이 300만 달러였나?
한 명인데.. 얼마나 되겠어?
-
에어 조던 첫해 판매액은 1억 6,200만 달러였다.
벤 애플렉은 나이키 사장 역할을 찰떡으로 소화했다. 영화 내내 그의 패션은 내 눈을 흐리게 만들었고, 때로는 멋있어 보였으나 가끔은 웃겼다. “한 명인데 얼마 되겠어? “라는 대사 후에 바로 자막으로 실제 금액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이 쓸데없이 웃겼다.
+
덧붙여
마이클 조던을 연기한 배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은 의도적인 연출이었다고 한다. 감독을 맡은 벤 애플렉은 ‘영화에서 조던이 아닌 다른 사람을 조던이라고 부르면, 오히려 영화가 망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조던 역할을 맡은 배우는 영화에서 ‘Bulls Colors’, ‘Hello’만 말했고, 뒷모습이나 손 정도가 나온다.
마이클 조던은 역대 가장 위대한 농구 선수가 됐다. 마이클은 많은 이들에게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로 꼽힌다.
뚜벅 추천 지수 : 90%
브랜딩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꼭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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