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 -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 남궁인

2024. 8. 2. 23:23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책

  • 월급 받기 참 힘들다.
  • 아나운서 브이로그 (무편집 ver) 
  • 화려해 보이지만 똑같이 고된 하루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 표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

  • 작가 :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24. 05. 01.
  • 국가 : 대한민국
  • 카테고리 분류 : 한국 단편소설
  • 페이지 : 268쪽
  • 채널 : 종이책

 

책 소개

혼자 힘으로 돈을 벌어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린다는 것

그 혹독하고 숭고한 일에 몸과 마음을 쏟아붓고 있는

우리 모두의 매일매일에 대하여

 

월급사실주의 소설 동인의

지극히 현실적인 밥벌이 이야기 그 두 번째!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월급사실주의 2024』가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이다.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촉발된 이 움직임은 2023년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출간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이 동인이 내놓는 두 번째 결과물이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합류한 작가는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이다. 사회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감지해 온 작가들이 작심하고 직장을 무대로 써낸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산문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남궁인, 천현우 작가가 성공적으로 완성해 낸 첫 단편소설이 수록된 점, 『아몬드』 『서른의 반격』 등의 장편소설로 사회적 약자들이 세계와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을 포착해 온 손원평의 최신작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책의 제목은 소설가 임현석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이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내놓아야 하는 노동시장에서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인간적인 갈등 관계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힘을 지닌 제목이다. 제목이 그러하듯 이 책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소설 역시 다양한 삶의 현장을 핍진하게 그려내며 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늘 하루도 애쓰고 있는 모든 일하는 존재들을 위한 이 책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추어 발행된다.

출처 : 예스 24

 

 

작가 소개

남궁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취득, 현재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읽기와 쓰기를 좋아해 그 틈바구니 속에서도 무엇인가 계속 적어댔으며, 글로 전해지는 감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믿는다.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 읽어본다』를 썼다. 『그는 가고 나는 남아서』,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 『나의 복숭아』 등의 책을 함께 썼고, 『an usual 언유주얼 (격월간)』 등의 앤솔러지에 종종 참여했다.

 

누군가의 안온한 하루는 곧 누군가의 지독한 하루이기도 하다. 매일 밤 응급실은 예기치 못한 불행을 겪은 사람들로 붐빈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그 불행을 하나도 피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 현장에서 숱한 하루를 버텨낸 의사의 목소리를 이 책에 담았다. 여기 담긴 기록은 매일의 비극을 똑똑히 목격하고 마치 참회하듯 써 내려간 글들이다. 결국 예고 없이 닥치는 운명의 가혹함을 인간의 힘으로 이겨내지 못했을지라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독한 하루 앞에 지독하게 저항하는 인간의 간절함이 여기 있음을.

 


 

01. 남궁인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비정규직 #아나운서 #일 vs 가족 #직업 수명

 

첫 문장

스튜디오는 지긋지긋하게 추웠다.

 


 

이런 책이 있는지 몰랐다. 그냥 제목이 좋아서 선택했다. 당연히 에세이인 알았다.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의 성공 에세이 제목으로는 너무 찰떡 같지 않은가?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인성에 관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 말도 되는 예상으로 선택한 책이었지만, 결과는 너무 좋았다.

 

문제의식은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한국소설이 드물다. 우리 시대 노동 현장을 담은 작품이 더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규칙은 이러했다. 

1. 한국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 비정규직 근무, 자영업 운영,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은 물론, 가사, 구직, 학습도 우리 시대의 노동이다.

2. 당대 현장을 다룬다. 수십 년 전이나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를 쓴다. 발표 시점에서 오 년 이내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다.

3.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 판타지를 쓰지 않는다.

4. 이 동인의 멤버임을 알린다.


-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중

 

 

책은 한국 사회의 먹고사는 문제를 돌아보며 동시대 보통 사람들의 노동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은 작품이다. ‘동시대의 노동 이야기를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보여준다 책은 챕터만 읽어도 말을 십분 이해할 있었다.

 

 

 

 

내가 듣는 팟캐스트나 유튜브에는 프리랜서 여자 아나운서들이 많이 나온다. 얼굴도 예쁘고, 말도 잘하고, 돈도 버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들은 세상사는게 편해 보였다.그런데어느 날본인들의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여자 아나운서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이고, 나이가 들거나 결혼을 하게 되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차에는 옷과 신발이 가득하고, 샵에서 메이크업을 받는 날에는 많은 일을 잡으려고 한다. 그리고 제작진의 뜬금없는 전화는 대부분 짤렸다는 통보이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나로서는 소설을 읽는 내내 그녀들 명의 브이로그를 보는 느낌이었다.

 

 

 

 

스튜디오가 아무리 추워도 출근이 기다려지던 때였다. 그러나 지방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나에게 서울 이직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경쟁률도 높았지만 공고가 자주 나는 것도 아니었다. 막상 일에 치이자 면접 준비를 하기가 어려웠고 면접을 보기 위해 상경할 시간을 내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그렇게 안주에서 칠 년째였다.

 

안주에서 년째였다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하필‘안주’ 구나생각했다.

 

<안주하다>

1. 한 곳에자리를 잡고 편안히 살다.

2. 현재의 상황이나 처지에 만족하다.

 

나는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 그곳에서 안주했다. 곳에 자리 잡고 살다 보니 그것이 만족인 알며 살았다. 지민은 처음에는 서울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을 같다. 아니, 당연히 서울에 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일을 하며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어느새 7년이 흘렀고, 그녀는 그렇게 안주했을 것이다. 시간과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안주하는 삶도 쉽지 않다. 고되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 날은 씻는 것도 노동처럼 느껴진다. 요즘에는 갓생이다 뭐다 하며 무언가를 하지 않는 내가 게으르고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너무 고되다. 그렇게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나는 안주하게 된다.

 

안주라는 지명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하필 도시 이름이‘안주’ 구나생각했다.

지민은 이곳에 안주하게 될까?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이미 그녀는 스스로 많은 이유를 덧붙이고 있으니.

 

 

 

 

문득 화면에 SBC 급여 입금 알림이 떴다. 정규직은 월급제였지 만 나는 SBC 프리랜서 아나운서였다. 공채에 합격했지만 계약 형 태는 프리랜서였다. 프리랜서 주급은 프로그램 개수대로 매주 입 금되었다. 입사하고서야 뉴스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를 하 시는 분까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었다. 방송국 이란 비정규직이라는 살로 굴러가는 커다랗고 언제 무너질지 모 르는 수레바퀴였다.

 

좋아하는 팟캐스트가 있다. 팟캐스트에서 종종 노동자의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방송작가에 관한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방송작가는 정말 모든 일을 한다. 글도 쓰고, 캐스팅도 하고, 장소 섭외도 하고, 출연진들의 기분 관리까지 책임져야 한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책의 이야기대로 방송국을 실제로 돌아가게 하는 많은 인원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하나의 집단을 운영하는 중요한 사람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잘못돼도뭔가가 한참 잘못되고 있는 같다.

 

 

 

 

영원한 지 없어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있었다.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몰라 지금 주어진 일은 내가 하고 싶던 것이었다. 꿈을 이룬 사람은 불 평해서는 안 되었다. 시내의 교통 정체에 갇혀 있는데 메시지가 왔다. 행사 섭외 담당 석형 선배였다. 나는 재빨리 통화 버튼을  눌렀다.

 

행사를 위해 가족 약속을 취소하는 지민을 보며 씁쓸하면서도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회사를 퇴사할 때는 나와 가족에게 집중하고 싶었는데, 막상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일과 삶의 경계가 허물어진 같다. 이게 바로 프리랜서의 삶인가 보다. 어쨌든 누군가 기회를 주면 잡아야 하는 프리랜서이니, 가족과 나는 뒷전이 수밖에 없다.

 

언젠가 일과 삶의 밸런스가 잡힐 날이 올까 생각해 보지만아무래도 아직 멀었다.

 

비정규직, 프리랜서, 쉽지 않네. 그래도 해야지 !

 

 

 

 

 

 


뚜벅 추천 지수 : 80%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하루를 활자화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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