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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Furiosa: A Mad Max Saga / 2024

dont-doze-off 2024. 5. 26. 19:01
  • 어렸을 때 제발 어른들 말을 잘 듣자. 
  • 적에게 자비란 필요 없다.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없었다면 더 재미있게 봤겠지만, 재미있다.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 중 한 장면 / 출처 : 다음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Furiosa: A Mad Max Saga, 2024

  • 개봉 : 2024. 05. 22.
  • 국가 : 미국
  • 장르 : 액션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시간 : 148분
  • 감독 : 조지 밀러
  • 출연 : 안야 테일러 조이, 크리스 햄스워스, 톰 버크, 알릴라 브라운(+AI) 등
  • 배급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문명 붕괴 45년 후, 황폐해진 세상 속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풍요가 가득한 ‘녹색의 땅’에서 자란 ‘퓨리오사’(안야 테일러-조이)는 바이커 군단의 폭군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의 손에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가족도 행복도 모두 빼앗기고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퓨리오사’는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생 전부를 건 복수를 시작하는데... ‘매드맥스’ 시리즈의 전설적인 사령관 ‘퓨리오사’의 대서사시 마침내 분노가 깨어난다!

출처 : 다음 영화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봤을 때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지? 스토리, 연기, 미술, 음악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감각적이고 즐거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에버랜드에 온 것처럼 신났다. 영화를 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내 정신과 모든 감각이 그 영화 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그 영화의 프리퀄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다. 처음 퓨리오사를 주인공으로 한 프리퀄 작품이 나온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기대했다. 샤를리즈 테론의 이야기를 더 볼 수 있다니. 그런데 주인공이 샤를리즈 테론이 아니란다. 그때부터 나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없어졌다. 그냥 0이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는 샤를리즈 테론 그 자체였다. 그녀가 아닌 퓨리오사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캐스팅된 배우가 안야 테일러 조이이다. 난 그 배우의 작품을 본 적이 없고,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러다 우연히 <천재 이승국> 유튜브에서 안야 테일러 조이와 크리스 헴스워스를 인터뷰한 영상을 봤다. 그 인터뷰를 본 후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두 배우 모두 이 영화와 감독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고, 많이 준비한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는 재미있다. 큰 기대 없이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영화관에 갔는데, 영화가 끝난 후 커피가 절반 이상 남아 있었다. 그만큼 영화에 집중했다. 영화는 퓨리오사의 과거 이야기이다. 그녀가 어떻게 풍요의 땅을 떠나게 되었고, 왜 시타델에서 이모탄 조와 함께 있었는지, 팔은 왜 그렇게 되었고, 마지막 시타델의 여인들과의 여정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등 퓨리오사의 여러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빌런 디멘투스와 연결되어 있다. 디멘투스는 그녀에게 소중한 것들을 빼앗았고, 그를 향한 복수가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시절의 연기를 한 배우가 너무 매력적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왔을 때 이 배우에 대해 찾아보고 너무 놀랐다. 연기한 배우는 있지만, 얼굴은 안야 테일러 조이 얼굴을 AI 합성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너무 자연스럽기도 했고, 그 배역에 큰 매력을 느낀 상황이라 당황스러웠다.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 중 한 장면 / 출처 : 다음 영화

 

이 작품의 빌런 디멘투스는 크리스 헴스워스가 연기했다. 나의 토르. 개인적으로 안야 테일러 조이만큼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낮춘 것이 빌런 캐스팅이었다. 그런데 토르에게 사과한다. 나는 크리스 헴스워스의 연기가 좋았다. 얼굴도 목소리도 디멘투스 역할에 맞춰 연기해서 내가 알고 있던 토르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조금 더 강력하거나 조금 더 웃기거나 뭘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토르와 비슷한 헤어, 망토를 두르고 와서 토르 생각이 안 난 게 어디냐 싶었다.

 

 

영화가 퓨리오사와 디멘투스의 관계에 집중하다 보니, 퓨리오사와 이모탄 조 사이의 이야기가 약해진 느낌이다. 전작을 봤을 때 대단한 이야기가 있을 법했는데 디멘투스가 그 이야기를 잡아먹었다. "이모탄, 너에게서 여자들을 구출할 거야" 말고는 그 둘 사이에 뭔가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찌 보면 디멘투스 때문에 그 둘은 협력자처럼 보였다. 그리고 중간에 약간의 러브스토리까지 등장해서 퓨리오사와 이모탄의 대사건을 기대한 나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퓨리오사는 한쪽 팔을 잃은 캐릭터다. 이 부분도 조금 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기대했나 보다. 팔에 지도를 그리고, 어린 시절에 누군가가 그것을 보고,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 알았는데 전쟁하다 다치고 도망가려고 자른 팔이라는 설정이 조금 아쉬웠다. 닉 퓨리의 다친 눈과 같은 느낌이랄까? 

 

 

영화를 보며 풍요의 땅과 나머지 세력의 차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엉뚱하게도 내가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처음 풍요의 땅을 보여줄 때 그곳에는 태양열과 풍력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장치들이 등장한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자연을 일방적으로 망가트리지 않겠다는 철학이 보였다. 반면 나머지 세력은 그들의 과거처럼 자연을 도구로만 사용했다. 자연을 돈으로 사용하고, 죽이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며,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핵폭탄을 맞고도 저렇게 사는 상황을 보니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실제로 저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풍요의 땅 사람들보다 나머지 세력 사람들의 방식이 더 현실성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인간은 잘못을 반복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킬링 이브>와 리들리 스콧의 <라스트 듀얼>을 너무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조디 코머의 퓨리오사가 궁금했다. 어차피 샤를리즈 테론이 아니라면 조디 코머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워낙 조디 코머를 좋아하고, 퓨리오사의 피지컬에서 주는 강인함을 표현하기에는 조디 코머가 조금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안야 테일러 조이의 퓨리오사는 너무 연약해 보였다.

 

 

이런저런 아쉬움은 남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재미있는 영화였다. 의미 없는 시리즈물보다는 훨씬 가치 있는 프리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입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장면이 나온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엔딩까지 보고 나니 그 영화를 다시 안 볼 수가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재미있다. 다만 나는 나의 퓨리오사, 샤를리즈 테론이 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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