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9. 23:15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공연 & 전시
- 대한민국 조경의 역사를 일군 한 인물의 인생
- 조경의 역사뿐 아니라 설계도의 역사도 볼 수 있다.
- 식물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았다면.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Jung Youngsun: For All That Breathes On Earth
- 전시기간 : 2024. 04. 05 - 09. 22
- 전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지하 1층, 7 전시실, 전시마당, 종친부마당
- 관람시간 : 월, 화, 목, 금, 일 : 10시 - 18시 / 수, 토 : 10시 - 21:00
- 티켓예매 :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 티켓금액 : 2,000원
전시 소개
한국 최초 여성 조경가 정영선(1941~)의 반세기에 걸친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개인전이다. 1980년대부터 ‹서울올림픽미술관, 조각공원›(1988), ‹대전 엑스포 '93›(1993,1999), ‹여의도샛강생태공원›(1997, 2008), ‹선유도공원›(2002) 등 국가·지역·민간 주요 프로젝트를 구축해 온 그의 대표작들을 소개하고, 동시에 서울관 특색에 맞는 현장 작업을 커미션하여 정영선의 조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정원을 전시마당과 종친부 마당에 조성한다. 작가가 주창해온 조경가의 ‘예술가적 자질’에 기반한 장소맥락적 연구, 기능과 조형의 조화, 자연계에 내재하는 생태적 질서에 부응하는 방법론으로서의 조경을 시각예술이자 종합과학예술의 한 분야로 조망해본다. 또한, 조경 특유의 시간성, 치유적 속성뿐만 아니라 공공성, 사회문화적 영향, 다양한 협업의 사례들을 연결하고자 한다.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작가 소개
정영선
정영선(홈, 1941~)은 한국의 1세대 조경가이자 여성 1호 국토개발기술사다. 반세기에 걸쳐 진행 중인 그의 작업 궤적은 1970년대 국토 개발과 함께 전격 도입된 한국 조경사와 맥을 같이한다. 동시에 일찍이 여러 작업을 통해 건조 환경의 '회복탄력성'과 '지속가능성'을 주창했던 그의 선구안은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이며 동시대적 의제를 던진다.
정영선에게 조경은 미생물부터 우주까지 생동하는 모든 것을 재료 삼는 종합과학예술이다.
삼천리금수강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했던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처럼, 정영선은 50여 년의 조경 인생 동안 우리 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고유 자생종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공원과 수목원 등 국가 주도의 공공 프로젝트와 민간이 의뢰한 정원과 리조트, 국토의 경관 계획부터 개인 주택의 중정 정원까지 정영선의 손길이 닿은 수많은 유형의 작업은 공통적으로 그가 주장해 온 지사(5)적 맥락, 곧 '터의 무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조경가는 연결사"라는 그의 말처럼 정영선의 작업은 사람과 경관과의 관계, 건축과 도시, 나아가 대지의 관계를 해석하고 디자인해 온 것이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대학원생 시절 작업부터 현재 진행형인 프로젝트까지 정영선의 조경 활동을 총망라해 파스텔, 연필, 수채 그림, 청사진, 설계도면, 모형, 사진, 영상 등 각종 기록 자료를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주제별 대표작을 엄선해 선보임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도시 공간 속 자연적 환경이 설계된 맥락과 고민, 예술적 노력을 드러내고, 이러한 사유와 철학을 조경설계의 직능을 넘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디자인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환원하고자 한다.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조경가 정영선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사유원’을 통해서였다. ‘사유원’은 대구 군위에 위치한 공간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건축가 승효상, 알바로 시자, 최욱 등 많은 작가의 작품들을 함께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오늘 전시의 주인공인 조경가 정영선 선생님의 작품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때 만해도 조경에 지금보다 더 관심이 없었을 때였다. 그저 멋진 공간에 있다는 것에 충분한 만족을 느꼈었다. 만약 정영선 선생님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알고 그곳에 갔다면 또 다른 느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조경은 땅에 쓰는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고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가슴이 뛰듯, 우리가 섬세히 손질하고 쓰다듬고 가꾸는 정원들이
모든 이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치유와 회복의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 정영선
전시는 조경사 정영선의 일대기이자 대한민국 조경사의 역사를 보여준다. 많은 설계 도면과 스케치, 그리고 현실화된 공간의 이미지가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사실 처음 공간에 갔을 때는 조금 당황했었다. ‘조경’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그림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종이와 사진이 너무 많았다. 순간 ‘이게 뭐지?’ 하며 잠시 멍하게 있었지만, 차근차근 그 자료들을 보기 시작했다.
전시장은 마치 이곳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조경가 정영선의 자료로 가득 채워져 있다. 스케치와 수채화 작업물, 설계 도면, 모형과 사진, 그리고 영상까지, 그녀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마치 그녀의 모든 역사가 이곳에 존재하는 듯했다. 전시 공간은 벽면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는데, 바닥은 사각형 모듈 박스를 사용해 프로젝트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역사를 보여주는 아카이빙 전시라는 점은 이해되지만, 사실 자료가 너무 많고 나열식이라서 보면 볼수록 집중도가 떨어졌다. 그저 대단한 분이시고,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대부분의 정원은 조경가 정영선 선생님의 작품이었다는 생각만 들었다.
아무래도 제주 오설록과 사유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 곳 모두 직접 경험했던 곳이고, 그곳에서의 아름다움은 오래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그 두 곳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연스러움이었다. 조경이 공간과 어우러져 있고, 무언가 가공되거나 설계되었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 공간에서 자연의 편안함과 세련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방문했을 때,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단체로 방문한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자료를 나보다 훨씬 꼼꼼하게 살펴보며 흥미로워했다. 내가 이 전시를 보며 그들보다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내가 조경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이 전시가 아쉬웠다. 처음 전시를 기대하며 이 공간을 찾았을 때, 내 머릿속에는 막연한 이미지가 있었다. 어쩌면 내 편견일지도 모른다. ‘조경’이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자연을 아름답게 구성한다는 개념에만 사로잡혀 그런 모습을 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경사의 전시라면, 조금 더 그녀의 자연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전시의 제목처럼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은 부분이지만, 오디오 가이드도 조금 아쉬웠다. 나는 한예리 배우를 좋아하지만, 이번 오디오 가이드에서 한예리 배우의 목소리는 조금 튀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예리 배우가 가진 이미지와 정원의 이미지가 잘 어울려 기대했었는데, 목소리가 유난히 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 아쉬움이 더했다.
이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건 역시 마당이었다. 너무 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마당을 거니는 순간이 이 전시에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마당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이 식물은 뭘까, 이 식물은 왜 선택하셨을까’ 생각했다. 내가 이 전시를 통해 느끼고 싶었던 감정이었던 것 같다. 작지만, 짧았지만 이런 공간이 있어 이 전시를 조금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지하 정원만 보고 1층 정원을 보지 못한 게 아쉬웠는데, 이번 전시가 끝나고도 3년간 정원을 보존한다고 하니 다음에 꼭 가보고 싶다.
시간이 지난 후 사진으로만 본 정원이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
덧붙여
’ 정영선: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국내 미술관, 박물관에서는 최초라 더 의미 있는 수상이라고. 사실 여러모로 전시장 안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기에 수상 결과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아무래도 특이한 사람인가 싶다. 수상을 하셨다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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