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5. 16:07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영화
- 아이 미스 유
- 현재에 만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 인연이 아닌 게 아니라 끝까지 함께 할 인연은 아니었던 걸로.
먼 훗날 우리 Us and Them, 2018
- 개봉 : 2018. 04. 28.
- 국가 : 중국
- 장르 : 드라마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시간 : 120분
- 감독 : 유약영
- 출연 : 저위동우(주동우), 정백연, 텐좡좡 등
- 채널 : 넷플릭스
- 로튼토마토 : 신선도 100%, 팝콘 90%
- 뚜벅지수 : 100%
줄거리
2007년 춘절, 귀향하는 기차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린젠칭’(정백연)과 ‘팡샤오샤오’(저위동우). 베이징에서 함께 꿈을 나누며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현실의 장벽 앞에 결국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다. 10년이 흐른 후, 두 사람은 베이징행 비행기에서 운명처럼 재회하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출처 : 넷플릭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어제 <오로라>의 영향으로 계속 기분이 울렁댔다. 그래서 <먼 훗날 우리>를 봤다. 후회한다. 눈이 퉁퉁 부은 채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2018년 이 영화를 봤을 땐 내게 그리워할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2024년 다시 이 영화를 볼 땐 그리워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때와 내가 많이 달라져서 다가오는 감정도 달랐다. 그때도 좋은 영화였지만, 오늘 <먼 훗날 우리는>은 좋은 영화이고 아픈 영화가 되었다.
- 근데 왜 이렇게 줄거리가 평탄해?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하기만 하잖아.
- 불행하면 우여곡절이 생기지.
- 우리는 우여곡절이 없으면 좋겠다.
샤오샤오와 젠칭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한참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샤오샤오가 젠칭의 게임 스토리를 보며 말한다. 왜 이렇게 행복하기만 하냐고. 그리고 우리는 우여곡절이 없으면 좋겠다고. '야... 너희 우여곡절 장난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마 누군가 그들에게 이 말을 했어도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그들은 주위 모든 것이 핑크빛으로 보이고, 모든 행복의 빛이 그들을 향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려운 일도 힘든 생활도 둘이 함께 있다는 이유로 모두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때였다. 어쩌면 이때의 기억으로 꽤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남자가 여자를 못 찾으면 어떻게 돼?
- 이언이 캘리를 끝내 못찾으면 세상이온통 무채색이 되지.
영화는 과거의 시점은 컬러로, 현재의 시점은 흑백으로 표현된다. 현재의 시점은 10년 후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샤오샤오와 젠칭은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10년 후의 그들의 세상은 무채색이다. 젠칭은 샤오샤오를 찾지 못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편집과 색깔 때문에 과거가 더 아련했고, 현재가 저릿하게 느껴졌다. 저렇게 사랑했는데, 저렇게 함께했는데, 이제는 남으로 존재해야 하는 그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 돈이나 결혼, 집 어차피 네 목표도 아니고. 그런 거 신경 안 쓰잖아.
- 네가 바라던 삶 아니야?
- 이제 너랑 함께 사니까. 그런 건 상관없어.
- 이제 그런건 상관없다니. 무슨 뜻이야?
- 그냥.. 상관없다고.
- 아예 나한테 기대도 안 한다 이거야?
- 네가 성공하든 말든 상관없어.
- 어차피 난 성공 못할 테니까?
- 그런 뜻이 아니잖아.
- 그 말이 그 말이지.
- 마음대로 생각해 난 그런 뜻이 아니니까.
- 그럼 무슨 뜻인데.
-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 봐.
- 그게 뭔데?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 내 핑계 대지 말고 진짜로 제가 원하는 걸 생각해 보라고.
관계에서 가장 힘들 때는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인 것 같다. 이럴 땐 대화가 와닿지 않는다. 대화가 주위를 맴돈다.
문자를 문자로 받아들이지도 않고, 내 마음을 문자로 뱉어 버리지도 않는다. 그렇게 싸움이 잦아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시간이 지난 후 렌칭은 알게 됬을까? 저때 샤오샤오가 말했던 ‘너랑 함께 사니까 그런건 상관없어’라는 말이 자기의 능력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너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었는데. 같이 대화하고, 밥을 먹고, 좁은 방안에서 작은 쇼파에 함께 앉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이었는데. 렌칭은 그 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 그때 네가 안 떠났다면, 그 이후에 우리는 달라졌을까?
- 그때 네가 용기 내서 지하철에 올라탔다면 너랑 평생 함께 했을 거야.
- 그때 우리가 안 헤어졌다면?
- 그래도 결국엔 헤어졌을걸.
- 만약 그때 돈이 많아서 큰 소파가 있는 큰집에 살았다면?
- 네가 끊임없이 바람피웠겠지.
- 이도 저도 안 따졌으며 결혼하지 않았을까?
- 진작에 이혼했겠지
- 네가 끝까지 내 곁에서 견뎠다면?
- 네가 성공 못 했을걸.
- 애초에 베이징에 안 갔다면?
- 네 바람대로 다 됐다면?
- 결국 다 가졌겠지
- 서로만 빼고
만약에. 그랬더라면. 종종 하는 생각들. 참 부질없다. 있을 때 잘하지 그랬냐. 결국 마지막은 같다. 그래도 우린 헤어졌을 것이다.
과거 지하철역에서의 장면에서 가장 많은 눈물이 났다. 한 발자국이었다. 그 한 발자국이 둘을 갈랐다. 한 발자국만 나아갔어도 그들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때 그 발자국은 그 사람의 용기였다. 사랑이고, 믿음이었다. 샤오샤오는 그걸 볼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 최선을 다해 더 사랑했을 것 같은데. 결국 젠칭은 그 발자국을 옮기지 않았다. 대화를 보면 그 지하철역에서의 만약을 제외한 나머지 이야기에서는 샤오샤오의 대답은 모두 부정적이다. 그때 그 순간이 그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결국 젠칭은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그런 그들에겐 해피엔딩이 없었다.
이 영화를 말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아이 미스 유. 내가 너를 놓쳤다." 처음 이 장면을 보고 샤오샤오가 후회를 하는 건가 생각했지만, 후회보다는 정리였던 것 같다. 그저, 내가 너를 놓쳤다. 우린 그런 일이 있었다. 우린 이제 각자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더 이상 너를 탓하지 마라. 우리 이제 정말 이별하자. 이 둘은 끝까지 사랑을 했다. 비록 과거와 현재의 관계 변화는 있었지만, 각자 멀리서도 서로를 사랑했다. 아마 앞으로도 서로를 사랑할 것이다.
인연이란 게 끝까지 잘되면 좋겠지만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게 쉽지 않지.
좀 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깨닫게 될 거란다.
‘인연이 아니었지 뭐.’라고 쉽게 이야기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생각해보니 인연은 맞았다. 인연의 의미는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이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 자체가 인연인 것이다. 평생 함께할 수 없다고 인연이 아닌 게 아니다. 끝까지 함께하는 인연이 아니었을 뿐. 우린 정말 좋은 인연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좋다.
샤오샤오와 젠칭의 10년 후 같은 일이 나에게 생긴다면 나는 어떨까? 나는 그냥 모른 척 지나가고 싶다.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가슴 한 곳에 사랑했던 시간이 만들어준 각자의 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방은 좁아져도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나는 이별을 받아들인 순간 다짐했었다. 샤오샤오의 말처럼 '죽을 때까지 보지 말자.' 나는 내 마음에 있는 방의 문을 죽을 때까지 열지 않을 것이다. 가끔 그 방을 서성이는 날이 있을 순 있겠지만, 그 방을 여는 일은 없다. 그 방 안은 너무 아름다웠고, 찬란했다. 그만큼 아팠고,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닫힌 문은 영원히 닫아두고 내 인생을 살고 싶다. 내가 놓친 그 사람이 적당히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이언은 영원히 켈리를 사랑해
+
덧붙여
이 영화가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고 한다. 구교환, 문가영 배우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처럼 나는 한국판 <먼 훗날 우리>는 보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여러 좋은 부분이 많지만, 내겐 저우둥위 배우의 매력이 너무 컸다. 처음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리메이크 작품을 보지 않은 것도 저우둥위가 없는 그 영화는 내게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이 영화를 보고 저우둥위에게 빠져, 그의 결이 맞는 작품을 여러 개 찾아봤었다. 너무 좋았다. 나는 중국의 눅눅한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 눅눅함과 저우둥위가 합쳐지면 정말 너무 좋다. 이 영화의 저우둥위 배우가 매력 있게 느껴진다면, 저우둥위의 첫사랑 3부작 중 나머지 두 작품인 <소년시절의 너>,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도 추천한다. 이동진 평론가는 <소년시절의 너> 작품을 이야기할 때, "감독이 배우에게 절해야 한다."(정확한 워딩 아님)라는 뉘앙스의 극찬을 한 적이 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추천한다면
- 저우둥위(주동우)의 팬이라면 무조건 추천한다.
- ‘자니?’ 할 시간에 영화나 보자.
- ‘감정이 메마른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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