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3. 22:15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책
- 내가 혜린이면 모건 찾으러 영국 간다.
- 다큐도 픽션도 아닌 진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 나는 쓸모 있게 살아가고 있나. 근데 그 쓸모는 누가 만든 쓸모인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
- 작가 :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24. 05. 01.
- 국가 : 대한민국
- 카테고리 분류 : 한국 단편소설
- 페이지 : 268쪽
- 채널 : 종이책
책 소개
혼자 힘으로 돈을 벌어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린다는 것
그 혹독하고 숭고한 일에 몸과 마음을 쏟아붓고 있는
우리 모두의 매일매일에 대하여
월급사실주의 소설 동인의
지극히 현실적인 밥벌이 이야기 그 두 번째!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월급사실주의 2024』가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이다.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촉발된 이 움직임은 2023년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출간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이 동인이 내놓는 두 번째 결과물이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합류한 작가는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이다. 사회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감지해 온 작가들이 작심하고 직장을 무대로 써낸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산문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남궁인, 천현우 작가가 성공적으로 완성해 낸 첫 단편소설이 수록된 점, 『아몬드』 『서른의 반격』 등의 장편소설로 사회적 약자들이 세계와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을 포착해 온 손원평의 최신작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책의 제목은 소설가 임현석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이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내놓아야 하는 노동시장에서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인간적인 갈등 관계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힘을 지닌 제목이다. 제목이 그러하듯 이 책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소설 역시 다양한 삶의 현장을 핍진하게 그려내며 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늘 하루도 애쓰고 있는 모든 일하는 존재들을 위한 이 책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추어 발행된다.
출처 : 예스 24
작가 소개
최유안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직장을 다니며 소설을 썼던 카프카처럼, 대학에서 독일에 관해 연구하고 가르치며 소설과 소설 바깥의 글을 쓰는 소설가. 지은 책으로 『보통 맛』, 『백 오피스』, 『먼 빛들』, 『새벽의 그림자』가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집 짓는 사람』, 『페페』, 『우리의 비밀은 그곳에』,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오피스 괴담』,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참여한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 있다.
07. 쓸모 있는 삶
#프리랜서 #통역사 #다큐멘터리 제작 #편집된 말
첫 문장
글쎄요.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이 책에 수록된 여러 단편 중 나라는 사람을 가장 많이 대입해 본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화자 주인공 혜린이 현지 코디네이터 일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이다. 그런 줄 알았다.
혜린의 직업은 통역가이다. 그녀에게 영국 방송국의 현지 코디네이터 제안이 들어왔고, 색다른 일의 형태에 그녀는 그 제안을 수락했다. 영국 방송국 팀의 다큐 주제는 '한국 출산율'. 그녀는 일반 통역과 달리 현지 가이드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현지 코디네이터로, 이 일은 통역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일의 범위가 모호해 잔심부름과 무례한 요청, 진짜 일 사이에서 밸런스를 조절해야 했다.
첫 인터뷰는 영어 유치원의 어머니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와 바디랭귀지로 소통하는 방송국 측 스태프에게 영어로 말하라며 요청한다. 그 스태프는 아이에게 자신의 카메라 장치를 '총'에 대입해 설명한다. 이 부분을 볼 때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아이에게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이 장면을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혜린은 이 모습이 불편했다.
두 번째 인터뷰는 인구학자였다. 인구학자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부동산 문제와 연결시켜 자신의 의견을 이어갔다. 인구학자와 인터뷰 직전 모건은 혜린에게 사는 곳과 집의 소유 유무 등을 물었고, 혜린은 별생각 없이 질문에 대답했다. 혜린의 대답에 모건은 "그죠. 당신이라고 다른 건 없겠지"라고 말했다. 혜린은 모건의 이 말이 계속 신경에 거슬렸다. 인구학자의 인터뷰가 끝난 후 모건은 긴 인터뷰에서 크게 쓸 만한 내용이 없다며 고민했다. 인구학자의 의견이 임팩트가 없고 맞는 말만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자신이 찾는 답을 조금 더 선명하게 하기 위해 편집 방향을 고민했다. 그런 모건의 모습에 혜린은 흥분했고, '다큐가 팩트인가요'라며 되물었다. 혜린은 그 행동을 후회했다. 혜린은 통역사였다. 그런데 모건의 의도를 되물으며 흥분한 모습은 그 순간 일의 경계를 뛰어넘었고, 프로답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도 모건은 자신의 방향에 맞는 인터뷰이와 편집 방향으로 그림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모건은 혜린에게 묘한 질문을 이어갔다. 혜린은 그때마다 이유를 알기 어려운 통증을 느꼈다. 그건 아마 자신도 모르게 끓어오른 분노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다큐멘터리 현지 코디네이터 일은 마무리되고 있었다. 일이 마무리된 후 혜린의 통장에는 천팔백만 원이라는 금액이 들어왔다. 그녀는 그 일 뒤로 코디 일을 받지 않았다. 혜린은 자신에게 맞는 일이 통역뿐이라 생각했다. '문장 안에서 평온함을 느끼는 사람'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문장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야 할 때 민감해졌고, 실수를 했다. 혜린은 그렇게 자신을 깨닫고 그 시간을 기억에서 지워갔다.
그 기억이 거의 잊혔을 즈음 모건의 다큐멘터리 블루레이를 받았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정말로 고요해지는 나라 - 대한민국>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 블루레이의 존재가 흐릿해졌을 즈음, 그녀와 몇 년째 느슨한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대영이 자신의 집에서 그것을 함께 보자 제안했고, 그날 그들은 치킨과 함께 블루레이를 시청했다.
블루레이가 시작되자 혜린은 당황했다. 이 다큐의 주인공은 자신이었다. 그녀는 출연 동의서에 서명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주인공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모건의 다큐에는 자신이 일하는 모습이 제법 많이 담겨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 속의 혜린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었다. 모건과 언쟁하려고 한 모습, 풀이 죽은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모건의 질문에 대답하며 생각이 깊어지기도 했다.
모건은 혜린에게 던진 질문을 통해서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고 있었다. 모건과 혜린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혜린이 기억하지 못하는 대화가 다큐가 되었고, 그것을 지금 자신의 남자친구와 함께 보고 있는 혜린. 혜린과 대영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다큐가 끝났고 대영은 혜린에게 괜찮냐 물었다. 혜린은 대영에게 미안했다.
뚜벅 추천 지수 : 85%
"혜린아, 언니랑 영국 가자. 짐 싸자. 모건 처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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