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6. 11:23ㆍ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기/책
-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 찾기
- 정말 죽이지 않은 거 맞나?
- 죽이지 않았다고 용서될 일인가?
위픽 wefit - 모델
- 작가 : 정해연
- 출판사 : 위즈덤 하우스
- 발행일 : 2024. 07. 12.
- 국가 : 대한민국
- 카테고리 분류 : 한국 단편소설
- 페이지 : 76쪽
- 채널 : 종이책
작가 소개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2018년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더블》 《유괴의 날》 《구원의 날》 《홍학의 자리》 《누굴 죽였을까》 등을 출간했고, 앤솔러지 《깨진 유리창》 《파괴자들의 밤》 등에 참여했다. 《더블》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은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2023년 《유괴의 날》이 ENA에서 드라마로 방영됐다.
1981년에 태어나 오늘을 살고 있다. 2012년 『백일청춘』으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예스24 e-연재 공모전에서 대상을, 『내가 죽였다』로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지금 죽으러 갑니다』 『홍학의 자리』 『더블』 『못 먹는 남자』 『유괴의 날』 등 다수가 있다.
20대에 로맨스 소설을 썼던 그는 『더블』이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스릴러로 전향하여 ‘놀라운 페이지 터너’ ‘한국 스릴러 문학의 유망주’라는 평과 함께 주목받았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의 장점은 흥미로운 설정과 뛰어난 가독성이다. 특히나 『홍학의 자리』에서는 이제까지 쌓아 올린 경험과 특장점이 집약되어 있다. 곧바로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설정과 가독성은 물론, 매 챕터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완성도 높은 캐릭터와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스릴러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책 소개
어마어마한 수임료를 내건 살인 용의자 유대평과
누구보다 그의 무죄를 믿고 싶은 변호사 정우진,
승소 가능성 0퍼센트인 사건에 뛰어들다
왕성한 활동으로 미스터리소설 독자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온 작가 정해연이 위픽 신작 『모델』로 첫 트릭 살인 사건을 선보인다. 높은 수임료 때문에 살인 용의자 유대평의 변호를 맡게 된 정우진은 유대평과 면담을 진행하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가 유죄라는 생각만 굳어질 뿐이다. 정우진은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사건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한다. 모든 증거가 유대평을 범인으로 가리키는 가운데 정우진은 여러 가능성을 차례차례 짚어보며 사건의 빈틈을 찾아 나서는데…….
출처 : 예스24
첫 문장
“저한테는 정확히, 사실대로 말씀하셔야 해요. 정말 죽이지 않은 것 맞죠?”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조마조마하며 심장을 쥐는 듯한 느낌을 너무 싫어한다. 생각해 보니 책에서는 더더욱 스릴러나 공포 장르를 본 기억이 없다. 책을 많이 읽지도 않고, 좋아하는 작가 중심으로 책을 고르는 편이라 비슷한 장르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조예은 작가의 <만조를 기다리며> 때도 느꼈지만, 위픽 시리즈 덕분에 내가 보지 않았던 결의 작품을 접하게 되는데, 이런 방식의 작품 선택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아무리 정신이 없었어도, 내가 그 애를 죽일 리가 없잖아요.
정해연 작가의 <모델>은 한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용의자 유대평이 변호사 정우진에게 사건을 맡기며 시작된다. 유대평은 유명 사진작가로, 그는 자신의 보조작가인 이우리를 죽인 혐의로 교도소에 있다. 유대평은 사건이 일어난 당시 마약에 취해 있었고,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본인의 무죄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자신과 이우리 사이를 생각했을 때 이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정우진에게 자신의 무죄가 아닌, 사건의 진실을 파악해 달라고 요청한다. 정우진은 모든 증거가 유대평을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는 이 사건에서 유대평을 변호하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세 배의 수임료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정우진은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유대평이 사진 작업을 위해 머물렀던 사건 장소인 오피스텔로 향했고, 그곳에서 사건 관계자들을 만난다. 살인 현장을 처음 발견한 오피스텔 직원 강민준, 모델 이미래, 이미래의 매니저이자 모친인 천경선. 정우진은 그들과의 대화와 오피스텔의 구조를 확인하며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의 진짜 모습을 찾아간다.
이미래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에 대었다.
“아파요.”
이미래의 등장 장면은 뜨끔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작품 초반 그녀의 모습을 묘사한 내용에서 그렸던 나의 상상 속 그녀는 아주 아름답고, 신비로운 미모를 가진, 조금은 차가운 느낌의 여성이었다. 하지만 실제 그녀는 ‘경계선 지능장애를 겪고 있는 반신불수의 장애인’인 이미래였다.
작품 제목도 <모델>이고, 방의 구조와 서사의 흐름상 아주 단순하게 ‘이미래네. 이미래야.’ 하며 진짜 범인을 추측했었다. 사실 경계선 지능장애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때도 영화 <마더>가 생각나면서 ‘이미래일 수 있겠는데?’라는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반신불수의 장애인이라는 이야기는 작품의 거의 마지막에 나왔기에 혼자 계속 의심했다.
이미래의 ‘아프다’라는 말도 의심을 지우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작품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이미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폭력에 둘러싸인 그녀의 인생이 고달프다고 생각했고, 안쓰러웠다.
그것은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 아니었다. 유대평과의 모든 순간이 그녀에게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유대평과의 모든 순간뿐 아니라, 그녀의 인생 대부분의 순간이 아픔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녀는 충분히 보호받을 권리가 있었다.
모든 사건의 정황이 밝혀진 후, 정우진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모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와중에도 이미래에 대한 예의와 보호를 잊지 않았다. 그녀는 정우진처럼 보호해 줄 울타리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울타리를 쳐 줘야 할 사람이 오히려 그 울타리 안에 타인을 불러 함께 공격했고, 그 울타리 안은 그녀에게 아픔이 되었다.
정우진은 그녀를 아픔이 가득한 울타리에서 꺼내, 다른 울타리를 만들어 그녀를 보호했다. 사실 이 사건이 끝난 후, 이미래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더 큰 지옥이 기다릴 수도 있고, 어쩌면 조금은 편안한 삶이 그녀를 기다릴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정우진의 보호 덕분에 그녀의 사생활이 조금은 지켜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탐정역할은 언제나 멋있게 끝나야 하니까 말이다.
말 그대로 정우진은 끝까지 아주 멋있게 탐정역할을 마무리했다.
이 책의 서사는 그렇게 단단하지 않다. 아주 짧은 단편이기에 딱 그 정도의 완성도로 한 사건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나는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다.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게 무섭지도, 스릴 있지도 않은데 나는 왜 이렇게 무섭지?’라는 생각에 어이없어하면서도 계속 두려움 속에서 작품을 읽어갔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이 공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작품을 읽으면서 상황을 상상할 때마다 나는 나만의 맞춤형 공포로 이 작품의 순간순간을 만들어갔다. 주인공의 외모나 사건 현장의 모습, 오피스텔의 인테리어, 조명, 분위기, 음악 등 장면 장면을 스스로 만들어 가다 보니,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장면이 완성된 것이다. 그래서 활자가 주는 단순한 이야기가 나에게는 어마어마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내게 맞춘 최상의 공포물이 된 셈이다.
종종 스릴러나 공포 장르의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물로 제작되었을 때 원작 팬들이 실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 그들도 자신이 상상했던 맞춤형 장면과 다른 장면에 실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책이 가진 이 상상력의 힘은 정말 그 어떤 장르도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또 한 번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 속에서도 더 이상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았어도 경계선 지능 장애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는 법의 울타리가 만들어지길 기도합니다
작가의 말
뚜벅 추천 지수 : 80%
범인은 바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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