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4. 20:07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책
- 난 동물성관상
- 진짜를 가리는 게 참 힘들다.
- 이념이 돈이 되는 세상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
- 작가 :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24. 05. 01.
- 국가 : 대한민국
- 카테고리 분류 : 한국 단편소설
- 페이지 : 268쪽
- 채널 : 종이책
책 소개
혼자 힘으로 돈을 벌어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린다는 것
그 혹독하고 숭고한 일에 몸과 마음을 쏟아붓고 있는
우리 모두의 매일매일에 대하여
월급사실주의 소설 동인의
지극히 현실적인 밥벌이 이야기 그 두 번째!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월급사실주의 2024』가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이다.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촉발된 이 움직임은 2023년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출간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이 동인이 내놓는 두 번째 결과물이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합류한 작가는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이다. 사회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감지해 온 작가들이 작심하고 직장을 무대로 써낸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산문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남궁인, 천현우 작가가 성공적으로 완성해 낸 첫 단편소설이 수록된 점, 『아몬드』 『서른의 반격』 등의 장편소설로 사회적 약자들이 세계와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을 포착해 온 손원평의 최신작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책의 제목은 소설가 임현석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이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내놓아야 하는 노동시장에서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인간적인 갈등 관계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힘을 지닌 제목이다. 제목이 그러하듯 이 책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소설 역시 다양한 삶의 현장을 핍진하게 그려내며 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늘 하루도 애쓰고 있는 모든 일하는 존재들을 위한 이 책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추어 발행된다.
출처 : 예스 24
작가 소개
최유안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직장을 다니며 소설을 썼던 카프카처럼, 대학에서 독일에 관해 연구하고 가르치며 소설과 소설 바깥의 글을 쓰는 소설가. 지은 책으로 『보통 맛』, 『백 오피스』, 『먼 빛들』, 『새벽의 그림자』가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집 짓는 사람』, 『페페』, 『우리의 비밀은 그곳에』,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오피스 괴담』,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참여한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 있다.
08. 식물성 관상
#비건 식당 #매니징 #사업가 마인드 #PC함 vs 최신 유행
첫 문장
-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위워크에서 식물 관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민지에게 '슬기롭고 평화로운 비건 생활'이라는 초록색 네임카드를 건네며 보이사가 등장한다. 보이사는 민지에게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했다. 보이사는 민지에게 어떤 일을 맡기려는지 딱 집어 말하지 않았고, 민지가 '식물성 관상'으로 보여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피부가 맑고 화장기 없는 민지의 모습. 민지는 비건 식당에서 일하기 전 자신이 비건이 아니기에 이 부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자신은 비건이 아니라고 보이사에게 말하지만, 보이사는 중요한 건 믿음이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그리고 플렉시테리언, 페스코, 비거니즘... 이런 단어들을 이어 말했다.
민지는 위워크 식물 관리 일을 병행하며 보이사의 식당 식물 관리도 맡았다. 동시에 비건 식당의 식물과 식물 관리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민지의 주 업무는 식물을 관리하며 식물을 통해 식당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약 석 달 정도 지났을 때, 보이사는 민지에게 연봉의 두 배를 제시하며 연남동 식당의 매니저 자리를 제안했다. 민지는 이런 파격적인 제안이 자신이 관리하는 식물 계정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민지가 합류한 이후 유입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인스타그램 계정. 민지는 이 이유로 자신이 매니저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복잡한 마음으로 민지는 연남동 식당에서 일하기로 결정하고 함께할 스태프를 보이사와 함께 선발했다.
현재 매장의 직원이 모두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민지는 자신이 매니징할 경우 그것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민지는 직원을 뽑기 전에 보이사에게 직원이 모두 외국인인 이유와 한국인 직원의 채용 가능성을 물었다. 보이사는 한국인 채용을 거절하며, 자신의 식당은 외국 친화적인 식당이기에 외국인 직원이 낫다고 말했다. 보이사는 민지가 영어에 자신이 없어 외국인 직원 채용을 꺼린다고 짐작하는 듯했다. 그렇게 민지와 보이사는 직원 면접을 봤다. 민지는 5명의 직원을 모두 채용하려 했지만, 보이사는 4명만 채용하고 남은 한 자리는 “흑인 티오다”라고 말했다. 보이사가 말하는 건 그냥 흑인이 아니라, 잘생긴 흑인이었다. 민지는 당황했다. 민지의 당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이사는 잘생긴 흑인을 뽑는 기준을 열거했다. 민지는 이 상황을 이해해야 했다. 민지는 이해가 되지 않거나 납득되지 않으면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유형의 사람이었고, 이 상황은 민지의 첫 번째 시련이었다.
민지는 이 상황이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이라 느꼈지만, 자신의 '통장 잔고'와 기타 여러 이유로 보이사를 불신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 후 잘생긴 흑인 앙투안이 채용되었다. 우습게도 앙투안의 채용 이후 손님들의 시선이 앙투안에게 오래 머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당의 외국인 직원들은 보이사가 운영하고 있는 셰어하우스에 머물고 있다. 다만 직원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보이사는 민지에게 입단속을 했기에 민지의 마음은 복잡했다. 직원에게 월급을 주고 그 절반을 집세로 받는 보이사의 '신묘한 이익 창출 방식', 이것은 민지의 두 번째 시련이었다.
앙투안은 근무 태도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민지의 마음은 더 불편했다. 민지가 느끼고 있는 불쾌한 감정에는 앙투안이 자기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담겨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앙투안이 무단결근을 한다. 그리고 그는 '이제 안 가요'라는 문자 하나를 남겼다. 다른 직원들의 이야기로 앙투안이 높은 시급으로 피팅 모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민지는 보이사와 앙투안의 퇴사 이후에 대해 논의했다. 이때 보이사의 대답은 어이가 없었다. 보이사는 앙투안을 대체할 인물로 화장하는 남자, 치매 노인, 장애인 등, 자신의 ‘의식 있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을 찾고 있었다. 이상한 헛소리를 계속한 후 보이사는 민지에게 식물계 관리를 신경 써서 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이에 민지는 식물계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고, 스태프의 MBTI를 콘텐츠로 연결해 구성해 보기로 했다. 이 목적으로 스태프들의 사진을 촬영했는데, 어느 날 한 스태프가 자신의 사진 촬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지는 사진을 찍는 이유와 향후 식물계 계정의 콘텐츠 방향을 그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스태프들은 초상권을 지키고 싶다고 이야기 함께 현재 이 비건 매장이 베를린에 있는 비건 식당과 모든 것이 똑같다고 말했다. 스태프가 보여준 베를린의 식당은 민지의 눈에도 자신이 일하는‘풀 먹는호랑이’ 그 자체였다.
매장에 방문한 보이사에게 민지는 이례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인스타그램보다 음식에 신경 쓰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였다. 민지는 지금껏 보이사의 의견이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 적이 없었다. 민지는 자신의 매장을 둘러싸고 나오는 이야기를 보이사에게 전한다. 이 매장의 '의식 있음'이 부정당하는 것을 어떻게든 해결해보자는 의미였지만 보이사의 생각은 달랐다. 민지의 새로운 모습에 보이사는 싱긋 웃으며 반론했다. 보이사의 이야기를 들은 민지는 머리가 얼얼했다. 보이사는 민지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한마디를 덧붙였다. 식물계 팔로워 수가 갑자기 높아졌던 이유. 보이사는 돈으로 팔로워를 샀다.
민지는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오즐' 매니저가 없는 매장에서 하루 시작을 알리는 오오즐이 들려왔다.
민지는 알 수 있었다. 밖에 새로운 매니저가 있음을.
뚜벅 추천 지수 : 85%
오늘도 어디선가 이념팔이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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